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 산행경로
신내역
김유정역(06:05-07:16)
금병산(08:55)
원창고개
수리봉(11:23)
대룡산(13:32)
제1활공장
갑둔이고개
명봉(15:08)
427.9봉
구봉산(16:53)
구봉산휴게소(17:18)
춘천역
◈ 산행거리
24.6km
◈ 산행시간
10시간 02분
◈ 산행기
안개가 짙게 깔린 김유정역에서 내려 온통 추색으로 단장한 한적한 마을을 지나 산으로 들어가 청정한 잣나무 숲을 쉬엄쉬엄 올라가니 쌉싸름한 추위가 온몸으로 느껴져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뚝뚝 허공에서 떨어지는 안개비를 맞으며 축축하게 젖은 능선으로 붙어 예전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낯익은 금병산(651.2m) 데크에 올라 막걸리 한 컵으로 허전함을 달래고 벌써 내려오냐며 인사를 건네는 주민들과 지나쳐 뚝 떨어지는 산길을 바삐 내려간다.
원창고개에서 미련하게 왼쪽으로 가다 돌아와 명부정사로 이어지는 오른쪽 도로로 들어가 용도 모를, 전차 저지용 비슷한 철제 구조물들을 보며 안부를 지나서 철망으로 둘러쳐진 농원의 쉼터를 보며 예전에 없던 데크 전망대가 있는 수리봉(644.0m)으로 올라간다.
무심코 집어넣은 연시가 터져 엉망이 된 배낭을 정리하고 춘천 쥐약님과의 기억이 깃든 산길 따라 군사 도로로 떨어져 철조망과 군 시설물들로 힘겹게 통과했던 기억을 생각하며 능선을 버리고 빙빙 도는 가파른 도로를 기진맥진해서 올라가다 바닥에 걸터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이제 판단도 잘못하는, 늙어가는 자신을 한탄한다.
녹두봉 군부대를 지나 공사로 어수선한 임도를 타고 수리봉 이정표가 서 있는 능선 삼거리를 지나 대룡산(899.1m)에 올라 김밥을 주며 겨울철 박새와 놀았던 데크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쉬고 아직 만만치 않게 남아있는 거리를 생각하고 잔잔하게 가을로 물들어 가는 한적한 산길을 부지런히 따라간다.
억새가 춤추는 제1활공장(x773.7.m)에서 지나온 대룡산을 둘러보고 갑둔이고개를 지나 춘천지맥과 헤어져 명봉(642.1m)에 올라 벤치에 앉아 남은 술을 마시고 힘없는 다리를 채근하며 4km 남은 마지막 구봉산으로 향한다.
바람이 전혀 나오지 않는 풍혈과 지역의 사연이 깃들어있는 순정마루를 지나고 이정표에 연산봉이라 쓰여있는 427.9봉을 넘어서 거두리 갈림길들을 지나 구봉산(439.8m)에 올라 구석에 감춰져 있는 예전의 작은 정상석과 반갑게 만난다.
삼거리로 돌아와 남은 술과 간식을 다 먹고 여전히 뚜렷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타고 감정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로 내려가 고딕풍 카페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캔맥주 하나로 갈증을 달래고 대중교통이 없다는 소리에 택시를 불러 춘천역으로 나간다.
▲ 명봉과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춘천지맥
▲ 가리산
▲ 뒤돌아본 대룡산과 녹두봉
▲ 구봉산
▲ 구봉산 정상석
▲ 구봉산 전망대
첫댓글 산행기보니 괜히 울적해 지네요.
늙어가는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자나요.
힘내세요~^^
울컥은...? 누구나 다 늙어가는 거지요...
상당히 긴능선을 종주하셨네
아직 기운이 팔팔합니다 ^^
ㅎㅎ 이제 기운이 딸립니다...^^
전에 그렇게 갔다가 대룡산에서 조금 더가다 내려와서 솔개님 만나 춘천에서 술먹고 왔던 기억이 나네요
산천은 유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이게 맞는건가?
춘천 사람들은 다 잘 살고있는지 모르겠구만. 이제 연락이 끊어져서리...
@킬문 솔개도 지금 공로연수중일걸요
안개비가 내렸군요.
야장몽다(밤이 길면 꿈이 많다)라고, 산행이 길면 생각도 많아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굵은 안개비가 한동안 떨어졌습니다...
구봉산 끄트머리로 가면 삼거리에 버스 다니는데~ 저도 글케 버스타고 춘천으로 온적이 있슴다. 다른데로 내려오셨나봅니다 ㅠ
구봉산 전망대 휴게소에 들어가니 버스가 없다고 하더만요. 가을에 걷기 좋은 산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