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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 자유게시판 스크랩 겨울낭만 사냥과 추억만들기
승시기 추천 0 조회 34 15.02.13 23:4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화천 산천어축제 선등거리에서는 밤 풍경이 더 볼만하다)

 

옆지기 말을 빌리면 우리집은 아들만 셋인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놈이 제일 애를 먹인단다. 그 큰놈 즉 남편이란 작자가 철부지라서 애들도 따라서 철이 없다나 뭐라나. 을미년 첫 달 마지막 날(31일 토요일)이자 휴일에 우리집 사내들 행태를 보면 그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쉬지도 못하고 일에 쩔어사는 그 사람 어깨나 손발을 주물러주기는 커녕 '나 홀로 집에' 신세로 만들어 놓고 다들 집밖으로 싸돌아다녔으니까. 첫째 철부지 나는 그날 아침 일찍 초등학교 동기들과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으로 마실나갔고, 둘째 철부지 즉 진짜 큰애는 지난 달 26일 일찌감치 3주 일정으로 동남아 3개국 배낭여행을 떠났는가 하면 셋째 철부지 막내마저 스키장으로  미끄러져 나가버린 것이다. 아무쪼록 속 끓이지 않고 그날 하루만이라도 자식 새끼들 걱정없이 편히 지냈기를 바랄 뿐이다.  

 

(산천어 축제기간 동안 선등거리는 빛의 거리)

 

집 현관을 나서자 옆지기에 대한 미안한 마음 대신 하루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 지 걱정이 앞섰다. 9시 30분 경춘선 상봉역에서 만나 화천산천어축제장에 가기로 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려면 미리 답사해서 꼼꼼하게 계획을 짜 움직여야 했지만 인터넷으로만 축제내용을 대충 살펴보고 현장에 가서 부딪쳐보기로 작정한 터라 내심 불안하긴 했다. 한편으로는 축제현장은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날테니 그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고 맘 편히 생각하기도 했다. 인생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재미도 있으니까. 아무튼 분당선 영통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어떻게 해야 제 시각에 대갈 수 있을지 찾아보니 복정역에서 8호선으로 환승했다가 천호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다시 군자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라는데 너무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당선 복정역이 가까워지자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다시 맘편히 생각하기로 작정했다. 다소 늦을진 몰라도 그냥 분당선을 계속 타고 가다가 강남구청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는게 훨씬 효율적이라고...그런데 세상에! 그 생각이 멋들어지게 통했다. 강남구청역에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환승한 덕분에 약속시각보다 4분 빨리 상봉역에 도착했던 것이다. 어쨋든 10시 조금 전에 13명이 춘천행 전철에 올랐는데 남춘천역에 내릴 때까지 입은 쉴새가 없었다. 조잘대거나 삶은 땅콩 따위 주전부리를 먹어 치우느라. 

 

남춘천역에 내려서 5~6분쯤 걸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천가는 버스를 탔다. 다행히 날씨는 봄날씨처럼 푸근했고 폐막을 하루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그리 붐비지 않았다. 화천에 도착하니 벌써 12시 30분. 우선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뭘 먹을 지 미리 정해 놓지 않아 잠시 우왕좌왕했지만 시장통을 지나며 전병굽는 할머니에게 맛있는 곳을 알려달랬더니 맞은 편 골목길 00집을 찾아가라고 했다.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아 가보니 손님 하나 없이 썰렁해 잘못 왔구나 싶었지만 다들 움직이는게 번거로운지 그냥 눌러앉았다. 이번엔 메뉴선택이 문제였다. 왈가왈부하다가 두부찌개로 낙착됐다. 다른 걸 먹고 싶어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러면 한시간 이상 걸린다고 여주인이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그걸 들은 한 친구가 불끈했지만 다들 다독거려 진정됐고 두부찌개 하나로 통일했다. 드디어 반찬이 깔리는데 정갈하고 맛도 괜찮았다. 시장통 할머니가 추천할만 했다. 13인분 식사에 반주로 인당 술 한 병(막걸리 소주 맥주 13병)꼴로 먹고 마셨더니 식사대도 환상적이었다. 13만원, 인당 1만원꼴이니 회비 1만원이 한끼 식대로 날아간 셈이지만 어디 달랑 1만원만 낼 친구들인가. 그 자리에서 회비를 갹출한 결과 13명이 우리 41회 기수에 맞게 41만원씩이나 내줬다.

 

각설하고, 점심을 마치자 본격적으로 겨울 낭만 사냥터, 축제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세상 참 좁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난데없이 어떤 아가씨가  우리 일행 중 한 명에게 "이모부! 여기 왠 일이세요?" 하고 반색을 하는 게 아닌가. 알고보니 친구 처형네 가족이 그곳으로 나들이를 나왔던 모양이다. 죄짓고는 못 살 세상 떳떳한 일만 하고 살라는 경고일테니 알아서들 하시라.  

 

축제현장에 들어서자 다시 만날 장소와 시각을 정해 놓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하자 산천어를 잡는 쪽과 썰매타기 크게 두 패로 갈렸다. 또 산천어 잡는 친구들은 손으로 잡는 2명과 낚시로 잡는 3명으로 나뉘었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손파가 6마리 낚시파가 5마리를 수확했다. 손파

에는 우리 사이에서 어신(漁神)으로 불리는 친구가 끼어 있었는데 역시 기대했던 대로 혼자서 6마리를 다 잡았다. 물론 낚시파도 원래 솜씨는 좋은데 고기를 풀어넣어주는 시간대를 못 맞추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아까 그 '이모부' 친구가 3마리를 낚고 나머지 2마리는 글쎄...하여튼 그 친구들 덕분에 산천어 회와 구이 맛을 봤으니 고마울 수밖에. 입장료(\12,000)와 낚싯대 값(\5,000)에 사비를 들였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물론 그때 받은 농수산물 교환 상품권으로 얼마간 보상을 받았겠지만.

 

썰매파는 얼음썰매와 눈썰매를 탔다. 얼음썰매는 아련한 옛 추억을 불러내 좋았고, 눈썰매는 스릴이 넘쳐 좋았다. 친구들끼리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웃고 까불며 놀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놀이가 없을 성싶다. 얼음썰매는 시간제약이 없었지만 우리 나이에는 체력소모도 만만찮아 3대만 빌려서 번갈아 타며 놀았고 눈썰매는 6명이 탔는데 5회 제한이 있었지만 3회만으로도 그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얼음썰매든 눈썰매든 썰매 한 대에 5천원이지만 축제현장에서 쓸 수 있는 3천원짜리 상품권을 돌려주니 결국 2천원으로 그 신나는 재미를 만끽한 셈이고, 상품권은 저녁식사 대금 지불때 요긴하게 사용했다. 주류를 포함한 저녁식대는 15만9천원이 나왔으나 상품권9장으로 2만7천원을 제하자 13만2천원, 거기다 현금 지불 조건으로 2천원을 깎아 13만원으로 끝냈다. 결국 점심 저녁 모두 인당 1만원으로  해결한 셈이다.

 

사실 축제는 밤이 더 볼만한데  어둑해질 무렵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화천을 거쳐 7시경 남춘천에서 서울행 경춘선 전철에 몸을 실었고 아침에 상봉했던 상봉역에서 내려 다음에 건강한 얼굴로 다시 보자며 헤어졌다. 산행 총무인 내가 원래 산행일인 2월 둘째 일요일(8일) 부득이 다른 일정이 있어 2월 산행 대신 앞당겨 다녀온 것인데 계획성 없이 진행했음에도 흥겹게 놀고 어울려 준 친구들이 고맙다. 모두에게 또 하나 추억거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 전철로는 조금 지루한 감도 있고 편도교통비 부담이라도 줄여주려고 카드로 급행열차 입석승차권을 구입했으나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어찌된 일인지 다른 친구가 다시 환불을 받아 결국 갈 때와 마찬가지로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본의아니게 회비가 절약되긴 했지만 여러모로 미안한데도 헤어질 때까지 웃음을 잃지않은 친구들이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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