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독(家督)
한 집안을 감독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맏아들을 이르는 말이다.
家 : 집 가
督 : 살필 독
사기(史記) 권41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에 '집에 맏아들이 있으면 그 집안의 감독이라 한다(家有長子曰家督)'고 한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중국 전국시대 오월동주(吳越同舟) 시절의 도주공(陶朱公) 범려(范蠡)의 가정에 얽힌 이야기다. 범려는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패자로 등극시켜 놓고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그는 월왕 구천으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하지 않으려고 몸을 피해 가솔(家率)을 이끌고 제(齊)나라에 도착하여 장사 수완을 발휘해 많은 재물을 모았다.
朱公居陶, 生少子.
주공거도, 생소자.
주공, 즉 범려는 도땅에 살면서, 막내아들을 낳았다.
少子及壮, 而朱公中男殺人, 囚於楚.
소자급장, 이주공중남살인, 수어초.
이 막내가 청년이 될 무렵, 둘째 아들이 사람을 죽여 초 나라에 갇혔다.
朱公曰 殺人而死, 職也.
주공왈 살인이사, 직야.
然吾聞千金之子不死於市. 告其少子往視之.
연오문천금지자불사어시. 고기소자왕시지.
주공은 말하기를 "살인했으면, 죽어 마땅하다. 그러나 듣자하니, 재력가의 아들은 처형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라고 하고, 막내아들을 시켜 살피게 했다.
乃装黄金千溢, 置褐器中, 載以一牛車.
내장황금천일, 치갈기중, 재이일우거.
그리고 황금 1천일(鎰)을 가져가게 했는데, 그것은 헝겊 자루에 넣어 한 대의 마차에 실었다.
且遣其少子, 朱公長男固請欲行, 朱公不聴.
차견기소자, 주공장남고청욕행, 주공불청.
막내아들을 막 보내려고 하는데, 큰아들이 자신이 가겠다고 하자 주공은 이를 승낙하지 않았다.
長男曰 家有長子曰家督, 今弟有罪, 大人不遣, 乃遺少弟, 是吾不肖. 欲自殺.
장남왈 가유장자왈가독, 금제유죄, 대인불견, 乃遺少弟, 시오불초. 욕자살.
큰아들은 말하기를 "집안에 장남이 있어 집안일을 살피므로 그를 가독(家督)이라 부릅니다. 지금, 동생이 죄를 지었는데, 아버님께서 저를 보내지 않고 막내를 보내는 것은 제가 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라고 하고 자결하려 했다.
其母為言曰 今遣少子, 未必能生中子也, 而先空亡長男, 柰何?
기모위언왈 금견소자, 미필능생중자야, 이선공망장남, 내하?
그의 어머니도 말하기를 "지금 막내를 보내 둘째 애를 반드시 살려낼지 알 수 없는 일인데, 그보다 먼저 큰애를 잃게 생겼으니 어떻게 하면 좋지요?"라 했다.
朱公不得已而遣長子, 為一封書遺故所善荘生.
주공불득이이견장자, 위일봉서유고소선장생.
曰 至則進千金于荘生所, 聴其所為, 慎無與争事.
왈 지칙진천금우장생소, 청기소위, 신무여쟁사.
주공은 할 수 없이 장남을 보냈는데, 편지 한 통을 써서 오랜 친구인 장선생(莊先生)에게 건네주게 하면서 말하기를 "그곳에 도착하면, 장선생 댁에 이 황금 천 일을 갖다드려라. 그가 하는 대로 따르되, 절대 논쟁하지 말아라"라 했다.
長男既行, 亦自私齎數百金.
장남기행, 역자사재수백금.
장남은 떠날 때, 자신도 수백 금의 황금을 따로 챙겼다.
초 나라에 도착하니, 장선생 집은 외성 벽에 붙어 있었는데, 명아주 풀숲을 헤치고서 겨우 문 앞에 당도해 보니, 거처가 매우 빈한(貧寒)했다. 장남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편지와 황금 천 일을 건네주었다.
장선생이 말하기를 "어서 빨리 떠나거라. 절대 머물러 있지 마라. 동생이 나오거든, 절대 그 까닭을 묻지 마라" 라고 하니, 장남은 떠나, 이후로 장선생을 방문하지 않고 몰래 머물렀다. 그는 자신이 따로 가져간 황금을 楚나라의 실력자에게 바쳤다.
장선생은 비록 빈민촌에서 살고 있을망정, 그의 청렴결백이 온 나라에 알려져, 왕 이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스승처럼 존경했다. 그는 주공이 보내온 황금을 가지고 싶어서 받은 것이 아니라, 일이 성사된 후에 돌려주고 신용을 나타내고 싶었다.
그래서 황금이 도착하자, 부인에게 말하기를 "이것은 주공의 것이오. 내가 병들어 죽어 미리 주공에게 건네주지 못하더라도, 당신은 잊지 말고 돌려주도록 하시오. 절대 손대지 마시오"라 했다. 주공의 장남은 그의 속마음을 몰랐기에, 황금이 별다른 작용을 못한 것으로 짐작했다.
장선생은 적당한 때 입궐해 왕을 알현하고 말하기를 "어떤 별이 모처로 움직였는데, 이는 나라에 불길한 것입니다"라 했다. 왕은 평소 그를 신임했기에,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하고 물었다.
장선생은 대답하기를 "덕을 베푸셔야만 이를 없앨 수 있습니다"라 했다. 왕이 말하기를 "그대는 조금 더 있어주오. 나는 그대가 시키는 대로 하리다"라 했다. 이에 왕은 사자를 시켜 금, 은, 동의 세 창고를 봉쇄시켰다.
뇌물을 받은 그 실력자는 깜짝 놀라 주공의 장남에게 말하기를 "왕께서 대사면을 하실 것이오"라고 하니, 장남은 "어떻게 그걸 아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왕께서 매번 대사면을 할 때는 항상 그 세 창고를 봉쇄시켰소. 어제 밤에 왕께서 사자를 보내 봉쇄시키셨다고 하오" 라고 대답했다.
장남은 대사면이 있다면 동생은 당연히 나올텐데, 장선생에게 보낸 황금은 별 의미도 없게 되어 아깝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장선생을 다시 찾아가니, 그는 깜짝 놀라며 말하기를 "아니, 자네는 아직도 안 떠났단 말인가?" 라 했다.
장남이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저번에는 동생 일로 찾아뵈었는데, 지금 대사면이 의논되고 있다 하니 동생은 당연히 풀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직인사나 드리러 왔습니다"라 했다.
장선생은 그가 황금을 다시 가져가고 싶어함을 알고 말하기를 "자네는 방으로 들어가 황금을 가져가게" 라고 하니, 장남은 곧장 들어가서 황금을 가지고 떠나면서 매우 기뻐했다.
장선생은 주공의 장남에게 배신당한 것이 수치로 느껴져, 이내 입궐해 왕을 알현하고 말하기를 "신이 저번에 별의 움직임에 대해 말씀 드리자, 왕께서는 덕을 베풀어 보답하고자 하셨습니다. 이제 제가 밖에서 듣자하니 오가는 사람들이 수군거리기를 도땅의 부자 주공의 아들이 살인을 저질러 갇혔는데, 그 집에서 황금으로 왕의 측근을 매수했고, 이번 대사면도 백성을 아껴서가 아니라 주공의 아들을 위해서라고 한답니다" 라 했다.
왕은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내가 부덕하다 하더라도, 어찌 주공의 아들을 위해서 은혜를 베푼단 말이오" 라고 하고, 판결을 내려 둘째 아들을 처형시켰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서야 대사면령을 내리니, 주공의 장남은 동생의 시신을 지니고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도착한 후에,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슬퍼하는데, 주공만은 웃으면서 말하기를 "나는 큰애가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할 줄 원래부터 알았다. 그가 동생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아까워서 돈을 쓸 줄 모르기 때문이다. 큰 애는 어려서부터 나와 함께 고생을 했고, 살기 위해서 고난을 겪었으므로, 함부로 돈을 쓰지 못한다. 막내는 태어나면서부터 내가 부유한 것을 보았고, 좋은 마차와 말을 타고 다니며 사냥이나 하고 다녔으니, 돈이 어떻게 생기는 줄 알기나 하겠느냐? 따라서 쉽게 돈을 쓰고, 아까워하지 않는다. 저번에 내가 막내를 보내려 했던 것은 그가 돈을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큰 애는 그렇게 하지 못해서, 동생이 죽은 것이다. 이치가 이러하거늘, 슬퍼할 것 없다. 나는 밤낮으로 둘째 애의 시신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범려는 세 번이나 옮기고도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 단지 떠나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멈추는 곳에서는 반드시 이름을 떨쳤다. 범려가 마침내 도(陶)땅에서 늙어 죽으니, 세상에서는 그를 도주공(陶朱公)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