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세마네 동산에 오르신 예수님
요한복음 18:1~2,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기드론 시내 건너편으로 나가시니 그곳에 동산에 있는데 제자들과 함께 들어가시느니라 그곳은 가끔 예수께서 제자들과 모이시는 곳이므로 예수를 파는 유다도 그곳을 알더라
찬송가 457장(겟세마네 동산의), 458장(너희 마음에 슬픔이 가득할 때)
예수님은 잡하시기 전날 밤 예루살렘 동편 산 감람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 감람산 기슭의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은 몇 시간을 기도하시다가 대제사장의 종들에게 체포되어 밤새껏 온갖 수모와 매맞음과 희롱을 당하다가 아침에 사형 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십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일을 당하시기 전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신 이유에 대하여 이 아침에 잠시 묵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평소의 경건의 습관을 따라 기도하기 위하여 오르셨습니다.
2절에서도 사도 요한이 밝히고 있는 바대로, 감람산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방문하여 절기를 지킬 때마다 자주 들러 기도하시던 곳이었습니다. 보통 절기는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월절과 초막절은 일주일씩 걸립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수전절도 지켰고 예수님도 그 수전절에 예루살렘 성전 예배에 참석하셨는데, 그 수전절도 일주일 동안 지키는 절기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은 주로 베다니의 나사로와 마르다, 마리아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시고 그 집에 주무시거나 이 감람산에 올라 밤을 새며 기도하시면서 쉬시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가룟 유다도 예수님의 이러한 습관을 잘 알고 이 날 밤에 예수님을 잡으려는 그 체포조들을 이끌고 감람산 한쪽 구석의 겟세마네 동산으로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늘 이렇게 어디 가나 기도하시는 것을 습관으로 삼곤 하셨습니다. 마가복음 1:35 말씀에 기록하기를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에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늘 새벽마다 조용한 곳에 가서 기도하시곤 하셨고, 어디 가나 기도의 습관을 따라 때로는 철야 기도, 때로는 이렇게 깊은 밤 동산에서 오랜 기도를 하곤 하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의 습관이 되어 있었기에, 그 날에도 그렇게 습관을 따라 기도의 동산에 올라가셨던 것입니다. 우리들도 예수님처럼 늘 기도하는 습관이 붙어서, 틈만 나면 주님 앞에 기도로 나아가는 자가 됩시다. 하루만 기도를 쉬어도 좀이 쑤시고 갑갑해서 견딜 수 없어 주님 앞에 달려나와 기도로 마음을 쏟아놓아야 마음이 후련한 사람이 가장 복이 있습니다. 이 기도의 습관이 영혼을 살리고 우리의 삶을 복되고 기름지게 하고 우리 가족과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통로가 될 줄 믿습니다.
둘째로, 예수님은 작정하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하려고 기도처에 오르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죄와 저주와 사망과 멸망의 운명에 떨어진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고자 이 세상에 오셨으며 대속의 십자가에 자신이 죽으시는 것이 그 일을 완성하는 일임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만세전에 작정하신 일이요 아버지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 뜻인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알고 있는 일이요 하나님이 예정하신 일이라고 해서 그냥 자동적으로 되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일이라 할지라도 그 일을 이루어가는 것은 땅에서 행해지는 기도가 없이는 안됩니다. 에스겔서 36장 37절에서 이르기를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그래도 이스라엘 족속이 이같이 자기들에게 이루어주기를 내게 구하여야 할지라”
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선지자들을 통하여 바벨론 포로 생활을 나중에 끝내게 하고 그들로 다시 고토로 돌아가게 하사 그 황폐한 땅에 사람들이 가득차고 무너진 곳이 다시 건축되게 하리라는 약속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은혜를 베풀어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셨지만 그 약속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그 약속이 이루어지도록 하나님게 매달리는 기도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 역시 하나님께서 인류 구원의 대업을 위하여 만세전에 작정하신 일이지만, 그 일을 이루어가는 것은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예수님은 이렇게 그 일이 이루어지도록 은혜를 구하려고 기도처로 올라가시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이 땅에서 하나님의 구원 사역과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가 우리의 삶과 봉사와 사역 속에 임하도록 기도하는 일에 늘 부지런합시다.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요”(야고보 4:2)라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자주 하나님의 은혜의 자리인 기도의 자리에 나아가 우리의 모든 필요와 하나님 나라의 진보와 하나님의 뜻의 성취를 위하여 간절히 땀 흘려 기도하는 성도들이 됩시다.
셋째로,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와 친교의 은혜를 얻고자 기도처에 오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크고 엄중한 사역을 앞두고 그 심령이 심히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기의 제자 중에 한 사람 가룟 유다가 그 심령에 사탄이 가득한 채 자기를 배신하러 어둔 밤중에 밖에 서둘러 달려가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괴로웠습니다. 예수님은 자기가 곧 닥치게 될 그 날 밤과 다음 날에 겪을 수많은 일들이 너무 힘겨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인간적인 모욕과 멸시, 침뱉음과 주먹다짐과 채찍질을 당할 때 육체의 고통, 벌거벗겨진 채 십자가에 매달려 그 고통스러운 아픔을 견딜 것과 온통 죄로 범벅이 될 것을 생각하면서, 예수님의 심령은 한없이 슬프고 아파 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날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가자 자기 제자들에게까지 알리기를,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막 14:34)고 기도 부탁을 할 정도로 마음이 동요되고 눌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날 자기의 제자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슬프고 낙심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자꾸만 죽으신다는 말씀, 그들을 멀리 떠나신다는 말씀을 자꾸 하시니까 힘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러한 기도 부탁의 말씀을 들어도 건성으로 듣고 힘이 떨어져서 그만 쿨쿨 잠들어버립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상황에서 오직 하나님 아버지의 위로가 필요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어루만져주심과 격려가 필요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용기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이 길을 가는 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절대적인 뜻이라는 하나님 아버지의 확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두고 이러한 하나님 아버지와의 친밀한 친교가 무엇보다 가장 절실히 필요했기에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그 날 밤 그렇게 세 번에 걸쳐 엎드려 피가 땀이 되도록 하나님과 기도의 씨름을 하며 독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응답을 받고 힘을 내어 이렇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때가 왔도다 보라 인자가 죄인의 손에 팔리느니라 일어나라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마가복음 14:41,42)
그리고 제자들의 앞에 나아가 가룟 유다와 대제사장의 무리들에게 자기를 평온하게 넘겨주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위로와 용기를 심령에 얻고 이 십자가의 길을 가는 것이 옳다는 확신 속에서 예수님은 그날 밤 고난의 폭풍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신 것입니다. 이렇듯 하나님과 충분한 교제의 힘이 세상의 모든 시험과 도전을 너끈히 이기게 해줍니다. 우리도 늘 하나님과 충분한 교제의 시간을 갖기를 힘씁시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그의 인간 구원을 위한 지상 사역의 마지막 절정을 이루기 위하여 최종 준비를 하러 올라가신 것입니다. 그것은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공적 사역의 시작도 기도였고 그의 마지막 사역도 역시 기도였습니다. 주님은 지금도 하늘 보좌 우편에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고 계십니다. 우리 생애도 그렇게 기도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 고난 주간에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신 주님을 기억합시다. 기도하신 주님을 본받아 한평생 늘 기도의 자리로 우리의 마음이 향해지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기도합시다.
하나님 아버지! 잡히시기 전날 먼저 기도의 동산에 오르셨던 예수님처럼, 우리도 항상 기도의 자리에 먼저 나아가 충분히 하나님과 시간을 보내는 거룩한 습관의 사람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