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의 날
류제봉
부대가 떠나는 부산항 제3부두
함성과 뱃고동은
병사들의 환송이었다
외아들을 이국 전선으로 보내며
뒤돌아 눈물 훔치는 어미 모습에
산천이 흔들렸다
생사의 경계선
전쟁터로 향하는 병사들은
초조와 공포를 베낭에 묶어
조국의 부름에 젊음을 던졌다
먼저 간 전우들 소식
높아진 국가의 번영과 위신은
총구를 떠난 총알이 말해줘도
고향 산천의 풍경만 가득 찼다
기어이 살아 남아
다시 돌아올 부두의 정경을 확인하고
멀어지는 부산항을 등진 청춘들
갈매기등은 유난히도 반짝거렸다
월남전은 비극으로 시작하여 활극으로 끝난 희대의 전쟁이었다. 머나먼 정글의 땅에 청춘의 피를 흘리게 하고도 아무런 공과를 내세우지 못하고 이념의 벽도 허물지 못했다. 가난한 나라의 군인으로써 명령에 따라 뛰어든 젊은이들이 전쟁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고 월남이라는 나라가 어느 쪽에 붙어 있는지조차 모르는 채 배를 탔다. 전쟁은 장난이다라는 말이 생긴 것은 이때부터다. 정글에 뛰어들었으나 누가 적이고 어디가 전선인지를 모르는 전장, 적보다 무서운 밀림의 암흑에서 아군을 구별하기도 쉽지 않은 전쟁터, 적과 민간인이 구별되지 않아 숫한 과오가 생긴 전쟁터는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가 없었다. 미군의 원조를 받기 위하여 돈을 받고 참전 했으나 용병이라고도 불리지 못하고 부끄럽게 철수 해야 했던 전쟁 아닌 전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피빛의 색깔을 확인했을 뿐이다. 류제봉 시인은 참전용사로서 그런 전쟁터에 참여 했다가 살아돌아온 영웅이다. 싸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전쟁을 어떻게 알겠는가. 명령에 따라 부산항에서 미군이 제공한 배를 타고 정글에 갔을 뿐이다. 그런데 상처가 너무 많다. 속수무책으로 배를 타는 두근거림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전국이 떠들석하게 전송하며 희망의 노래를 불러줘도 들리지 않고 사귀던 애인의 환상만 그려지는 정지된 상태에서 승패는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비둘기. 맹호. 청룡, 백마부대 등 많은 부대가 철저하게 무너져 상처만 안고 돌아온 전쟁, 그곳에서 산화하여 영혼만 돌아온 전우들은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가. 다시는 그런 전쟁이 없기를 바라면서 참전용사는 출항의 장면을 그렸다. 이땅 뿐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전쟁이 없기를 바라면서[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