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시작하고 눈탱이 밤탱이로 끝내는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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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이었다. 한 남자분이 절에 찾아왔다. 상담을 요청하면서 술을 끊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하여간 자리에 앉기를 권하고 대화를 하면서 사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인 즉, 술을 몇 잔만 먹으면 그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술이 깬 뒤에 전혀 기억을 못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전날 술김에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부인의 얼굴에는 시퍼러딩딩한 멍자국 주먹자국, 집안은 온통 난장판.................
오기 며칠 전에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 당하고, 안심정사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 뒤 3주간 안심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였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가운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천천히 시간을 갖고 음미해보니 해답이 나왔다고 한다.
화장실에 놓인 책에서 우연히 펼친 쪽이 ‘나는 내 자신을 믿는다.’란 구절이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여러 가지 주문을 만들어서 하루에 몇 백번 내지는 몇 천 번씩을 외고 다닌다고 한다. 남들이 미친 사람 취급하거나 말거나..................
1. 나는 내 자신을 믿는다.―자신을 변화시킨 결정적인 문구였다고 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여 서울에서 잘나가는 디자이너로 일하였던 경험을 살려, 전각과 각종 실용미술과 관련하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안심정사에도 목각판으로 하나 새겨다가 주었다.
2. 내 가족이 최우선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에게는 잘하는데 가족에게는 퉁명스럽게 하거나 재미있게 하지 못하는 점을 깨닫고 나서 만든 구절이라고 한다. 그렇다. 남들에게 대하는 만큼만 가족들에게 대한다면 훨씬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3. 술을 보면 돌아선다.―평소에 술로 인하여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었으므로 술을 끊어야겠다는 결심이 무척 강했다. 그래서 술을 안 마시는 방법으로 ‘술을 보면 돌아선다.’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술이 앞에 놓여 있으면 그 주위에 오지 않는다. 대부분 술을 끊겠다는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오늘만 마시고 내일부터 끊겠다.’는 것인데 이분은 ‘술을 보면 돌아선다.’그래서 원천적으로 술과 함께 자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4. 대화는 웃으면서 시작하고 웃으면서 끝낸다.―특히 부부간에나 부모 자식 간에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제도 아침에 대구의 한 불자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가는 시점에서 남편과 친구처럼 애인처럼, 재미있게 대화하면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부부간의 갈등은 대화에서 온다. 부부간에는 ‘대화와 섹스’ 두 가지가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 섹스문제보다는 대화에 더 가치를 두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화란 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부부간에는 자칫 현재의 대화를 하면서 과거의 서운했던 감정을 끌어들여서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현재의 재미있는 대화를 단절시키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래서 부부간의 대화는 웃으면서 시작하고 서로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상처를 낼 것인가를 궁리하다가 서로 상처를 입고 대화를 단절시키기 일쑤이다.
대화는 웃으면서 시작하고 웃으면서 마친다. 이 구절을 받아 적으라고 해서 매일 천 번씩 읽으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대화이다. 그 대화를 어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수단으로 써서야 되겠는가? 과거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재의 재미있는 화제, 즐거운 화제를 자꾸자꾸 불러들이는 대화법을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화! 웃으면서 시작하고 웃으면서 마치는 습관을 기르자. 아무리 대화중에 복장 터지는 생각이 나더라도 그건 지나간 것이니 끄집어 내지 말고 현재의 아름다운 대화, 행복한 대화, 즐거운 대화, 멋진 대화, 재미있는 대화 말이다.
쌀쌀한 늦겨울 아침 안심정사에서 법안 두 손 모음
첫댓글 좋은 말씀입니다. 그래서 교화가 되는 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