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의 ‘우주적 자아’를 온전히 통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한 통찰은 오랜 수행 끝에 찾아오는 심층의 깨달음이다. 대부분 인간은 머리로만 겨우 상상하고 이해할 뿐이다. 이제는 우주적 자아가 품어야 할 ‘궁극적 환상’과 종교성의 관련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 내면의 심층에는 영속성과 무한성에 대한 염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죽음 이후에 대한 무지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이어진다. 그러한 공포는 죽음을 회피하고 부정하려는 욕구로 서 인간의 내면에 무수한 환상을 만들어내고, 인간의 성격이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자신의 유한한 한계를 인식한 인간은 영원불멸을 꿈꾸게 되는데, 그것은 무한성에 대한 염원이다. 자아를 초월하여 근원적 실재로서 온 우주에 편재해 있는 궁극적 실재에 접속함으로써 영원성을 확보하고자하는 막연한 희망이다. 그러나 그러한 무한성의 추구는 대체로 세속적 삶에 파묻혀 내면의 심층 깊숙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무의식 안에서도 가장 깊숙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무의식에서 프로이트는 성욕을, 아들러는 권력욕을, 융은 신비주의적 영성을 보았다면, 오토 랑크는 자기 영속을 위한 불멸추구 의 욕구를 보았다. 그리고 키에르케고어는 자아를 초월한 무한성과 절대적 초월에 대한 신앙의 욕구를 보았는데, 베커는 이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은 단지 문화적 영웅성의 영역을 돌파하고, 일상의 사회 조직에서 자신이 영웅처럼 행동하게 하는 거짓의 성격을 파괴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무한성에, 우주적 영웅성의 가능성 에, 신에 대한 섬김에 이르도록 개방한다. 그리하여 그의 삶은 사회와 문화, 역사의 가치를 대신하는 궁극적인 가치를 얻는다. 인간은 은밀한 내적 자아, 진정한 재능, 독특성에 대한 심층적인 느낌, 절대적인 의미에 대한 내적 갈망을 바로 창조의 근원에 결부시킨다. 파괴된 문화적 자아의 잔재로부터 벗어난 곳에는 궁극의 의미와 우주적 영웅성을 갈망하는 사적인, 비가시적인 내적 자아의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모든 창조의 핵심 속에 있는 이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는 이제 비가시적인 신비와의 연결고리를 확고히 함으로써 우주적 의미를 갖는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의미이다.
이 광활한 우주 안에서 '피조물로서의 유한성을 자각하고, 그러한 자기를 초월하여 무한성을 지향하며, 우주의 근원적 실재를 통찰하고자 하는 바람'을 우주적 자아의 '궁극적 환상’이라고 본다. 이러한 베커의 관점으로, 『난중일기』와 『티 벳 사자의 서』를 비교해 보면, 전자에서는 자기성찰로 천명에 순응하며 초월적 무한성인 천과 합일을 추구하는 ‘궁극적 환상'으로 사단칠정의 절제되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다. 후자에서는 바르도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모든 환영의 허구를 깨닫고 절대적 무한성인 열반을 추구하면서, 눈앞의 환영에 놀아나지 않도록 항상 자기 '마음을 직시해야 함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