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2년하고도 한달째를 맞고 있습니다. 이미 3년차로 접어든 것입니다. 유럽 연합을 주축으로한 나토국들 사이에서 이미 러우전쟁은 핵심 관심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냥 마지못해 거들 뿐입니다. 미국은 대선의 영향으로 지원금이 의회에서 막혀 있습니다. 그동안 거의 모든 군수품들을 나토국들에서 지원받았던 우크라이나로서는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크라의 대통령 젤렌스키는 휴전과 관련해 러시아의 완전철수만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고 러시아는 그런 우크라의 태도에 마이동풍식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의 젤렌스키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바로 나토국의 리더격인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입니다. 사실 독일과 프랑스는 예전부터 그다지 사이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도 중세이후 양국이 화평을 맺은 적이 없다시피 합니다. 요즘은 할 수 없이 유럽연합으로 연대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여전히 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러우전쟁을 놓고도 양국의 입장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실제로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프랑스와 독일 양국 관계가 위기에 처한 부부의 모습이라면서 슐츠 독일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이의 갈등을 종식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양국이 러우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입니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지난달 26일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에 군대를 보내는 것에 대한 합의는 없지만 어떤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된다면서 파병론 또는 직접 개입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이 말속에는 우크라에 대한 군사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독일 총리 슐츠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대해 슐츠는 유럽 연합이나 나토에서 우크라에 직접 파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독일과 프랑스간의 오래된 국가간 감정까지 요즘 되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지금 프랑스나 독일 모두 국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농민시위로 한때 나라의 도로가 마비되는 사태를 빚었으며 아직도 그 불씨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는 7월 파리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분위기가 고조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프랑스의 고민입니다. 독일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수출로 버티는 독일 경제로서 지금 중국발 수출입 축소로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수출상황이 좋지 않으니 내수도 좋을 리가 없습니다. 사실 지금 러우 전쟁에 신경쓸 틈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미국이 사실상 지원을 중단한 상태에서 프랑스와 독일까지 갈등 관계를 보이니 러우 전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지리한 공방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크라 대통령 젤렌스키는 만일에 휴전을 할 경우 앞으로 있을 우크라 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러우전쟁의 발발을 둘러싼 책임 공방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전쟁중에도 계속된 군대내 부패상황에 대한 전쟁의 최고 책임자의 책임이 결코 가벼울 수 없습니다. 젤렌스키가 휴전을 망설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이렇게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드디어 세계의 어른인 교황이 나섰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만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협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교황은 상황을 보면서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협상이라는 말은 용감한 말이라면서 전황이 악화되고 여러 상황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협상할 용기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 대통령 젤렌스키에게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훈수를 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세계의 그 어느 나라 그 어느 지도자도 나서지 않았던 중재자 역할을 교황이 맡은 것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우크라 대통령 젤렌스키는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젤렌스키 입장에서는 교황의 훈수를 따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전쟁을 계속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놓였습니다. 세계의 어른이라는 교황이 던지 훈수를 무시할 경우 앞으로 일어날 사안에 대해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교황의 훈수대로 백기를 들고 휴전을 할 경우 우크라 국내에서 대통령 재선은 말할 것도 없고 견뎌내기도 힘들 것이라는 관측속에 젤렌스키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가고 우크라 국민들의 피해는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