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스페인 여행 5 (2014.1.9 ~1.22) / 스페인 세비야, 황금의 탑과 스페인 광장

[무명시대]

모로코, 스페인 여행(5)

네째날(1)

 안달루시아 주의 수도, 세비야   

황금의 탑과 스페인 광장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Jan. 2014

호텔 뜰의 화분과 창문

비가 내리는 호텔 ABADES의 정원

여행 나흘째 아침을 맞는다.

모로코와는 달리 호텔이 따뜻해서 두꺼운 옷을 입지 않고서도 간밤을 편안하게 잤다. 바다 하나 건넜을 뿐인데 이렇게 차이가 있다. 새벽 4시, 여전히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른 시간에 잠을 깨 창밖을 내다보는데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스페인의 겨울은 이렇게 비가 간단없이 내리는 날인가? 비가 내리면 여행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날씨도, 비도 눈도 바람도 여행의 일부인 것을,,,,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은 기껍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은 여유롭게 9시 호텔을 출발해 황금의 탑, 스페인 광장, 대성당을 둘러 보고 론다에서 누에보 다리를, 말라가에서 피카소 생가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세비야 시내로 들어서는데도 비는 여전히 멈출 기미가 없다

과달키비르 강변의 황금의 탑

과달키비르 강변의 황금의 탑, 현재 해양박물관이다 ㅣ 스페인 세비야

자연현상은 아무리 예측을 잘한다고 해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도무지 멈출 것 같지 않던 겨울비가 황금의 탑에 도착하자마자 정말 거짓말처럼 그쳤다. 그야말로 마술처럼. 이런 순간이 오면 가벼워진 마음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황금의 탑은 세비야 시내를 관통하여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과달키비르 강이 바깥으로 크게 휘어지는 유역에 군사방어시설의 일부로 설치된 탑이었다. 정12각형의 이 탑은 1220년 무어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되었는데 강 맞은편에 있던 은의 탑과 쇠사슬로 연결하여 선박의 이동을 통제했던 시설이었다. "황금의 탑"이라고 불리게 된 연유에 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탑의 꼭대기가 황금색 타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그럴듯하다.

과달키비르 강변의 황금의 탑이 있는 주변은 1492년 콜럼버스가 대항해를 시작한 곳이자 훗날 스페인 왕국의 강력한 후원을 입은 마젤란도 역시 이 강에서 세계 일주 항해를 시작하였으니 "위대한 강"(과달키비르의 아랍어)이라는 이름이 허세만은 아닌듯하다. 지금은 해양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곳에서 세계 일주 항해를 시작한 마젤란 관련 자료가 보관, 전시되고 있다고 하니 시간이 허락하는 여행자라면 들러볼 일이다.

황금의 탑 MUSEO NAVAL, TORRE DEL ORO

황금의 탑 정문. 작은 대포가 이색적이다. 탑꼭대기는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과달키비르 강의 유람선

이 강은 스페인에서도 드물게 내륙 깊숙히 배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서 세비야가 이 지역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했기에 콜럼버스도, 마젤란도 이곳에서 배를 띄워 대서양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도 유람선 관광과 시민들의 휴식처로서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세비야 스페인 광장

스페인 광장 건물 중앙의 기둥들

황금의 탑을 둘러보는 사이 하늘이 완전히 개었다.  여전히 대지는 촉촉하지만 그토록 세차게 쏟아지던 비가 멈췄다는 사실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 좋은 하늘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쾌적하고 맑은 날에 여행을 한다면 그 또한 즐겁게 않겠는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아무튼 중세의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걷혀갈 무렵, 이곳에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전개되었다는 기록을 되새기며 황금의 탑을 잠시 둘러보고 스페인 광장으로 이동했다.

스페인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반원형 건물 중앙 정면. 라틴 아메리카 스타일로 지어졌다.

스페인 광장은 로마에도 있고 마드리드에도 있고 스페인 전역에 두루 산재해 있는 흔하디 흔한 광장이다. 하지만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은 다르다. 그 어느 스페인 광장보다도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1929년 이곳에서 개최된 이베로, 아메리카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마리아 루이사 공원과 함께 조성된 이 광장에는 라틴 아메리카 스타일로 지어진 멋진 반원형 건물이 있다. 라틴 아메리카 스타일로 지어졌다는 이유로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라는 평가가 따르기도 한, 둥근 광장의 절반을 둘러싸고 있는 이 반원형 건물은 박람회 당시 대회장으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현재는 정부기관이 들어와 있다. 

이 건물은 주소재로는 벽돌과 세라믹이 사용되었으며 건물의 양 끝에는 각 하나씩의 기다란 뾰쪽탑이 서 있고 광장과 건물 사이로는 작은 강(수로)이 흐르고 있다. 그 수로 한켠에 보트 계류장이 있어 보트를 빌려 탈 수도 있다. 조금 전 들린 황금의 탑에서도 광장의 일부가 보이며 세비야 대성당과는 약 10분 거리에 있다. 

스페인 광장의 중앙. 방금 전까지 내린 비로 인해 광장은 축축히 젖어있다

푸른색 타일 난간이 이색적인 무지개 다리 아래로 작은 강이 흐르고 있다.

수로를 가로지르는, 건물 중앙 양 옆에 놓인 무지개 다리의 파란색 타일 난간은 여행자의 시선을 강력히 끌어당긴다. 어찌보면 중국풍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광택이 나는 파란색 타일은 누가 뭐라해도 이슬람 문화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이베리아 반도 남부를 절대적으로 지배했던 수백 년의 이슬람 문화가 세월이 흘렀다 하여 완전히 지워질 수는 없는 일, 어쩌면 그 오랜 문화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졌다기보다는 이렇게 스페인 문화의 한부분으로 정착되었다고 봐야할 일이다. 

붉은색 벽돌과 푸른색 타일의 조화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광장 건물의 중앙 테라스를 받치고 있는 기둥들

광장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가로등 또한 평범한 것이 없다.

광장을 둘러싸고 흐르는 작은 강. 강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은 여전히 무겁게 내려 앉아있다. 사진도 더불어 무겁기만 하다.

광장의 한쪽 끝 탑에서 본 모습. 초점거리가 보다 짧은 렌즈였으면 좋았으련만 

강에는 여러 척의 보트들이 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철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운행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광장 중앙의 분수 뒤편으로 솟아오른 탑 

외부 담장이나 다리 난간 등 광장의 많은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파란색 타일

타일 벤치

현재 정부청사로 쓰이고 있는 반원형 건물의 회랑 아래부분은 여러 칸으로 나뉘어 58개 스페인 주요도시의 지도와 역사적 사건들을 타일 모자이크로 특색있게 장식하고 있다. 자기의 고장, 자기의 도시를 사랑하는 성향이 유별나게 강한 스페인 국민들의 특성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지 않을까? 

이 파란색 타일 난간과 가로등 지주들, 이슬람 문화의 강력한 흔적이 아닐까?  

스페인 광장을 건축한 아니발 곤잘레스 동상. 뒤로 보이는 공원은 "마리아 루이사 공원"이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은 1893년 산 뗄모 궁전 정원의 반을 세비야 시민을 위해 기증한 마리아 루이사 왕비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공원이다. 이 공원은 1929년 이베로 아메리카 박람회 당시 세비야 시에서 새롭게 단장을 하였는데 아니발 곤잘레스의 작품인 라틴 아메리카 스타일의 스페인 광장과 연결되어 있다.

라틴 아메리카 스타일의 반원형 건물의 중앙부

두 개의 탑 중 왼쪽의 탑

가로등과 조화를 이룬 오른쪽 탑. 불이 들어온 광장의 멋진 밤의 모습이 연상된다.

건물 한 가운데 아치에서 내다본 광장의 분수, 분수 너머로 마리아 루이사 공원이 이어진다 

무지개 다리에서 바라본 광장

반원형 건물의 내부 회랑

광장의 마차. 마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세차게 내리던 비 때문이었을까?  광장 입구에 서 있는 말과 마차는 비옷으로 무장을 한채 누군가가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데 어디를 봐도 마부가 보이지 않는다. 인근의 세비야 대성당과 스페인 광장 간을 오가는 관광용 마차가 인기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체여행객인 우리에게 마차를 타 볼 기회는 없다. 아쉬운 마음에 마차 주변을 둘러 보는데 마차 안에서 인기척이 인다. 마부다. 비가 내리는 날이기 때문일게다.  

사진을 찍다가 일행을 놓쳤다. 모이기로 한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가다 그만 건물 안에서 길을 잃었다. 들어올 때 일행들을 따라 무심코 들어왔으니 나가는 문을 제대로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건물의 반대편으로 갔다가 부랴부랴 돌아나오니 이미 약속된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다. 미안한 일이다. 일행들에게 술을 사야할 일이다. 

세비야 대성당으로 가는 버스에서 본 스페인 광장 외관 

- 스페인 광장을 나서서 대성당으로 이동한다. 다시 날이 흐려지고 있다 -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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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BitterSweet]

광장을배경으로사진찍기에바빠,저렇게아기자기한포인트들을놓치고말았네요. 스페인광장. 잠깐둘러봤을때도와~했는데. 사진을보니.더자세히둘러보지못한게무척아쉽네요^^

[무명시대]

잘 지내고 계시지요? 스페인 광장을 조금 여유롭게 보려면 반나절은 봐야 할 것 같더군요. 마리아 루이사 공원도 좀 돌아보면서,,,하지만 그럴 여건이 안되니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대신 인증사진은 많이 찍으셨지요? 이번 모로코, 스페인을 여행하는 동안 제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더군요. ~^^

[레고박사]

세비아 사진을 보고서 느끼는것이지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다르다는것을 알수있고 스페인광장이 인상깊고 수많은 관광객이 온다는것을 알수있습니다

[무명시대]

동감합니다. 아마도 이슬람 문화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인상 깊었던 곳입니다.

[발칙한 상상]

비 내린 흐린날의 스페인 광장은 정말 색다른 맛이네요.
제가 갔을 때는 해가 쨍쨍했을 때라 저런 호젓한 맛이 없었는데 전혀 다른 장소를 보는 것 같았어요.
정말 인상적이었던 마리아 루이자공원, 알함브라 못지 않았던 알카사르, 황금의 탑, 대성당, 지금은 학교가 됐지만 카르멘의 무대가 되었던 연초공장...세비야에 3일을 있었지만 떠나는게 정말 슬펐던 보물같은 도시예요.
정말 다시 가고 싶네요. 아름다운 사진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명시대]

호젓한 분위기라는 표현을 미쳐 떠올리지 못 했는데 듣고 보니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ㅎㅎ 시간의 제한 때문에 무하데르 장인들이 만들었다는, 알함브라 궁전 못지 않게 아기자기한 세비야의 알카사르를 보지 못했던 것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3일을 머물렀다니 부러운 일정입니다. 고맙습니다~~^^

[자연애]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생소합니다...ㅋㅋ 근데 사진이 정말 엽서 같네요. 다시금 기억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당~~

[무명시대]

세상에는 가볼 곳이 많고 많은데 한번 다녀온 곳을 언제 또 다시 가겠나?하는 생각이 일반적이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하면 전혀 예기치 않게 그곳을 또 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시 다녀오시기를 기원드리겠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들꽃 1004]

비가 와서 감성까지 촉촉해지던 그 곳
함샘만큼 저도 세비아광장은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열심 봤는데
사진이 넘 좋아 새롭네요.^^

[무명시대]

그렇죠? 저도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사진을 정리하면서 다시 보니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더군요. 여행은 세 번이 즐겁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떠나기 전, 여행하면서, 그리고 돌아와서 정리하면서까지. ^^

[할리박]

저는 스페인 광장을 위에서 만 찍어 다리를 넘어가보지 못 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멋지네요. 훌륭합니다. 굿~~^^*

[무명시대]

그래서 보완이 필요하지요. 짧은 시간 가는 곳은 제한적이니 도리없는 일 아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