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4]이 나라에 원로元老가 없다고? 천만에!
이른바 ‘SNS시대’라고 말하자. 나쁜 뉴스든 좋은 말이든 아니면 가짜뉴스든 세상의 온갖 정보가 인터넷과 유튜브에 범람하고 있다. '손바닥 전화'를 열기만 하면 검색하지 못할 상식이나 지식이 아예 없어 보인다. 그러니 머리 쓸 일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날에는 ‘검색檢索’이 왕이고 권력이다.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거니와, 내비가 있으므로 지리地理를 익힐 필요도 없다.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로 일컬은 것도 옛말이다. 잘 때나 머리맡에 휴대폰을 놓고 자야 안심이고, 눈만 뜨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손전화’이니, 24시간 끼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다 그것을 잃어버리면 일주일도 넘게 ‘멘붕’이 되지 않던가.
좋은 말들은 또 왜 그리 많은가. 오늘의 말씀이나 시 그리고 노래를 날마다 보내주기도 하고 ‘노년을 잘 사는 법’등을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별라별 정보와 먹방 레시피가 그렇고, 정말 없는 것 빼놓곤 다 있는 것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상하게 '정보 갈증'에 시달린다. 허허롭다. 너무 넘치다보니 솔직히 식상할 정도이니, 아예 떠들어보지 않는 것도 다반사다.
그러다, 누가 보내준 지 기억도 안나는 동영상(뉴스)를 보았다. 바로 엊그제 <비상시국회의>가 개최한 <3.1혁명 104주년 주권선언 선포식>에서의 함세웅 신부의 사자후獅子吼, 6분짜리 연설이 그것이다. 보내준 사람이 한없이 고맙다. 그것을 본 심정을 솔직히 말한다. 누가 이 나라에 원로元老가 없다고 말하는가? 외치고 싶었다. 여기 이 신부가 원로가 아니면 누가 원로일까? 6분안에 핵심만 딱 찍어 일목요연 차분히 짚어주는 저 신부는 누구인가? 반론이 있어도 할 수 없지만, 나로선 가장 정확하고 적확했다. 그 말씀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적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최소한 나를 아는 지인들만큼이라도 이 글과 함께 그 뉴스를 보았으면 한다. https://youtu.be/ud7djve_Ab8
함신부의 짧은 연설은 “순국선열들을 마음에 모시면서 오늘의 현실을 진단합니다”로 시작된다. 그분이 진단한 오늘의 현실은 “불의不義한 윤석열정권”이라는 이 한마디였는데, 암담하고 또 암담했다. 아예 깊은 수렁이었다. 함신부는 <민주화기념사업회>에서 일할 때 그곳에서 ‘기억투쟁’이라는 용어를 들었다며, 민주화를 위하여 기억하고 투쟁해야 하고, 불의와 맞서 싸워야 하는데, 그 실천을 함께 다짐하자고 했다. 그것이 순국선열들의 정신이자 삶이고 교훈이라고 역설하면서, 우리 모두 울며 빌자고 했다. 불의한 윤석열정권을 가능케 했던 우리의 부족한 잘못을 함께 뉘우치면서 울며 빌자고 했다. 두 주먹을 불끈 세우며 “울어라!”고 외치는 신부의 결연한 목소리가 어쩌면 섬뜩하기도 했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봉사할 때 “역사를 바로세워야 한다. 친일파를 척결해야 한다. 역사는 전쟁이다”는 이이화 선생의 말에 공감했다며, 악과 싸우는 영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검찰권력을 가지고 청와대를 사찰하고 거지노릇하며 이 정권을 찬탈했다. 이 찬탈은 반란이다. 검찰권력을 타파해야 한다. 3.1정신은 검찰권력을 타파하는 정신이다”라고, 결론은 이렇게 명확했다. 몇 번을 들어도 또 듣고 싶을 명연설이 아닐 수 없다.
자, 보아라. 은인자중하던 천주교의 한 노사제가 분연히 일어섰다. 이 땅에 어찌 누가 정의正義가 죽었다 말하려는가? 정의는 언제 어느 때에도 결코 죽지 않는다. ‘알량한’ 검찰권력을 가지고 정권을 찬탈纂奪한 것이 반란反亂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되겠는가를 찾아야 한다고 외치는 노신부의 단호한 표정을 보시라.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정치를 너무 잘못하고 이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다”고 대통령의 대학 은사에게 전화로 말하며 "무슨 말씀을 해주시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은사가 “윤석열, 좀 정직해라. 겸손하게 이 시대와 겨레를 위해 봉사하라”는 충고를 했다고 한다. 그는 듣고 있는가? 그가 들을 것같은가? 중국의 문호 노신도 말했다. "미친 개에게는 몽뚱이가 약"이라고. 은사의 간곡한 충고조차 개무시할 것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그러기에 함 신부가 “정권을 찬탈한 검찰권력은 타파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3.1정신”이라고 외치고 있다. 1974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만들어 민주화운동을 이끄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그가 1942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82세이나 시국時局이 백척간두인만큼 어떻게 은퇴할 수가 있겠는가. 그는 70-80년대 수난의 사제司祭이자 종교계 상징이었다. 유신헌법반대운동, 긴급조치 무효화운동, 민주헌정 회복요구, 광주민주화운동 등 반군사독재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87년 사제단이 폭로한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은 6월항쟁의 불을 당겼다. 그가 최근 <비상시국회의> 결성에 분연히 앞장섰다. 더 이상 어쩌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아직은, 그의 뜻에 동참하는 재야인사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장준하도, 문익환도, 백기완도 없는 마당에 누가 대놓고 바른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이분들이 있다. 이분들이 등불이자 등대이고 희망이다. 이들의 3.1혁명 104주년 기념 주권선언 선포식을 대통령의 기념사와 한번 견줘 보시라. 기준 자체가 100% 다르기에 비교할 가치조차 없는 일인 것을. 너무나 명명백백하기에 여기에서 3.1정신이 무엇인지 논란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너와 내가 아는데도, 코방귀도 뀌지 않고 오불관언 밀어붙이는 저 사람이 ‘대한국인大韓國人’일 것인가. 오오, 애재哀哉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