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포대능선
글: 조장빈(근대등반사팀)
아마도 서울과 근교산의 등산로 중에 도봉산 포대능선처럼 입에 오르내리는 등산코스도 없을 듯하다. 주말 등산을 즐기는 이들은 도봉산 포대능선을 안가보고 등산 얘기를 언급했다간 얼치기 산악인 취급을 당하기 쉽다. 서울 도심에서 적당히 벗어난 거리의 원도봉산 코스는 도봉산 주능선 상의 우뚝 솟은 암봉이 빼어나고 나름 등산 경력을 뽐낼만한 적당한
어려움의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는데, 언제고 바위들을 엮어 놓은 와이어 로프가 볼썽사납다. 도봉산의 포대능선의 지명 유래는 능선 위에 미군부대에서 설치한 대공포 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추정한다. 그럴듯하다.
포대능선이 언제부터 불리워진 지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전에 이 산을 포태산이라 부른 적이 있다. 월간 <산> 1971년 12월호에 전한국산악회 장재헌 부회장이 “1938~1939년 정월
道峯山 胞胎山에 올랐을 때 멀리서~”라며 일제강점기 조선산악회 창립회원인 이이야마 다츠오(飯山達雄)를 만난 기억을 얘기하는 도중에 “胞胎山”이라는 지명이 나온다. 기사 원문에 한문으로 기재되어 있어 기자가
실수로 쓴 지명이 아니라 통용되던 지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포태산은 도봉산이 ‘寶陀洛迦山’과 같아서 생긴 지명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산의 지명이라는 것이 스님의 눈으로 본 것이고 사찰이 있는 산은 모두 보타락가산이니 말이다.
1930년대 망월사 경관(망월사지)
오늘보니 지난 글(조선산악회 사이토 타츠모토(濟藤龍本)의 식물채집을 위한 등산)에
우리식물에 일본사람 이름으로 된 학명 때문에 학자들이 짜증낸다고 하는 댓글이 걸려 답글로 적어 보았다. 산의
지명에도 그런 사례가 많음은 알려진 사실이고 산서회원들은 이에 대해 꾸준히 조사, 연구를 하여왔다. 손경석은 도봉산 주봉 지명에 대해 일본인이 명명했다며 산악지명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고 김윤우는 인왕산 지명
변경에 노력했으며 이우형, 박용수는 백두대간을 세상에 알렸다. 엊그제는
우이동에서 회원들과 예전 설악산 세미나에서 지명 고찰이 있었다는 얘기를 이용대 고문에게 들으며 탁배기 한 잔을 비웠다. 일제강점기 등반 기록을 공부하다보면, 많은 초등정이 일본인들에 의해
이루어져 화가 돋는다. 임무(林茂)라는 한국인이 있어, 이
땅의 알피니즘이 그에게서 비롯됐다는게 한편 신기할 지경이다. 물론, 한국인으로
인정을 주저하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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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대능선은 이전에 대공포대가 있었던 649봉에서 자운봉과 마주보는 신선대까지를 말한다. 포대능선이란 이름도
대공포대가 있었기 때문에 유래했다.”(「도봉산포대능선은
왜 포대능선일까?」, 2010, http://blogs.chosun.com)
2. “백두산
동남쪽 산기슭이 분수령(分水嶺)이어서, 동쪽은 토문강(兎門江)의 수원이 되고, 서쪽은 압록강(鴨綠江)의 수원이
된다. 분수령은 허항령 주위를 두르고, 산맥이 300여 리를 내달려 높이 솟아나 보타산(寶陀山)이 된다. 세속에서는 이를 포태산(胞胎山)이라고 부른다. 동쪽은 장백산(長白山)인데 무산부
사람들은 그 산을 검덕산(黔德山)이라고 부른다.”(知濯, 1869, 「白頭山記」, 『三峰集』) 승려 지탁은
우리나라 제2의 고봉인 함북의 관모봉을 지역에서는 포태산이라 칭했다고 하며 백두대간의 분수령에서 압록강과
토문강이 나뉨을 말하고 있다.
3. “도봉산은 서울의 주봉으로서….뒤에는 바위가 인도의 부처님인양 솟아있고 앞에는 臺石이 토끼인양 웅크리고 있으니 참으로 천태산보다 뛰어난 경치요 寶陀洛迦山에 견줄 만하다.”(망월사사적)
전에, 도봉산 지명 중에 ‘와이(Y)’
계곡이란 명칭이 마뜩치 않아 이왕 칭하려면 ‘아계(丫溪)’라 부르는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혔더니, 박기성 형(전 사람과 산 편집장)은 다수가 그리 부르니 그 또한 억지로 고쳐
부를 필요는 없다고 하니 그에 동의 하고 탁배기를 마셨는데, 남산의 아계는 아래와 같다.
“고지대(高地帶)에서 흘러 나와 결코 마르지 않는 것으로는 아계(丫溪)를 따를 만한 곳이 없다. 두 개의 물줄기가 마치 다투기라도 하듯
골짜기로 달려와 한데 합쳐서는 바윗돌에 부딪쳐 폭포로 매어 달리며 아래에 소리를 전해 주고 있는데” (「징영당(澄映堂) 십영(十詠)에 대한 서문(序文)」, 『간이집』 제3권)
첫댓글 포대능선 관련 대공포 보다 훨씬 전 이야기가 있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