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도락산 후기
2019.3.3(일)
월악산국립공원단양분소(상선암주차장)~제봉~형봉~신선대~도락산정상(back)~채운봉~검봉~상선암주차장(원점회귀)
6.7km 5'10"
인천태화산우회
인천부평에서 4시간정도 걸려 월악산국립공원 단양분소 주차장에 내렸다. 도락산 들머리의 시작고도가 307m를 가르킨다. 가파른 마을길을 올라 직진하니 상선암이 나온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선암사에서 1956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아침햇발이 비추는 소담한 산사(山寺)의 표정이 맑고 밝다. 이곳은 제천사람이면서 우암 송시열(1607~1689)의 제자이자 조선 숙종때 좌의정을 지낸 수암 권상하(1641~1721)가 공부한 곳으로 전해진다. (우암이 제자 수암을 만나러 단양에 들렀다가 산세에 감탄하여 '깨달음을 얻는데는 그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또한 즐거움이 함께해야 한다'는 뜻에서 산 이름을 도락산(道樂山)이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도락산 북쪽인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에 돌로쌓은 독락성(獨樂城)이 있어서 지금의 산 이름과 음이나 뜻이 비슷하여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는 상선암 오른쪽으로 꺽어지는 지점에 잠깐 멈춰 서서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나름의 예의를 갖추고 나를 알린다는 생각으로 "태화산우님들과 제가 왔습니다" 하며 산을 향해 마음의 '초인종'을 꾸욱~ 하고 도착 인사를 올리자 300만의 인천, 7천만의 한반도인구보다 많은, 월악산국립공원 287.571km2안에있는 나무와 새와 돌과 미생물과 돌과 바람....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의 친구들이 "어서들 오세요" 하고 두팔벌려 환영을 한다.
제봉(826m)과 형봉(885m), 신선봉(909m)으로 이어지는 길은 철계단과 오르막, 암봉으로 이루어졌다. 수없이 많은 봉우리들과 알바위 기암들에 낙락장송이 어울리고 천길 낭떠러지 벼랑이 거들어 그야말로 절경이다. 간산(看山) 간수(看水) 간인(看人) 간세(看世), '산을 보고 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라'는 남명 조식선생의 말씀을 음미하며 한박자 느린 속도로 천천히 걸어올랐다. 숨은 고요하고 가슴에는 기(氣)가 꽉차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가끔 높은 산도 언덕이라고 생각하면 순간 힘들지 않을 때가 있다. 히말라야 사람들은 4, 5천미터의 산을 마운틴(mountain)이나 피크(peak)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hill, 언덕이라고 한다. 7천~8천m급에 마운틴, 피크라고 한다. 힘들 때 "산이 아니고 그냥 언덕이네" 라고 한번 외쳐보시라. 믿으시라. 정말 사실임을 아실게다)
형봉에서 가파른 바위길을 내려서면 삼거리가 나온다. 신선대를 거쳐 고스락으로 가는 주능선길과 채운봉으로 가는 길이 여기서 만나고 갈라진다. 신선봉은 백여명 정도 족히 앉을 수 있는 넓은 반석으로 이루어졌다. 앞은 탁트인 절벽이고 뒤로는 노송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서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곳에 오르니 가뭄에도 잘 마르지 않는다는 큼지막한 물웅덩이가 있었다. 숫처녀가 물을 떠내면 바로 소나기가 쏟아져서 물을 다시 채운다는 전설이 있다. 수면에 비친 창공을 보면서 도락산의 신선봉은 여성일거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거울을 가지고 있으니까.(신선봉이라고 부르지만 널찍한 너럭바위로 되어있어서 신선대(神仙䑓)라고 부르는게 더 맞지 않을까?)
도락산 정상(964m). 경남 함양의 남덕유산(1507m)이 그런 것처럼 도락산 정상도 봉우리 명칭없이 그냥 '도락산정상'이다. 아무리 높은 봉우리라 해도 허공을 이길 수 없음을 또한번 경험한다.
간식을 먹고 살짝 자리를 피해서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어느정도 적당하니 부드럽고 평평한 땅에 누어 나만의 시간을 잠시 가졌다. 산의 정기를 최대한 받을 요량으로 요가의 한 동작인 이른바 '시체포즈'를 취한다. 호흡을 고르며 모든 것을 땅에 맡긴다. 팔과 두 다리를 위로 들었다가 온몸이 땅속으로 한없이 떨어져내려가는 상상을 하며 툭~하고 땅으로 떨구기를 열번정도 반복했다. 맨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가 좋았다.
정상에서 삼거리까지 돌아와 채운봉을 향했다. 검봉까지 난이도 중상급일 정도로 험로이다. 골이 깊고 산이 높다. 이 지점을 벗어나면 하산 속도가 빨라진다. 손두부를 파는 부뚜막집가게가 있다. 대강면에 있는 양조장에서 직접 가져온 막걸리를 팔고 있다. 맛이 일품이다. 하산완료, 오후 3:1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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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늘 감동적입니다,
다음엔 대덕산 언덕으로 흙냄새 맡으러 고고싱 입니다,
바다님 화이팅~!!!!!^^
감사합니다 월척님 대덕산에서 전부다 땅바닥에 다 누워봐유~
아마도 여자회원들이 제일좋아하실듯합니다
대덕 지역은 부자의 기를
준다고 하니 대덕산 에서는 꼭 누어봐야겠어요^.^
부자기운 듬뿍받는다면 눕기도하고 뒹굴기도하고 최대한 많이해요~심부동님
우암 송시열 선생과 같이 깨달음을 얻고 즐거움을 느끼셨음이 글속에 그대로 세겨있습니다.
도락산 산행기 역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스틱 2개로 활모양을 하여 허공을 향한 퍼포먼스 일품입니다.
감사합니다. ^^
물 웅덩이에 숫처녀가 물을퍼내면 소낙비가 내린다
요즘같이 비가내리지 않을때는 기우제도 지낼꼄 태화산우회에서
이쁜 숫처녀회원 모집을해서 애국한번 해야겠습니다.^7^
호호
멋진 산행후기 감회가 새롭습니다
둥지님 최고십니다. 멋지세요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