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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한국인 代父’ 암벡스 그룹 이종문 회장 직격 발언 1월26일 「국가전략으로서의 고등교육과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교육부 특강에서 재미 벤처기업가 이종문 회장이 한국의 교육현실을 거침없이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공부하지 않는 교수와 게으른 학생들로 채워진 대학,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고 여전히 판·검사 , 의사에 매달리는 「코리안 드림」의 문제점 등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이 글은 이종문 회장의 강연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저 는 근본이 비즈니스맨입니다. 그래서 벤처 비즈니스, 밴처 캐피털 얘기를 하라고 하면 원고 없이도 몇 시간은 여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교육을 얘기하라고 하니 어렵습니다. 또 바깥(외국)에서 사는 처지로 한국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도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하이테크에 관한 아시아 경제에 대해 저술을 했고, 그곳 자문교수로 있으면서 한국 교육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미국측 부위원장이기 때문에 일본·대만·싱가포르·중국 대학의 하이테크 분야에서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얼마만큼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표현이 좀 그렇습니다만, 아직 산업사회에서 탈피하지 못한 가장 고루한 교육적 환경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아무리 잘 해도 소용이 없어요.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죠.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미국적인 생활, 미국적인 문화, 미국적인 사고방식에서는 자연히 기술개발, 제도의 개발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교육이 돼야 합니다. 이제 교수나 학생 모두 경쟁적인 체제에 내놓아야 돼요. 제가 미국 대학에서도 여러 차례 강의를 하면서 이런 농담을 합니다. 『한평생 자리가 보장된 종신교수와 비행기 납치범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그러면 교수님들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봅니다. 『아니, 점잖은 교수를 갱단하고 비교해?』라고 생각하겠죠. 비행기를 납치한 갱단과는 교섭을 할 수가 있는데 종신교수와는 교섭을 못 한다는 게 차이입니다. 죽을 때까지 거기 있기 때문에. 이처럼 경쟁 없이 안주하게 만드는 환경부터가 잘못된 겁니다. 20세기 산업사회가 지나가고 21세기가 동트려 하는 한 세기의 갈림길에서, 지적인 창조력과 그 지적 재산의 연구생산·관리·활용, 그리고 그것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지적 재산을 창조하는 곳이 어딥니까. 국가가 운영하는 각종 연구시설, 사설연구소, 기업연구소, 그리고 한 나라의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급속한 기술혁신과 시장의 변화, 산업구조의 혁신, 국제화·정보화의 항구적 적응능력을 갖춘 경영자나 기술자를 효율적으로 양성 공급한다는 것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국가전략상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OECD 국가이면서 현재 IMF 관리하에 있는 한국은 선진 14개국 중 기초연구 분야와 첨단과학기술 관련 분야의 연구수준이나 기술력이 유럽·미국·일본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실정입니다.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에서 1년에 한 번씩 펴내는 국가별 경쟁조사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97년판 국가의 과학기술능력 순위에서 1위가 미국, 2위 일본, 3위 독일, 4위 프랑스, 5위 스위스, 6위 핀란드, 7위 아일랜드, 8위 싱가포르―이 나라는 인구가 300만명밖에 안 되는데도 8위입니다. 9위 캐나다, 10위 대만, 11위 노르웨이, 12위 네덜란드, 13위 이스라엘, 14위 잉글랜드, 15위 벨기에, 16위 뉴질랜드, 17위 룩셈부르크, 18위 홍콩, 19위 오스트리아, 20위 중국, 21위 스웨덴, 22위가 한국입니다. 그 밖에도 모든 면에서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 중국이 한국을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현실에서 과학기술 분야 고급인력의 확보야말로 한국정부의 당면한 과제라고 할 것입니다. 혹자는 우리 수준을 어떻게 유럽이나 미국 일본과 비교할 수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합니다만, 이미 한국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의 자본과 기술이 국경 없이 밀려오고 있는 상황에 OECD 국가들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면 어디서 누구와 상대하겠다는 것인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한국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숙명적으로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하고 덤벼들든지, 아니면 좀 자극적으로 표현해서 죄송합니다만, 어영부영하다가 3등국으로 몰락해 미얀마 인도네시아 라오스 같은 국가들과 경쟁을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신문을 보니까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더군요.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발전시킨 패러다임은, 한 가지 업종에 숙련된 기술을 가진 저임금 노무자를 동원해 저가로 제품을 양산하고 이를 다량판매 또는 다량수출하는 집단 효율적인 경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 독일 미국과 같은 OECD 국가들은 무인공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크게는 자동차 조립에서부터 작게는 나사공장, 라면공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공업제품 생산에 하이테크 기술이 동원됩니다. 이제는 노동력만 가지고 세계 무대에 나서려고 하는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다는 거지요.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 제조업을 하면 매년 제조설비비를 늘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제조시설이 늘어나면 각 기업의 연구비가 늘지 설비비는 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제조시설이 컴퓨터화하고 자동화해서 제조공정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지적 창조력을 활용함으로써 제조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꾼 겁니다. 오늘 주제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해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의 제조업이, 1961년 5·16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38년 동안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운동화 이야기를 좀 하죠. 한동안 리복과 나이키 운동화를 부산에서 만들었습니다. 부산 일대가 운동화 생산기지였지요. 그런데 인건비가 높아지고 생산조건이 나빠지니까 바이어들이 모두 한국을 떠났습니다. 부산의 운동화 생산시설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망했죠. 신발산업은 우리나라가 자본주의를 응용해서 경제활동을 해보겠다고 한 전형적인 예입니다. 한국기업이 본격적인 자본주의 활동을 펼치게 된 시점을 61년부터라고 해도 벌써 40년입니다. 재벌도 많아졌지요. 그런데 국제적으로 통하는 한국상품 들어보셨나요? 소니, 캐논 같은 한국상품 들어보셨어요? 도요타, 혼다 그런 자동차가 있습니까? 자본주의 40년에 재벌 규모가 이렇게 커졌는데 세계적으로 통하는 상품은 없는 나라입니다. 경제정책 만들고 고등교육 하고 산업 한다는 사람들 뭐했습니까? 전부 휴가 갔나요?
요즘 제2건국이라는 말을 하는데, 일본에서는 1965년에 이것을 시작했습니다. 1965~75년에 나일론, 트랜지스터, 모니터, 센서, 통신기술, 테트로케미컬, 에너지, 철강, 일렉트로닉, 그리고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혁신적 기술을 수입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때를 일본 산업개조 제2기라고 그럽니다. 잘 아시다시피 일본은 관료의 세상입니다. 흔히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관료제도가 생겼다고 알고 있는데 일본의 관료는 나라시대(서기 700년대)에 생긴 겁니다. 일찍이 관료문화가 형성된 일본은 이들이 중심이 돼 적극적으로 서구문명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메이지유신 전 에도시대 말 도쿠가와 막부는 스페인·네덜란드·미국·영국 사람들이 일본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쇄국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도 기술도입만큼은 적극적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럽과 미국으로 한번에 150명씩 조사단을 파견해 1~2년씩 시찰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후 1867년 메이지유신이 성공하면서 개국정책으로 서구문명의 도입이 더욱 활발해졌고 자본주의적 경제운영 기술도 아울러 발전시켰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들이 수출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말부터입니다. 수출품으로는 금, 은, 도자기, 차, 실크 등인데 이때 이미 중국에서 잠사를 가져다가 실크를 만들어서 수출했어요. 그리고 어떻게든 기술을 개발하려고 애썼습니다. 여러분, 금은 어디든 다 있죠. 중국도 있고 일본도 있고. 그런데 일본은 이 금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일본 이시카와현에 가가라는 곳이 있어요. 여기서는 금을 가지고 경시대회를 엽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과학경시대회를 하듯 기술대회를 여는 거죠. 금 1g이면 부피가 얼마 안 됩니다. 여기에 기술을 부가해서 점점 펴다 보니 금 1g을 다다미 한 장만큼 늘릴 수 있는 기술을 쌓은 겁니다. 그리고는 이런 사람을 명인, 국보로 지정해서 대접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꾸 뭔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정부는 그것을 자극해주면 되는 거죠. 그리고 일본은 70년대에 들어 그동안 도입한 기술을 흡수하고 발전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 우리나라 재벌이라는 사람들은 『기술? 그거 골치 아프게…. 돈 주고 사오면 돼』라고 했던 겁니다. 여러분께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릴 게 있어요, 선진국과 경쟁하는 기술은 돈 주고 못 삽니다. 그런 기술은 절대로 안 줘요.
여러분은 한국이 반도체 세계 최강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것은 메모리 부문입니다. 반도체산업이라고 하면 정보를 프로세스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거기에 그래픽도 넣고 소리도 넣고 해서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것이죠. 메모리라고 하는 것은 컴퓨터에서 입력·출력하는 것으로 제일 싼 기술이죠. 제일 싼 것을 제일 많이 생산하는 게 한국인데, 아마 이 분야도 조만간 대만과 중국에 먹힐 겁니다. 한국에서 하이테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느 쪽의 하이테크를 얘기하느냐를 따져봐야 합니다. 하이테크에는 하이 엔드 오브 하이테크와 로 엔드 오브 하이테크가 있는데, 한국은 로 엔드 오브 하이테크이지 하이 엔드가 아니라고요. 한국은 핵심기술 없이 상업주의가 선호하는 제품만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만든 휴대폰이 독일에서도 쓰이고 미국에서도 쓰이니까 한국은 휴대폰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천만에 말씀이에요. 휴대폰 기술의 핵심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배터리 수명하고 반도체 칩. 배터리 기술은 일본이 최고고 반도체 기술은 미국 모토로라가 최고입니다. 그 기술들을 사다가 껍질 씌워서 제품 만들면 하이테크 국가입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본 기업들은 1975년부터 외국에서 사들여온 기술을 그대로 흡수하고 그것을 토대로 한 단계 높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정부는 저리로 기술자금을 융자해서 기업을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기술을 사오면 끝이에요. 사온 기술을 가지고 이용해먹고 나면 그 다음 단계에서는 또 사와야 돼요. 돈 주고 사올 수 있는 기술은 한계가 있어요. 미국은 60~70년대에 전세계에 공장을 세우고 거기서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도 80년대부터 한국과 동남아에 공장을 세웠지요. 처음에는 다른 나라에 기술을 가르쳐주면 그 나라에서 물건을 만들어 역수출한다고 내부적으로 반대의견도 많았지만 지금 그 결과를 보세요. 미국과 일본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미 더 앞서가는 새로운 기술을 창출해놓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해보지 못하는 겁니다. 이들이 외국에 파는 기술이란 이미 지나간 기술뿐이죠. OECD 국가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사고 싶어도 그들이 팔지를 않아요. 그런데 한국 재벌들은 돈만 있으면 사는 줄 알아요. 세상 이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거지요.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됐어요? 일본은 선진외국에서 도입한 기술을 마치 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까듯 발전시켰습니다. 그래서 탄소섬유라든지 종자개량, 액정기술, 집적회로 등을 개발해 세계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결과는 그들 자신도 예상치 못한 대성공이었지요. 자동차의 나사못까지 일본제품이 세계시장을 휩쓸자, 일본기업들은 시설투자보다 연구개발비에 더 많이 투자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현상이 1990년까지 15년간 계속 됐습니다. 일본산업의 제2기인 이 기간에 일본은 세계기술시장에서 100개의 지배적인 기술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룩했습니다. 즉 일본 제품을 사지 않으면 구할 수 없는 제품이 100개에 달했다는 겁니다. 그건 80년대까지 이야기이고 지금 1999년, 세계시장에서 일본이 장악한 기술은 300개에 달합니다. 여러분, 잘 생각해보세요. 한국에서 만드는 것은 뭐고, 일본에서 사오는 것은 뭔지. 요즘 자동차 쓱 하고 누르면 창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그것은 안쪽에 장착된 집적회로 덕분입니다. 그것은 일본에서 사오는 기술이에요. 이제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에요, 전자회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기술을 사오고 있어요. 우리나라 어느 재벌이 폴란드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엔진을 만든다는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트랜스미션을 거기서 만든다고 합니까? 모두 실어들이는 겁니다. 거기에 소요되는 운임을 생각해보세요. 이러면서도 우리나라 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간다고 말하니 우습죠.
하버드대학의 해럴드 루이스 브랜스컴 교수와 동경대학 고다마 구미오 교수가 쓴 『일본의 기술력, 종래 구미형 경영이론에서 기계론적인 정보처리』라는 책을 보면 일본의 하이테크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이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 등 일본의 주요 7개 회사와 함께 기술개발전략 세미나를 열었던 내용인데, 일본 사람들이 속얘기를 털어놓을 턱이 있습니까. 자신들의 전략을 다 가르쳐주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래도 상당부분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세계시장을 지배하게 됐는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경영기법이 무엇인가 봅시다. 그들은 물건을 팔고 난 다음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먼저 전화를 겁니다. 『잘 돌아가고 있습니까? 저희가 가서 해드릴 것은 없습니까』 그러면 미국 사람들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며, 또 그 시장에 없는 신제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합니다. 기술개발을 해서 일단 선도적 주도권을 유지하면 절대 그것을 뺏기지 않습니다. 미국은 앞섰다가 뒤지는 일이 얼마든지 있죠. 그런데 일본은 한번 앞섰다 하면 죽어도 놓지 않습니다. 얄미울 정도지요. 그렇게 해서 지금 세계시장에서 300종류의 기술을 지배하며 세계적으로 우월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기술을 보면 창조적인 것은 별로 없고 더 낫게 개량한 거죠. 그게 일본의 방법입니다. 원래 기술혁신이라고 하면 기술의 벽을 돌파해서 지금까지 생각도 못했던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상식인데, 일본의 기술혁신 메커니즘을 보면 달라요. 일본은 메카트로닉스, 그러니까 전자와 기계를 융합하고, 광학과 기계공학을 합치고, 기계와 컴퓨터를 합치는 등 서로 다른 기술을 융합해서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기술 돌파에서 기술 융합으로 기술혁신의 개념을 바꿔놓은 겁니다. 이러한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먼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그 분야의 기술이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자기들의 기술을 융합시킬 수 있는, 세계에서 앞서가는 정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관료는 기업들을 모아 행정지도를 했습니다. 관료 중에 기술자가 있으니까 이 기술과 이 기술을 합치게 하고 자꾸 자극을 줍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異)업종을 합칠 수 있게 법까지 바꿨어요. 산업을 일으키면서 기술을 도입하도록 격려하고 「기계공업진흥법」과 「전자공업진흥법」을 합쳤어요. 전기의 기자하고 전자의 전자가 합쳐서 「기전법」을 제정했어요. 기계와 전자, 기전 일체로 일본산업에 전환점을 만든 일본정부의 정책은 노벨상 감입니다. 이렇게 한 나라가 없어요. 그리고 일본정부는 국민연구소나 대학에 프로젝트를 줘서 교수들을 참여시키고, 거기서 신제품이 나오면 기업은 그 교수를 고문으로 모시게 하는 길을 열어놓았던 겁니다.
지금까지 일본 제조업의 변신, 사업간 협업, 연구개발에 있어서 이종(異種)기술의 참여, 공동연구활동으로 기술의 특질융합 등을 간략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의 기술력을 미국 일본 유럽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국립·공립 또는 사립 대학이나 기업의 기술인력이 유럽 일본 미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대만 이스라엘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는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제 그들과 공동연구,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또는 그들에게 유학기회를 제공하거나 과학자 교환을 통해 한국의 대학을 개방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한국대학이 외국인들에게 매력있는 지적 창조의 장이 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들이 편안하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한국교육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봅니다. 전세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지적 창조면으로 넘버원 국가는 미국이고, 다음으로 인도입니다. 휴렛팩커드, IBM, 오라클과 같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인도에 회사를 차렸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인도의 값싼 노동력 때문이 아니라 브레인 피킹(brain picking)을 하러 간 것입니다. 한국사람은 머리가 좋아요. 감정적이고 참을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사람들은 총기가 있어요. 만약 환경이 좋고 일할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제살 깎으면서라도 일하는 게 한국 사람들입니다. 그런 인력을 갖고 있으면서 우리는 뭐 하고 있습니까? 인도는 이미 지적 창조력을 내세워 육체노동이 아닌 정신노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 소프트웨어엔지니어 중 시스템 아키텍트를 디자인해서 유럽 미국 일본에 제공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몇 명이나 될까요? 아마 10명을 꼽기가 어려울 겁니다. 한국에도 이 분야 대학원이 수십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시스템 아키텍트 레벨로 유럽이나 미국에 기술을 팔 수 있는 엔지니어가 10명도 꼽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지요. 이것은 분명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바로 대학교육의 문제입니다. 국제 경쟁을 기술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의 교육수준을 탓해야지요. 전자공업, 컴퓨터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볼 때 우리나라 공대 졸업생은 일본 대만 싱가포르에 비해 분명히 뒤져 있습니다.
저는 실리콘 밸리에서 30년을 살고 있습니다. 작은 기업으로 시작해서 주식을 공개했고 이제는 회사의 대주주가 되어 벤처 캐피털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1년에 손님을 450명 정도 만납니다. 그 중 70명 가량이 한국사람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각국에서 온 분들의 질문내용과 관심에 차이가 두드러져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감투 쓰신 분들이 오면 으레 하는 말이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가요, 그런데 이런 중책을 맡았으니 하기는 해야 할 것 아닙니까』입니다. 그리고 그분과 동행한 사람들은 옛날부터 데리고 있던 비서들이어서 역시 전문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의 담당장관도 역시 정치가입니다. 그러나 사무차관이나 그 밑의 국장, 실장들은 미국 독일 영국 등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40대 중반의 전문가들이에요. 그들은 이해가 빨라요. 그래서 실무진과는 대화가 착착 진행되죠. 그런데 『나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모르겠다』고 말하는 한국의 높은 분들을 만나 제가 무슨 얘길 하겠습니까. 예를 들어 은행장이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촌하고 만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겠어요? 『아, 아무개 어른 잘 계신가? 누구도 괜찮으시고?』 정도일 겁니다. 그 다음에 할 얘기가 없지요. 그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도 한국에서 오시는 높은 분들은 꼭 바쁜 사람더러 만나자고 합니다. 여기저기 아는 사람 통해서 어떡하든 저를 만나려고 합니다. 제가 안 만나면 그분들은 틀림없이 욕을 하겠지요. 그러나 만나본 분들은 고위층이거나 중간간부거나 예외없이 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엔 전문가가 없어요. 이 자리에 대학 교수도 계실 겁니다.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의 교수님들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습니까? 미국에서 박사학위 받고 돌아온 지 10년이 넘은 분들이 컴퓨터 사이언스를 가르치고 있어요. 문제는 선생이 뭐라 가르치기 전에 애들이 더 잘 안다는 거죠. 옛날에는 껄렁껄렁한 선생이 들어와 강의를 하면 학생들은 노트에다 만화라도 그렸죠. 지금은 그것도 안됩니다. 노트 한 권밖에 들고 갈 것이 없는 선생의 밑천은 금방 거덜나요. 지금 한국의 대학에서 이런 일이 계속 되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느냐. 우리나라가 정보산업 쪽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선 학생들이 공부하는 환경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그것은 교수님들의 교육내용과 방법에 달려 있어요. 그런데 우리 공과대학 교수실에 가보세요. 도서관에 가보세요. 교수들이 책을 얼마나 읽고 전문지를 몇 권이나 보는지. 학교의 연구시설과 갖추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보면 이 선생이 몇 점짜린지 금방 알 수 있어요. 동경대학 총장을 역임하고 현 문부성 장관인 아리마가 『동경대학』이라는 책에서 「정말 국립대학의 장래는 없는가」라는 글을 썼는데 그 내용을 잠깐 소개하죠. 이 글에는 스탠퍼드 대학의 고먼이라는 사람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대학을 제외하고 프랑스 영국 일본의 대학을 전부 합쳐 서열을 매겨보니까 동경대학은 세계에서 67번째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까지 포함하니까 동경대학은 200위 안에도 못 들어갔답니다. 자, 동경대학이 200위 안에도 못 들어간다면 한국의 대학은 몇 번째나 될 것 같습니까? 우리나라는 이미 OECD 멤버입니다. 경쟁상대가 누구입니까? 한국은 미국과 국방·경제·문화·유학생 수 등 여러 면에서 가까운 나라입니다. 한국에는 미국 대학 박사가 3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일본은, 기분은 좀 나쁘지만 경제와 국가운영에서 얄미울 정도로 성공한 이웃나라입니다. 그들이 성공하는 과정을 우리는 지난 40~50년 동안 바로 옆에서 지켜봤어요. 배가 아프죠. 그런데 왜 한국의 대학 졸업생들은 영어도 못 하고 일본말도 못 합니까?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 안하세요? 그건 게을러서 그런 겁니다. 도대체 우리 교육은 아이들을 키워서 뭘 하자는 겁니까? 여러분, 일본 사람들 영어회화 잘 못한다고 알고 있지요? 제가 일본에서 강연할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일본사람들이 영어로 질문도 잘 못한다고 부끄러워하기에 저는 『아, 천만에 말씀, 영어회화를 잘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어 읽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굉장히 빠릅니다』라고 하니까 매우 기분좋아하더군요. 이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요. 게을러서 그런 겁니다. 오늘 이 나라의 젊은이들을 21세기 세계 지도자로 키우려는 야심이 있다면, 그리고 이들이 앞으로 50년간 살아나가려면 영어와 일어는 상식입니다. 명심하십시오.
여러분, 「코리언 드림」 들어보셨어요? 그것은 제가 만든 말입니다. 명문고등학교 명문대학 나와서 고등고시 보고 판사 검사되거나, 의과대학에 가서 외과의사 치과의사 되면 코리언 드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하루 세 끼 먹기 어려웠을 때의 이야깁니다. 과학이, 기술이, 세계가, 경제 규모가, 그리고 오늘날 인간의 라이프 스타일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 세상에 코리언 드림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의사, 검사, 판사, 변호사 대단하죠. 그러나 이것은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나 대단한 겁니다. 울타리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게 코리안 드림입니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울타리를 벗어나 국제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 대학에서는 국제화라고 하면 우리 자매교가 몇 개야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것은 국제화가 아니죠. 앞으로 인구가 팽창하면 에너지가 문제가 됩니다. 21세기에 들어가면 곧바로 식량 문제가 대두할 겁니다. 환경 문제, 이것 역시 글로벌한 관심사예요. 이러한 인류의 당면 과제를 놓고 외국대학과 한국대학이 얼마나 세계적인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냐로 국제화를 말해야 합니다. 지금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학교에 외국교수나 연구자들이 몇개국에서나 와 있습니까. 우리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이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 대학이 빨리 변모하려면 외국의 유명 교수들을 데려와야 합니다. 이런 일에 돈을 써야 합니다. 미국 교수, 대만 교수, 싱가포르 교수―며칠 전 「유에스에이 투데이」를 보니까 인터넷 분야는 싱가포르가 미국을 앞서더군요― 이처럼 각 분야의 명교수들을 모셔다가 대학에서 영어로 강의를 하게 하세요. 그러면 당장 우리말로 하지 왜 영어로 하느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 텐데, 앞으로 선진국과 경쟁을 안 해도 된다면 상관 없겠지만, 해야 되겠다 생각하면 그런 소리는 하지 마세요. 각국 전문가를 모셔다가 영어로 강의하면서 프로젝트를 줘서 학생들도 참여시키고, 거기서 결과가 나오면 보너스도 후하게 주는 그런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학의 연구환경을 보십시오. 외국 학자나 외국 학생이 와서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소, 예를 들어 국제학생회관 같은 것이 있습니까? U.C 버클리 국제학생회관에 가보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거기는 아무 관계 없는 사람도 들어갈 수 있어요. 한국에는 국제학자들이 와서 머물 데가 없어요. 이 사람들이 와서 편안하게 연구할 수 있는 문화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대학에는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연구를 하는 대학, 교육을 하는 대학, 그리고 리버럴 아트(Liberal Arts:교양교육)를 하는 대학. 미국식으로 얘기하는 겁니다. 리버럴 아트 칼리지는 교양있는 사회인을 기르는 학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연구는 말 그대로 연구만 하는 거고, 교육은 소위 전문교육(Professional Education)입니다. 의과대학 경영대학 법과대학 신학대학 경영대학 공과대학 의과대학 치과대학 사범대학 간호대학 군관계 대학 등에서 하는 것이 전문 교육이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어느 대학을 가도 이게 연구대학인지, 전문적인 교육대학인지, 아니면 리버럴 아트 칼리지인지 분간이 안 됩니다. 종합대학은 이 세 가지 기능을 합친 것이죠. 합치기는 하되 연구분야는 교육부나 과학기술부 같은 데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학별로 분산시키면서 국가적 프로젝트로 끌고 나가야 됩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우리 교육은 전자공학 생명공학 등 하이테크분야 중 13개국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에 빨리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주변엔 출신학교나 배경 등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데 미국에서 꽤 괜찮게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명문고 나오고 서울 무슨 대학 나오고 미국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는 사람들이 지금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일이 뭡니까? 매일 직장과 집을 오가며 주말이면 골프 치는 식의 별볼일 없는 월급쟁이가 되어 있잖아요. 이것은 개인을 존중하느냐 않느냐의 문화적인 차이에서 나오는 겁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죠? 저도 예전에 한국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했고 대학에서도 한 5년 가르쳤습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 들으면 참 기분 좋죠. 특히 선생님 입장에서는. 그 나라 왕과 선생님, 아버지가 하나라는데, 그 이상의 대접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저는 이렇게 엉터리 같은 표현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군사부가 일체입니까. 우리는 인간행동의 기반으로 유교사상이 우리 사회 윤리인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 경험에 의하면 우리가 아무런 비판없이 유교 사상중독증에 걸려 지적 창조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일흔이 넘다보니 여기저기 이민가정에서 상담을 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민가정에서 불화가 생기는 주요 원인을 보면 아버지와 자식 간에 대화가 안 되는 데 있습니다. 아버지들은 딸이 고등학생 정도 되면 외출하더라도 밤 11시나 12시 이전에 꼭 들어오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런데 미국 아이들과 놀다가 『우리 아버지가 11시까지 돌아오라고 했어』라고 말하면 미국애들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너희 아버지 돈 것 아니냐?』라고 말할 겁니다. 아버지는 딸이 외출할 때마다 『알지?』라고 강조하지만 시간에 맞춰 돌아올 자신이 없는 딸은 아예 대답을 안 하죠. 그러다가 늦게 귀가하면 한국 아버지들은 당장 손이 올라갑니다. 그러니 자식과 대화가 될 리가 없죠. 아이들 쪽에서 보면 자신들이 아버지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쓸데없이 강요하는 아버지가 돌았다고 생각되는 겁니다. 그런 아버지들과 얘기를 해보면 열이면 열 『자식 교육을 위해 미국까지 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식의 군사부 일체가 돼서는 안 됩니다. 자식과 아버지의 관계는 스승이나 왕과 일치되는 개념이 아니고, 제일 가까이 사는 좋은 친구이며, 인생의 조언자이고 선배이며, 육신의 아버지로서 사랑의 대상이어야지, 공포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권위적인 군사부 일체를 강요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상담을 청하는 아버지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군사부를 강요하지 마세요. 그러면 애들이 좋아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식 간에 격의 없는 대화가 계속되는 겁니다. 군사부일체식의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운 관계는 잘못된 것입니다』 이제는 인간의 개성이 표현돼야 하는 민주사회, 개인(Individual)의 시대입니다. 개인주의(Individualism)는 조직내에서도 그 사람의 개성이나 능력을 중시합니다. 스승은 군주와 같을 수 없으며 선생이 잘못 가르친 경우도 많습니다. 선생의 가르침이 틀리면 학생이 즉각 선생의 착각을 지적하고 다음 시간에 서로 조사해 가지고 와서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게 미국식 교육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선생이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가는 정학감이죠? 그런 일에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잡종(hybrid)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미국은 잡종의 세계죠. 여러분, 종자개량이 뭡니까. 과일 나무를 예로 들어보지요. 건조한 데서 병충해의 영향을 안 받고 꿋꿋하게 자라서 과실이 많이 달리고 맛도 좋게 만드는 것이 종자개량이지요. 그런데 우리 한국사람은 종자개량보다는 머리를 개량해야 됩니다. 저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잡종이더라고요. 제가 그래도 조선 왕가의 후예입니다. 특별히 자랑스러운 건 아니지만 한국인인 것은 틀림없죠. 그리고 저는 미국으로 갔어요. 일본 사람들과는 지난 수십년 동안 접촉하고 있고. 그러니까 저는 한국적 토대에 미국적인 사고방식, 일본적인 사고방식 합쳐져 있으니 잡종이지요. 앞으로 우리는 문화적으로 잡종교배를 해야 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빨리 개방을 하고 문화적 잡종교배를 해서 선진 기술을 따라가는 겁니다. 여기서 다시 일본을 예로 들어봅시다. 『일본의 현상과 과제』라고 일본정보교육연구회에서 1년에 한번씩 나오는 백서가 있는데 일본인들은 일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백서에서 일본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연구수준과 기술력은, 특히 기초연구분야와 첨단과학기술 관련분야에서 구미제국에 뒤떨어져 있다』고 고백합니다. 세계에서 300개의 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기서 제가 내리는 결론은 이렇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스스로 채찍질을 해가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이제 우리 스스로 답을 구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