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곡유목(刻鵠類鶩)
따오기를 그리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집오리를 그렸다는 뜻으로, 배움에 있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면 최소한 비슷한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刻 : 새길 각
鵠 : 고니 곡
類 : 무리 유
鶩 : 집오리 목
각곡유목(刻鵠類鶩)이란 고니를 새기려다 잘못되더라도 집오리와 비슷하게 된다는 뜻으로, 옛 성현이 남긴 글을 익힘에 완전히 다 배우지는 못한다할지라도 최소한 가까이는 갈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에서 유래했다.
후한(後漢)의 명장 마원(馬援)이 두 조카에게 보낸 편지에 "백고(伯高)라는 사람을 본받으면 그렇게 되지는 못한다하더라도, 하는 일에 조심하고 신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른바 고니를 새기려다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집오리와는 비슷하게 된단다"라고 타일렀다.
效伯高不得(효백고불득)
猶為謹敕之士(유위근칙지사)
所謂刻鵠不成(소위각곡불성)
尚類鶩者也(상류목자야)
다음은 문심조룡(文心雕龍)에 나오는데, 이 경우에는 성어 화호류구(畵虎類狗)와 동일한 뜻으로 쓰였다.
고니를 그렸는데 오리를 닮았다는 말로, 너무 고원한 것만 추구하다가 이루지 못하고 웃음거리가 되거나 혹은 서투른 솜씨로 흉내 내려다가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쓰인다.
그러므로 비유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세밀하고 빈틈없는 방법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고니를 그렸는데 오리를 닮는 식이라면 이는 취할 바가 못 된다.
故比類雖繁(고비류수번)
以切至爲貴(이절지위귀)
若刻鵠類鶩(야각곡류목)
則無所取焉(칙무소취언)
새길 刻(각)은 돼지 해(亥)와 칼 도(刂)로 구성되었다. 亥(해)에 대해 허신은 설문(說文)에서 亥는 뿌리라는 뜻이다. 10월이 되면 미약한 양기(陽氣)가 일어나 왕성한 음기(陰氣)와 접한다. 二(상)으로 구성되었으며, '二'은 上(상)의 옛글자이다. 한 사람은 남자이고 한 사람은 여자다. 乚(은)으로 구성 되었는데, 아이 밴 모양을 본뜬 것이다. 춘추전(春秋傳)에도 '亥'의 두 획은 머리모양이고 여섯 획은 몸의 모양이다고 했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소전의 자형을 설명한 것으로 남녀가 교합하여 아들(子)을 낳는다는 것, 즉 12지지가 亥(해)에서 끝나지만 다시 子로 이어지는 순환관계를 나타내려 한 것이다. 돼지라는 뜻은 가차한 것이며 허신의 설명처럼 남녀, 즉 음양을 나타낸 글자다. 刂(도)는 刀(도)의 간략형으로 한 쪽 날만을 세운 칼이다. 따라서 刻(각)의 전체적인 의미는 조각칼(刂)을 이용하여 나무와 같은 대상물을 음양, 즉 양각(陽刻) 혹은 음각(陰刻)으로 새김을 뜻한다.
고니 鵠(곡)의 구성은 알릴 고(告)와 새 조(鳥)로 이루어졌다. 告(고)는 소를 상형한 소 牛(우)와 사람의 입모양을 본뜬 입 구(口)로 이루어졌는데, 그 의미는 제단에 제물로 소(牛)를 바친 뒤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신에게 아뢴다(口)는 데서 '아뢰다', '알리다'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 鳥(조)에 대해 설문(說文)에서는 '鳥는 꼬리가 긴 새를 아울러 부르는 명칭이며, 상형글자이다' 라고 하였다. 고문에 그려진 것은 새의 발이 匕(비)처럼 생겼기 때문에 匕(비)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鳥(조)는 비교적 꽁지가 긴 새를 의미하는 상형글자이며, 반면에 새 隹(추)는 꽁지가 짧고 통통한 작은 새를 그린 상형글자이다. 따라서 鵠(곡)의 전체적인 의미는 겨울을 알려주는(告) 새(鳥)라는 데서 '고니'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으며 활쏘기의 표적이 된다는 데서 '과녁'이라는 뜻도 지니게 되었다.
무리 類(유, 류)의 구성은 깨닫기 어려울 뇌(米+頁)와 개 견(犬)으로 짜여 있다. '米+頁'는 쌀 미(米)와 머리 혈(頁)로 구성되었다. 米(미)는 벼와 기장의 알맹이 모양을 본뜬 상형글자로 갑골문에도 보이는데, 가로획(一)을 중심으로 상하에 각각 세 점이 곡식의 낟알을 표시하고 있다. 사람의 얼굴(머리)을 뜻하는 頁(혈)은 갑골문과 금문에도 사람의 몸과 머리털을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특히 눈이 강조되어 있다. 또한 책의 면수(페이지)를 나타낼 때는 '책면 엽'으로 읽는다. 따라서 뇌(米+頁)는 곡식의 낱알이나 쌀(米)은 그놈이 그놈 같아 그 모양(頁)을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犬(견)은 개의 옆모양을 본뜬 것으로 가장 큰 특징인 입으로 내민 혀(丶)를 강조하였다. 따라서 類(유)의 전체적인 의미는 개(犬)는 그 생김생김이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렵다((米+頁)는 데에서 '닮다'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다. 한편으로 인문학적인 해석을 한다면 米(미)는 식물을, 犬(견)은 동물을, 頁(혈)은 사람을 대표함으로써 각각의 종(種)을 나타내 '무리'란 뜻을 지니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집오리 鶩(목)의 구성은 힘쓸 무(敄)와 앞에서 살펴 본 새 조(鳥)로 이루어졌다. 敄(무)는 務(무)의 간략형이다. 務(무, 업신여길 모)는 창 모(矛)와 칠 복(攵) 그리고 힘 력(力)으로 구성되었다. 矛(모)는 긴 나무자루 끝에 날카롭고 뾰족한 쇠를 박은 '창'을 본뜬 상형글자다. 攵(복)은 攴(복)의 간략형으로 손(又)에 회초리나 몽둥이(卜)를 들고서 친다는 뜻을 지녔다. 일반적으로 글월 문(文)과 비슷하다하여 붙여진 '등(等) 글월 攵(문)'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자형의 우변에 놓인다. 力(력)은 끝이 세 갈래인 오늘날의 쇠스랑과 같은 농기구를 본뜬 것이다. 즉 논밭(田)에서 가래나 쇠스랑과 같은 농기구(力)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내(男)와 같은 힘이 요구됨을 표현한 것이다. 이에 따라 務(무)의 의미는 전쟁과 관련된 글자로 창(矛)과 몽둥이(攵)이로 찌르고 때리며 싸우는 것에 온 힘(力)을 다하는 일을 그려낸 것으로 '힘쓰다'는 뜻을 지녔다. 또한 창과 몽둥이를 휘두르는 일은 상대에게는 모욕적인 행위여서 '업신여기다' 뜻도 함께 지니고 있다. 따라서 鶩(목)의 전체적인 의미는 집안의 두엄자리나 검불더미 등을 힘써(敄) 뒤지는 새(鳥)라는 데서 '집오리'라는 뜻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