그 사랑이 새로운 한 해를 보내는 동안 기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게 웃으며 받아들이겠습니다.
만남이 설렘을 줄 수 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조함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눈 내리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기다려 주는 아름다운 여유도 가질 수 있고
또 한 번쯤은 좋으면서 부드러운 거절을 하는 색다른 경험도 해 볼 수 있겠지요.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이리 좋은데 정말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슴 떨려 얼음처럼 굳을지 모릅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12월에는 사랑을 하겠습니다
내 전부를 다 내어 주고 사랑하다 죽어도 좋을 이 멋진 사랑을 해 보겠습니다.
12월에는 사랑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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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사랑을 하겠습니다
윤보영(낭송: 권금희)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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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