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최근 멈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가 발표하는 구매담당자경기지수(PMI)가 9월 50.5에서 10월 50.0으로 하락했다. PMI는 다양한 산업부문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PMI 적중률이 높은 이유는 회사의 기업 활동, 즉 신규 주문·생산·재고·가격·고용 등을 수치화하기 위해서다. 50.0은 세계 경기 회복이 2월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40개 경제권에서 2만 7000개 이상의 기업이 당면한 비즈니스 상황을 추측하는 PMI에서 50.0은 성장과 위축 사이의 중립 지점이다.
서비스와 제조업 모두 정체됐다 .올해 초부터 한동안 볼 수 있었던 서비스 부문의 회복세는 희미해졌지만 최근 PMI에서는 더욱 그렇다. 제조업은 처음부터 회복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더 깊이 보면 10월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것은 소비자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에서 거듭되는 급격한 수요 감소였다. 이 두 분야 모두 올해 초에는 수요가 강했지만 금리 상승과 이어지는 생활비 압박으로 확장세가 현재의 위축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처럼 점점 어두워지는 경제전망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특히 유럽에서 수요 감소가 심각하다. 비즈니스 활동은 유로권에서 5개월 연속, 영국에서는 3개월 연속 위축됐다. 일본 경제의 강력한 상승도 둔화돼 올해 가장 낮은 생산 증가를 기록했다. 탈코로나 사태와 함께 시작된 중국 경제의 내수 확장은 9개월 만에 중단됐는데, 이는 제조업 생산의 급격한 감소와 서비스 부문의 미미한 성장을 반영한다. 반면 인도는 세계 주요 경제 가운데 성과가 두드러졌다. 최근 몇 달 새 15년래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호황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런 인도조차도 10월에는 상승이 다소 둔화됐다.
물가상승 억제 차원에서는 좋은 소식이 있었다. 수요 감소로 세계적으로 기업의 가격결정력(프라이싱 파워)이 더욱 약화됐고 이는 임금상승 둔화 징후와 함께 작용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 인플레이션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가격 압력은 미국과 유로존에서 가장 심하게 냉각됐다. 이에 따라 통화긴축정책을 완화하려는 중앙은행들의 목표가 내년 초에는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뜨거운 관심은 물가상승과 벌이는 이 같은 싸움이 세계적으로 PMI를 50 미만으로 끌어내리는 등 세계적으로 경기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인지 여부다. 향후 발표될 PMI 지수에서 그 답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 반대로 50 미만이면 축소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