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제목 : ※엄지피아노※
작가명 : 례피
E-mail : kye-young5@hanmail.net
연재장소 : 새싹2
총편수 : 총 89편 완결
장르 :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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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소설닷컴 (http://cafe.daum.net/youllsosul)
팬까페 : 없음.
※엄지피아노※
51
한은섬고엄지강휘문그리고또다른고엄지
★:Top,그들을 말한다!ː탑팸
오이우유,핑크쿼츠,한도로시,엘♪,전조,BoNBoN,례피
편안하고아름다운이야기.
저희가 들려드리겠습니다
http://cafe.daum.net/Top8
그 다음날,학교.
점심시간이라 교실엔 나빼고는 애들이 없었지.
"야,고엄지~너 얼굴 왜그러냐?다크써클 진해진것봐!"
어제 휘문이때문에 밤새 잠을 설쳐서
졸린눈으로 자리에 엎드려 있는 내 옆자리에 앉으며 수정이가 말했어.
써글...
지금 너랑 티격태격거릴 기분 아니란말야,이 기지바야.
"....강휘문이 금새 지른거야?"
......어?
뭐야,저 다 안다는 말투는..
나는 고개를 들어 수정이를 쳐다보았고
수정이는 나를 빤히쳐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지.
설마..
"넌 5년친구나 된게 강휘문이 너 좋아하는것도 몰랐냐?"
그랬구나......
그랬구나...문수정 이 가시나!!
"다 알고있었으면서 왜 나한테 말 안했는데!?"
내가 수정이에게 따지듯 소리치자,수정이가
"말할려고 그랬어,이 기집애야!근데 강휘문 걔가 말하지 말라잖아!"
"못된 기지바....."
아무리 그렇다고 쳐도 이때까지 말안하고 있냐?
아이그....이게 친구라고..
내가 원망의 눈초리로 수정이를 쳐다보다가
이내 한숨을 크게 내쉬었지.
"..너..어쩔거냐?"
"뭘?뭘 어째?"
어쩔거냐니.
대체 뭘 어쩌라는건지..
수정이가 내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는
"강휘문이랑 어쩔거냐구~"
"아,어쩌긴 뭘어째!도망다녀야지"
"도망?"
"..으응...."
휘문이한테..
휘문이 그 자식한텐 정말 미안하지만......
나.....
이제껏,휘문이 남자로 본적도 없고
휘문이 때문에 가슴이 콩닥거린적도 없어.
그리고..결정적인건-
내가 좋아하는건..
나를 콩닥거리게 만든건.....
휘문이가 아닌..
선생님이니까.
......
..........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오늘은 학원에 가기전에 먼저 집부터 들리기로 했어.
옷 갈아입고 가려고 했거든.
골목을 지나 집으로 거의 다 왔을쯤이였어.
우리집 앞에서..
하얀 종이비행기를 손에 들고서는
그것을 우리 집 마당을 향해 날리는.......
휘문이가 보여.
.......아...
나는 멍하니 휘문이를 바라보았어.
휘문이는 내가 있는걸 모르는지 우리집앞을 서성이더라.
너였구나...
너였어..
나한테 항상 종이비행기를 보내던 사람이.
바로 너였구나.
순간,내 머리를 스쳐가는 기억 하나.
.......
.............
"바보냐,떨어뜨리고 다니고"
휘문이의 말은 한귀로 듣고 흘려버리고.
난 온 정신이 잉크가 번져버린 종이비행기에게 가있었지.
"이거 어떡해.번져버렸어~"
"어떡하긴 뭘어떡하냐.이거 날려주는 그 새끼가 다시 날려주겠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내 책들을 주워가지고는 우산을 쓰고 가버리는 휘문이.
...........
..........
그래..
지금 생각하니까,그때 휘문이는..
마치 다 알것처럼 얘기했었어.
내가 멍하니 휘문이를 바라보고 서있다가
이내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는것 같아서
옆에 있던 골목으로 몸을 숨겼지.
왜 말하지 않았을까.
그 종이비행기를 날린사람이..자기라고.
난 휘문이가 가길 기다리며 그 골목에서 서있었지.
이내 휘문이는 자기 집으로 가버리고..
난 숨을 살짝 내쉬며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갔어.
역시나 마당엔 휘문이가 날린 종이비행기가 있었지.
언제나 그렇듯이 종이비행기 안에는 '사랑해요'라는 글자가 써있었고 말야.
왜 말하지 않았을까,휘문이는..
나는 그 종이비행기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엄마와 아빤 회사에 나가고 없었지.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서 책상 밑에 뒀었던..
그 종이비행기들이 가득한 상자를 꺼내보았어.
한결같이 하얀 종이비행기에 적혀있는 '사랑해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하면....
나는 방금 전에 휘문이가 날린 종이비행기를 상자에 조심스레 넣어두었어.
........
저벅저벅..
지금까지 휘문이가 내게 날려주었던 종이비행기들을 모아둔
상자를 양손으로 들고서 휘문이 집앞으로 걸어갔어.
"휴우..."
숨을 크게 들이마쉰뒤.
나는 그 상자를 휘문이 집 대문 앞에 놓아두었지.
...........
......미안해,휘문아.
※엄지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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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이 왔는지 바람을 '호-'하고 불면
하얗게 입김이 나오는 추운 날씨.
회색빛이 도는 동복을 입고서 학교에 가기위해 집을 나섰어.
집밖으로 나오자,맨 먼저 보이는건..
바로 휘문이였어.
우리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서있더라구..
어떡해..
휘문이 얼굴을 제대로 볼수가 없어.
휘문이 눈을..제대로 볼수가 없어..
나는 못 본척 빠른 걸음으로 휘문이를 피해 학교로 향했지.
힐끔 뒤를 보니,휘문이는 나를 말없이..
슬픈얼굴로 쳐다보고 있더라.
미안해..정말.
너한테 너무...미안해..
하지만....
나도 어쩔수가 없어...
........
......A.M 11:49
"자,오늘은 자리를 바꾸도록 하겠어,지금부터 이름 불러주는대로 자리 앉도록 하렴"
망할.....
평소엔 잘 안바꾸다가 왜 멀쩡한
자리를 바꾸겠다는거예요,담임쌤....
왠지 예감이 별로 안좋은데...
설마 휘문이랑 짝이..
내 불길한 예감은..
꼭 적중하더라.
"강휘문이랑 고엄지,가운데 분단 3번째 자리에 앉아"
.......무한줵일!!....
어떡해...어떡해!
난 놀란 두눈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가슴을 조렸지.
휘문이를 힐끔보니깐 아무렇지도 않은것 같았어.
어떡해...
휘문이 얼굴도 제대로 못보겠는데!!
"얼른 자리 바꾸도록 하렴"
내 운명을 이렇게 바꿔놓으신 담임선생님의 말에
애들은 각자 자기 가방과 책상서랍에 있던 책들을
꺼내 새로 정해진 자리에 옮기기에 바빴어.
......잠시후.
나랑 휘문이는 같은 짝이 되고 말았지.
어떡하지...
어떡하냔말이다!!!
"음...새로 앉은 자리가 맘에 안들면 지금 얘기해,나중에 뒤에서 불만하지말고"
그래....
얘기하는거야..
기필코 휘문이와는 안된다고 말하려고 왼쪽 손을 들려던 그 쯤.
휘문이가 덥석 내 손을 잡아버려.
자리때문에 휘문이가 내 손을 잡은게 다른 애들한테는 보이지 않았지.
......강휘문..
"야.."
"나..신경쓰지마"
자기를 신경쓰지말라는 휘문이의 말.
그치만....
"부탁이야"
들릴듯 말듯한 휘문이의 말.
난..휘문이의 그 애절한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였지.
미안해.....
너무너무..
...........
.......
피아노 건반 소리가 학원 안을 가득 매우고.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피아노 연주연습을 하고 있었지.
그러다가 물을 마시려고 방 밖에 있는 정수기때문에 밖으로 나왔어.
그런데.
"어?선생님 코피나요!"
선생님이랑 같이 피아노 문제를 풀고 있던 초등학생 여자애가
놀란 얼굴로 선생님에게 말했지.
나는 그말에 선생님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선생님은 자리에 일어서서 휴지로 코피를 닦아내.
"아..씨.."
인상을 쓰는 선생님.
희찬이는 멀뚱멀뚱 그런 선생님을 바라보고..
그런데,희찬이가 입은 저 옷..
연두색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의 얼룩말이 그려진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희찬이.
와.....얼룩말티셔츠..
참 이쁘고 깜찍하네.
"옷 이쁘다"
내가 나도모르게 희찬이에게 중얼거리자,
희찬이가 나를 쳐다보며
"아빠가 어제 사줬어.어제 아빠랑 놀이동산도 갔다 오고 돈까스도 먹구.."
그랬구나.
짜식....부럽네
"있잖아...아줌마..."
표정이 살짝 굳어서는 희찬이가 조심스럽게 말하더라.
왜이러지?
"응?왜??"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지
머뭇거리는 희찬이.
"말해봐,무슨 말인데??"
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내뱉었고,
희찬이가 내게 하는 한마디.
"...엄마라고 불러봐두..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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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엄마라고 불러봐두..돼..?"
희찬이의 간절한 한마디.
난 그대로 얼어버렸지.
희찬이의 그 한마디가....
왜그렇게 슬프게 들리는지 모르겠더라.
"..불러..엄마라고 불러"
내가 웃으며 말했어.
그러자,희찬이가 나를 바라보며
"......엄마..."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더라.
이런 느낌이구나...
엄마란게.
이런 느낌이구나...
.........
...............다음날.
지금은 사회시간.
모두들 사회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는걸
같이 따라서 공책에 적기에 바쁘지.
나도 공책에 필기하기에 바빴지만..
나를 신경쓰이게 만드는...휘문이.
옆에서 엎드려 자고 있더라구.
도저히...안되겠더라..
휘문이 얼굴 보기가.
그때,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종소리가 스피커안에서 들려오고..
"차렷,선생님께 경례!"
반장의 말과함께 수업은 끝나버리지.
사회선생님은 교과서를 들고 교실에서 나가버리고..
그러다가 반장의 이어지는 한마디.
"오늘 담임선생님이 바쁘셔서 바로 가라그랬으니까,얼른 집에 가"
그 반장의 한마디에 애들은 좋아라 신나하고..
나는 이내 가방에 책들을 집어넣고 어깨에 가방을 매었지.
휘문이가 고개를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고..
뒤에서 수정이가 휘문이 옆에 서서는.
"야,강휘문!그리고 고엄지!오늘 시간 좀 내라~이 언니가 한턱 쏘마!"
목에 힘을 주며 수정이가 말했어.
한턱.....
귀가 솔깃한 얘기었지만..
역시나 휘문이가 의식되버렸어.
"미안,나 오늘 학원가야돼!"
얼렁뚱땅 그렇게 핑계를 대고서 허겁지겁 교실에서 나와버렸어.
사실은..오늘 학원 안가는 날이였는데 말야.
*
터벅터벅-
한숨을 쉬면서 집으로 가기위해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었어.
상가 앞에서..
검은 줄무늬 셔츠를 입은 희찬이와 선생님이 내 시선에 들어오더라.
나는 반갑게 인사 하려했는데,왠지 분위기가 심각하더라..
뭐지?
무슨일이지?
난 가만히 서서..선생님과 희찬이를 지켜보았지.
"..밥 골고루 먹구..힘들어도 울지말구..건강하구.."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것 같은 선생님의 목소리.
선생님은 희찬이 앞에 쪼그려 앉아서 희찬이 머리를 쓰담으며 말했지.
그러자,희찬이가..
"...아빠.."
"..어?"
"나..버릴려구 그러는거지..."
.......뭐?
"나..버릴려구...그러는거지 지금.."
희찬이의 그 한마디에 희찬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선생님의 손이 멈춰.
이게...지금 무슨 상황이야....
"..나...버리지마..아빠.."
눈물을 글썽이는 희찬이.
선생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버리지마..나 버리지마라..."
희찬이의 맑은 눈망울에서..
흘러내리는 투명하고 차가운 눈물.
그 눈물이 희찬이의 뽀얀 볼을 타고 흘러내려와.
선생님은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버리지.
이때,저 멀리서 BMW 차 한대가 달려오더니..
희찬이와 선생님 앞으로 차를 세우지.
이내 뒷자석에선.....
다름아닌 희찬이의 외할머니가 내려.
그러자,희찬이가 선생님의 옷자락을 잡으면서
"나 버리지마,아빠..응?나버리지마!...
나 울지도 않을게..엄마 보고싶다고도 안할게..
장난감 같은거,과자같은거 사달라고도 안할게..아빠 말 잘 들을게..
버릇없게 굴지도 않을게..아빠..그러니까..나 버리지마..응?..나 버리지마,아빠..!!"
희찬이가 옷자락을 잡으며 애원해도
선생님은 고개를 숙이고선 아무말도 하지않아.
"자,희찬아..할미랑 같이 가자"
희찬이의 외할머니가 희찬이의 손을 잡아 이끌며 말했어.
그러자,희찬이가 엉엉 울면서
"싫어,나 안갈거야!안가..!아빠랑 같이 살거란 말야!"
.....희찬아..
할머니 손에 차에 태워지려고 하는 희찬이.
나는 희찬이에게로 다가가 희찬이를 잡아 끌었어.
그러면서 선생님에게..
"선생님 지금 이게 뭐하는거예요!!"
"..."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웠어.
마치,울음을 억지로 참는듯했지.
"뭐야,이 학생은?상관말아요!희찬아 얼른 가자!"
할머니는 내게 그렇게 말하며 희찬이를 차 안으로 강제로 앉혀버리지.
희찬이는 울면서 자동차 뒷 유리를 두들기며
"아줌마..아줌마!...나 좀 꺼내줘요..아줌마..!"
"희찬아..!!"
나는 필사적으로 희찬이를 꺼내려 했지만,
할머니가 쾅 하고 자동차 문을 닫고서 가버리더라.
난 그 자동차를 따라 뛰어가다가..그대로 주저앉아버렸지.
눈물이 나.
그렇게 엉엉 울면서..
자기를 버리지말라던 희찬이의 얼굴이 떠올라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에게 다가가 말했지
"왜 그랬어요..희찬이 왜 그랬냐구요!!"
"..."
내 목소리에서 아무말도 하지않는 선생님.
"아무렇지도 않아요..?...희찬이가 그렇게 우는데..
희찬이가 자기 버리지말라고 그렇게 애원하는데..대체 왜..!!"
내가 선생님의 가슴팍을 밀치며 소리쳤지.
그러자,선생님의 내 손목을 꽉 잡더니..
"내가..지금 괜찮아 보이냐.."
선생님의 슬픈 두눈.
선생님은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상가 안으로 들어가버려.
나는 멍하니...땅 바닥에 주저앉아버렸지.
희찬이가...너무 불쌍해서.....
아직 7살인데..
7살밖에 안됬는데..
선생님이 왜 희찬이한테 그랬는지 납득이 가질 않았어.
나는 눈물을 닦으며 상가 안으로 들어갔어.
2층으로 올라갔을땐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떨어지는 소리들이 학원에서 들려오더라.
나는 학원으로 들어갔고..
학원 안은 아주 난장판이였어.
화분은 깨져서 흙들과 깨진 유리 조각들이 나뒹굴고
각종 책들과 종이들이 널부러져있었지.
그리고.....어딘가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와..
애써 울음을 참지만..
결국엔 터져나오는 울음....
나는 그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세번째 피아노 방안으로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기었고.....
다름아닌...선생님이...
구석에 앉아서 울고있더라..
※엄지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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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이였을까..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갔을때.
학원에 들어선 나는 멍한 선생님을 볼수가 있었어.
애들을 가르치다가도 금새 멍해져 있는거야.
아마 희찬이때문인것 같았어.
마치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했던 것을 잃은것처럼..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멍해있더라구..
"선생님"
"...."
"선생님!"
"...."
"선생님?!"
"어,어?"
옆에서 문제를 풀고있던 초등학생 여자애가
멍해있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선생님을 불렀지.
몇번을 불러야 겨우 정신을 차리는 선생님.
많이 힘들어보여..
잠도 제대로 자지못했는지..밥도 먹지 않았는지
얼굴 색도 안좋아 보이더라.
"뭐해,들어가서 피아노 쳐"
멀뚱 멀뚱 서있는 나를 보더니 선생님이 말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안으로 들어갔지.
그래...
지금 누구보다 힘든건,바로 선생님일거야.
그런데,왜..
무슨 이유로 희찬이를 할머니한테 보내버린걸까.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서 가방안에 바이엘 책을 꺼내
악보대에 펼쳐 놓고서 건반을 치기 시작했지.
희찬이는...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잠시후,선생님이 방안으로 들어와.
역시나 안색이 안좋아보이는 선생님.
희찬이때문에 그런가봐..
"저..선생님.피아노 한번만 쳐주세요!"
나는 선생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그 말을 내뱉었지.
그렇지만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않더라구..
"한번만 쳐주세요~네?선생님.."
계속 되는 내 부탁에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더니.
"알았으니까,조용히해"
이렇게해서라도 선생님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 싶었어.
선생님 기분이 안좋으니까,나도 기분이 별로였거든..
선생님은 피아노 건반에 손을 가져다 대며
연주를 막 시작하려고 했지.
그런데,갑자기 인상을 찡그리며 머뭇거려.
"왜그래요?"
내가 갑작스런 선생님의 행동에 살짝 놀라서 물었고
선생님은 이내 안경을 벗으며 방 밖으로 나가버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인거야,대체.
이상해..
이상해..선생님.
*
나는 학원 레슨을 다 받고선 상가 앞에서 앉아있었어.
바람을 쐬고 싶었거든.
날씨는 추웠지만 바람은 불어오니까..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시원해 지는것 같아서 말이야.
이때,학원 문을 닫고 상가 밖으로 나오는 선생님이 보여.
집에 가는건가..?
그치만 집 방향은 저쪽이 아닌데...
나는 오늘 수상했던 선생님이 마음에 걸려서 선생님을 미행하기로 했어.
선생님은 집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더라구.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혼잡한 거리를 지나서..
우리 동네에서 규모가 큰 문구점 안으로 들어가더라.
나는 선생님이 안으로 들어가고 나중에 안으로 몰래 숨어 들어갔지.
선생님은 안에서 남색 바탕의...요새 유행하는 로봇 그림이 그려진
초등학생 남자아이용으로 보이는 책가방과 필통,연필,크레파스,스케치북...
그리고 하얀 실내화를 품에 안아들고는 계산하고 있었어.
무얼하려는거지?
나는 유심히 몰래 숨어서 지켜보았고.
선생님은 계산을 한 다음에
한손엔 그 남색 로봇책가방을 들고 나머지 한손에는
크레파스,실내화,연필,필통등이 들려있는 종이가방을 들고
문구점에서 나가버려.
그것들을 사들고 나가면서 어두웠던 선생님 표정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더라구.
그렇게 문구점에서 나와서 혼잡한 거리를 돌아다니며
선생님을 미행하고 도착한 곳은.
부자들만 사는곳이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호화롭고 고급스러운.....집들이 가득한 곳이였어.
우리 동네에 부자들끼리만 산다는 곳이 있다고 듣긴했는데..
실제로는 처음 와봐.
선생님이 저벅저벅 걸어간 곳은
너무나 높게 느껴지는 돌 담벽에 호화스러운 남색 지붕의 2층집이였어.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해버릴 정도로 정말 고급스러웠지.
선생님은 자기가 사들고 온 가방과 물건들을 그 집 대문앞에 놓고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집 옆으로 몸을 숨기지.
왜저러지?
이때,저기 저 멀리서......
유치원복을 입은 희찬이가..
어깨에는 유치원 가방을 매고서 혼자 걸어오는게 보여.
울적해보이는 희찬이의 얼굴.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멍해있더라구..
희찬이는 그집 대문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겨.
혹시.......
저 집이..설마 희찬이 할머니의 집..?
..저 가방과 물건들....
맞아.
희찬이가 지금 7살이니까..
내년이면 8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잖아.
......선생님..
희찬이는 가방과 그 물건들을 보더니..
울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아빠.."
희찬이도 알았나봐.
그것을 사준게..선생님이라는걸.
"아빠..!아빠..!!!"
희찬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엉엉 울며 선생님을 찾더라.
그러자,선생님은 그런 모습의 희찬이를 보며 숨죽여 울다가....
이내 자리를 떠버리지.
선생님의 눈물.....
선생님의 눈물이.
선생님의 아픔이....
가슴이 찢어지도록 나한테까지 전해져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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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우리 이렇게 모여서 뭐 먹는거 진짜 오랜만이지않아?"
수정이가 분위기를 리드하며 마른오징어 다리를 뜯어 먹으며 말했어.
요놈의 가시나......
나랑 휘문이를 같이 부르는 너의 생각이 무엇이더냐.
나랑 휘문이 사이 좋게해준다면서
결국 생각해낸게
공원 벤치에 앉아서 오징어 다리 뜯는거였냐고...
요즘 휘문이랑 내 사이 어색해진거 잘 알면서.
"아 진짜..강휘문,고엄지 니네 자꾸 이럴래?"
휘문이와 내가 말 없이 앉아 있자 수정이가 인상을 쓰며 다시 말을 이었지.
그러게 누가 우리를 같이 부르랬냐고.
"미안한데..나 먼저 간다"
휘문이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했지.
..아..
"아..나도 그만 가봐야 될것같애!미안,수정아"
문수정 이 가시나..
넌 내일 보자!!.......
사이가 좋아지긴 커녕 더 어색해졌잖아!?
내가 수정이를 마음속으로 원망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원에서 나가려고 했지.
그런데 그만 돌에 걸려서.....
"아악!"
쿵-하고 넘어져버린거야.
젠장....이런 망신이 어딨냐구!!!
"으씨...."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픈 무릎을 보니.
이미 오른쪽 무릎은 까져서 피가 나더라구.
"에헹~꼴 좋다~"
수정이가 그런 나를 비웃듯이 말해.
저걸 그냥!!?
내가 수정이때문에 스팀이 살짝 오를때였어.
휘문이가 나한테 다가와서 내 까진 무릎을 보더니
"넌 항상 자빠지더라"
라고 말하는거야.
..뭐?..
나는 멍하니 휘문이를 쳐다보았고
휘문이가 자기 교복 마이 주머니에서
하늘색 손수건을 꺼내서
내 까진 무릎을 손수건으로 감싸 묶어주는거야.
....휘문아..
"...잔인해..너"
들릴듯 말듯 읊조리는 휘문이.
...잔인해......
......아무말도 할수가 없더라.
휘문이의 그 말 한마디에 난 어쩔수가 없었어.
"그 종이비행기.....너 정말 잔인해....."
라고 말 한마디를 내뱉고는 휘문이가 슬픈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려.
...........
......미안..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밖에 너한테 해줄 말이 없어.....
*
나는 그대로 학원으로 갔어.
수정이가 하도 애걸하길래 갔더니....아까 그일이 생겨버린거지.
으휴..........
..더 휘문이랑 어색해져버렸잖아..
한숨을 푹 내쉬며 학원 안으로 들어갔어.
내가 늦은시간에 학원에 와서 그런지
학원엔 애들은 한명도 없었어.
선생님 혼자 안에 있었을 뿐.
안으로 들어가니 선생님은 무언갈 먹고 있었어.
하얀 바탕의 작은 통이였는데..
약같아 보였지.
희찬이가 저번에 말했던 이상한 약이..저건가?
"선생님"
내 목소리에 선생님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봐.
이내 약을 삼키며 그 약통을 자기 바지 주머니에 넣지.
"너 왜이렇게 늦게와?평소엔 일찍 오더니"
"하하..그럴수도 있죠,뭐.."
내가 선생님의 말에 히죽웃으며 대답했지.
"얼른 들어가서 피아노 쳐"
"네"
나는 방 안에 들어가서 피아노 건반을 치기 시작했지.
잠시후,선생님이 안으로 들어와.
"연습은 많이 해왔냐?"
"그럭저럭이요.."
내가 얼버부리듯 말했지.
선생님은 내 바이엘 책을 훑어 보고..
난 심심해서 치마 주머니에 뒀었던 껌 하나를 꺼내 입안에 넣어 씹어댔어.
그러자 선생님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선생님도 하나 먹을래요?"
라고 말하며 나는 선생님에게 껌하나를 주었지.
그러자,선생님도 입안에 껌을 넣어 씹고.
아 이 단물..
너무 맛있어.
나는 버릇처럼 껌을 풍선처럼 불었고
선생님은 그런 내가 신기한듯 쳐다봐.
그러더니 이내 하는 말이..
"그거 어떻게 불어"
"네?선생님 풍선껌 못 불어요??"
"못 분다기 보단 안불어"
그걸 지금 핑계라고.....
풍선껌을 못 부는구나,선생님은.
다 할줄 알면서 풍선껌을 못 불다니...
흐흐흐 역시 신은 공평해~(<-)
.......
.................
.....그때만 해도..
행복할줄 알았다,우리........
.....그게 시작일줄은...몰랐어.
...슬픔이 그게 다 일줄 알았는데....끝이 아니더라.
※엄지피아노※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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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
토요일이라 학원에 가지않는 날이였지.
집으로 혼자 터벅터벅 걸어서 교문을 나서고 있었는데..
"고엄지!!"
이 목소리는...
바로 바로 웬수같은 문수정, 이 가시나.
"왜그래 갑자기?"
"오늘 나 지태씨랑 데이트 있는데!!너도 같이 가자!!"
이 가시나가.....
너 데이트에 내가 같이 왜 가냐?
"내가 같이 왜가냐?"
"야아~지태씨랑 단둘이 있으면 부끄럽다구!!그니까 나랑 같이 가주라,응??"
코맹맹이 소리 내지말아다오,친구여.
"거기 오늘 SKY에 잘나가는 밴드들이 노래한대!"
응??
"그..뭐랬더라...얼굴 진짜 잘생긴 애들이 노래한다더라"
"안갈거야???"
내가 그런다고 갈줄 아나본데..
"갈거야,이기지바야!!"
얼굴 잘생겼다길래 일단 가보고 싶더라구!!
..하하..
........
.....
집에 들려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수정이와 같이 향한 이곳.
SKY.
수정이 얘는 그때 변태아저씨한테 혼이
나도록 당하고선 계속 여기에 오고싶은지..
SKY에 들어서니 온통 안은 하늘색이였어.
완전 바다네 바다.
"어머!오빠!!"
오빠라며 소리치는 수정이의 손에 어느 테이블에 끌려갔어.
그 테이블엔 다름 아닌 지태씨가 앉아있었지.
"어,애인..오늘은 친구도 데리고 왔네??"
"응~얘가 하도 오고 싶다고 그래서 말야!"
허억.
이 가시나가 지금 뭐라고 한겨....
누가 오고싶다고 했다고?
내가?
아이고 참내.
거짓말 백단 문수정!
넌 좀 이따가 보자.....
내가 복수의 칼날을 갈며 자리에 앉아 물 한잔을 한모금 마셨지.
이미 지태씨는 술을 먹었는지 취해있더라구.
"나 화장실 좀 갔다올게!"
라고 말하며 사라지는 수정이.
또 화장 고치러 가겠지.....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금 물 한모금을 마셨을때 였어.
문득..
희찬이 엄마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기더라구.
지태씨한테 물어볼까??..
"저기요..."
내가 조심스레 지태씨에게 말을 걸어보았지.
그러자 지태씨가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저....희찬이 엄마요.."
희찬이 엄마라는 말에 표정이 굳는 지태씨.
왜그러지..?
"걔는 왜?"
지태씨가 표정 관리를 하며 되물어.
나는 용기를 내어서
"희찬이 엄마에 대해..말해주실수 있어요?"
"...."
당황한듯 머뭇거리는 지태씨.
물으면 안되는건가?
그렇지만...궁금해.
선생님이랑..희찬이 엄마 사이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너무 궁금해.
"알려주세요..선생님한테 아무말도 안할테니까..알려주세요"
"..안돼"
"제발요"
내가 부탁하고 부탁하자,이내 지태씨가 한숨을 내쉬더니.
".....너랑 이름이 똑같은.
그런여자가 있었어.한은섬한텐."
나랑 이름이 똑같은 여자......
"너 세창고 다니지?"
"네?네.."
"거기 나랑 한은섬,그리고 희찬이 엄마가 다녔었던 학교였거든"
..아..
그랬구나.그래서...
예전에 선생님이 우리학교에 온적이 있었지.
그때 왜 왔냐고 물었었는데 추억 찾기 한다고 했던게...그 뜻이였구나.
"희찬이엄마가 어느날 우리학교로 전학오면서 어떻게 하다보니까 은섬이랑 알게되고.
잘못하다가 걔가 은섬이 아이를 가져버린거야"
선생님의 아이.
그렇다면.....19살에?
"19살에요..?"
"응.그걸 한은섬 그자식이랑 걔가 숨기다가 그만 선생들한테 들키고 만거지.
그래서 결국 퇴학당하고..고엄지..그래,너랑 똑같은 여자애 엄마가 한은섬한테 장난아니게 굴었어.
평생 들을 욕 하루아침에 다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지.."
..그랬구나....
그래서 희찬이 할머니가 처음에 선생님한테 찾아왔을때도..
지태씨는 술을 한모금 마시며 계속 말을 이었어.
"애를 지우라는 말에도 꿈쩍안하고 버티던 애들이였어. 결국엔 지들끼리 잘 살았는데..희찬이 엄마가"
계속 지태씨의 말이 이어지려고 하는 그때였어.
한 남자의 낯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
"그러다 애 낳다 차에 치여 뒤지고"
.....이 목소린...
.......선생님....
"..서..선생님.."
나는 놀란 두눈을 크게뜨며 선생님을 바라봤지.
선생님은 잔뜩 굳은 얼굴로.
"너 여기서 뭐하냐.미성년자 출입 안되는거 몰라?"
라고 말하며 내 손을 잡아서 나를 밖으로 끌고 나와.
"...선생님..."
"집에 가라"
화가 난것 같은 선생님.
...나..나는..
"선생님..."
"..넌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
잔뜩 화가난 목소리.
......선생님..
"그렇게 흥미로웠냐?내 일이 그렇게 흥미로웠냐고"
"그게 아니라요,선생님.."
"됬어,집에나 가"
선생님의 차가운 태도.
그게 아니라구요....
흥미로워서 그런게 아니라구요.
"선생님이 말해주지 않으니까...그냥 물어본거예요,절대 흥미로워서 물어본게 아니라구요.
그저 난 선생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내가 울먹이며 말했고,선생님은 이내.
"내가 왜 너한테 그걸 말해줘야 하는데?!"
........
"좋아하니까요."
나도 모르게 내뱉어버린 말.
"뭐?"
선생님은 이해할수 없다는듯 인상을 쓰며 되묻지.
나는 다시 입을 열어서
"선생님이 좋으니까요.그래서 그랬어요..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선생님이 너무너무 좋아서.
그래서 그랬어요!선생님이 미칠듯이 좋아서..그랬다구요!!"
※엄지피아노※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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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면서 그렇게 말했어.
선생님은 당황한듯 싶다가 이내 표정이 굳어버리지.
"..선생님..."
"..고엄지"
"선생님..사랑해요"
"그만가라"
선생님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서 어디론가로 향해 가버려.
선생님이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
선생님.....
*
다음날..
어제 선생님 생각에 잠 한숨도 못잔 나는
몸이 축져선 교실의 내 자리에 엎드려 앉아있었지.
"야,고엄지"
수정이의 목소리.
나는 고개를 들지않고 그냥 그 자세로 가만히 있었어.
그러자,수정이가
"너 어제 갑자기 가버리면 어떡하냐?무슨일 있었어?"
"..."
"..야?"
"....말했어.."
"어?"
"좋아한다고.....말했어...."
내 말에 수정이는 잠시 머뭇거려.
그러다가
"누구한테..?"
"..피아노선생님한테..."
"..너.."
내 말에 놀라는 눈치의 수정이.
휴....
"그래서 그 선생님이 뭐래?"
"..모르겠어...선생님 마음을.."
모르겠어.
선생님이...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나..너무 슬프다...."
"..."
너무...슬퍼.
슬퍼죽겠어..
슬퍼서..너무 슬퍼서..
가슴이 미워져서..
터질것만 같아.
"강휘문도..지금 너처럼..그럴거야."
순간 내 정신을 번쩍 들게하는 수정이의 말.
휘문이도..
나처럼.....
..그녀석도 나처럼..
아니,나보다 더 할지도 몰라..
휘문이가 나보다 더 힘들다는거..
잘 아는데.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어쩔수가 없어..
미안하단 말밖에 해줄수가 없어.
........
.............
몇교시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수업중에 잠이 들어버렸어.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이미 애들은 집에 가고 없더라.
문수정..이 가시나..
친구가 자고 있어서 집에 못가고 있으면 깨워야 할거 아니야.
내가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가방을 매고 일어나 시선을 돌렸을쯤 이였어.
교실 뒷문에 두눈을 감고 기대 서있는 휘문이가 보이더라.
...강휘문..
나는 휘문이를 보자마자 황급히 뒷문으로 교실밖으로 나가려고 했어.
그런데.
감고 있던 두눈을 뜨며 내 손목을 낚아채는 휘문이.
"....강휘문.."
"피하지마"
"..휘문아.."
"피하지말라고"
휘문이의 그 말 한마디에 난 그대로 굳어서 서있을수밖에 없었지.
휘문이의 눈망울이..너무 슬퍼보여서.
"나 피하지마"
.......휘문아..
"..미안해...난....너 사랑할수 없어..."
내가 내입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고엄지 너 정말 못됬다.
정말 잔인해,너.
휘문이가 힘들거란거 알면서..
"우리..영원히 친구로 남자..."
고개를 숙인 휘문이를 보면서.
서서히 내 손목을 잡은 휘문이의 손목에 힘이 풀리는걸 알면서.
난 그렇게 잔인한 말을 또 내뱉어버렸지.
".....미안해"
난 미안하단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나가버렸어.
휘문아 미안해.
너 많이 힘들거란거 아는데.
잘 아는데...
나한텐....
선생님뿐이야.
※엄지피아노※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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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친몸을 이끌고 학원으로 터벅터벅 걸어갔지.
그런데 저 멀리 골목에서 선생님과 검은 양복을 입고 깍두기 머리를 한 아저씨 3명이 보여.
무슨일이지?
나는 조심스레 그 골목으로 다가가
벽에 몸을 바짝 숨기고서 살짝 고개를 내빼었지.
"진짜..이만하면 너한테 딱 좋은 조건이라니까?"
"필요없으니까,가..누가 너희들이랑 깡패짓한데?"
깍두기 무리중 한 아저씨가 선생님에게 딱 좋은 조건이라며
말하지만 선생님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답해버리지.
그러자 깍두기 무리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남자가
선생님을 비웃듯이 쳐다보며
"참나..우리 형님이 너같은 쓰레기를 쓰고 싶다고 하면 감지덕지해야지,뭐?!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가.."
.....쓰레기 같은 새끼.....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그 깍두기의 말.
"열아홉에 사고친 주제에 감히 우리를 벌레보듯 하고 말이야..이 쓰레기야"
말끝마다 쓰레기,쓰레기.
....화가 났어.
선생님은 굳은 얼굴로 그 사람들을 쳐다보고만 있었지.
"쓰레기는 우리바닥에서 놀아야되는거야,알았냐?"
또 쓰레기..
나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면서
"우리 선생님 욕하지마"
갑작스런 내 등장에 그 깍두기들은 어이없다는듯 표정을 짓지.
"뭐야,이 기집애는?푸하하-"
비아냥거리면서...
선생님을 욕하는 깍두기.
"우리 선생님 쓰레기 아니야.쓰레기 아니라구!!당신이 뭔데 우리 선생님 욕하는데?"
나는 너무 화가나서.
생각 나는대로 말을 내뱉었지.
그러자,선생님이 나를 뒤로 막으며
"가..니가 신경쓸 일 아니야"
"놔봐요!!저사람들이 선생님보고 욕하는데,아무렇지도 않아요?"
참을수가 없었어.
선생님을 손가락질하며 욕하는걸....
두눈 뜨고 못봐주겠어.
"푸하하...한은섬 진짜..원조까지 하는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말이야,역시 쓰레기는 쓰레기..."
이때......
우리를 비아냥 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그 깍두기 무리중
한명에게 묵묵히 아무말도 안하며 나를 막고있던 선생님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려버리지.
난 그 상황에 얼어붙어버렸지.
"나 욕하는건 신경안써.너희들이 나 욕하는건 그냥 벌레가 하는 말이다 생각하고 흘려듣거든.
그런데...나랑 내가 아끼는 제자 사이 욕하는건..기분 뭐같아서 안되겠거든"
....내가 아끼는 제자....
좋은말인데....
그래..좋은말인데..
뭔가가...슬프다.....
"씨바,튀어!!한은섬 이새끼 너 나중에 죽여버릴줄알아!!!"
선생님의 차가운 눈초리에 그 깍두기들은
냅다 도망가버리지.
"....선생님"
골목에는 선생님과 나.
둘뿐이였어.
나는 조심스레 선생님을 불러보았고..
선생님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내 일에 신경꺼"
"선생님"
"남의 일에 상관 좀 하지마"
"...좋아한댔잖아요"
좋아한댔잖아요..
선생님 좋아한다고 그랬잖아요...
내가 슬픈 얼굴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말했어.
그러자,선생님은 피식 거리며
"그래서?"
"네...?"
"그래서..나보고 어떡하라는건데.내가 너랑 사귀어야되냐?"
.....선생님..
내 말은..그게..
"아까 못들었냐?난 쓰레기야,쓰레기."
"...선생님이 왜 쓰레기인데요.고등학교때 사고친거?그게 그렇게 대단해요?
그게 그렇게 선생님이 평생 등에 짊어지고 살아야할 짐이냐구요!!"
"고엄지"
내 말에 선생님의 표정과 눈빛은 확 굳어버리지.
"난 괜찮다구요..선생님 과거가 어떻건..난 괜찮다구요"
내가 선생님의 옷자락을 잡으며..
애절하듯 말했어.
그리고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
"난 안괜찮아.니가 괜찮아도 난 안괜찮아"
"선생님...."
"이해못하겠냐?간략하게 줄여서 말해줘?
너랑 나랑은 절대 이루어지지 못할 관계"
그 말을 남기고선..
그 골목에서 나가버리는 선생님.
난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입을 틀어막으며 엉엉 울어버리지.
..........
...선생님이 좋은데.
단지 그 이유뿐인데..
우리 왜 이렇게 힘들까요...
※엄지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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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흑....."
학원에 가지않고서..
집에 가서 방안에 틀어박혀 엉엉 울기 시작했어.
내 마음을 몰라주는 선생님이 너무 미워서.
좋아한다는데..
왜이렇게 복잡한지 난 이해가 가지않았어.
이때,밖에서 내가 우는 소리가 들렸는지
방 안으로 엄마가 들어와.
"엄지야,너 왜 울어!?어?"
"..엄마...흐흑...."
"왜울어?왜!.."
엄마는 걱정어린 눈빛으로 내게 다가와 나를 품에 안지.
...어떡해..어떡해 엄마..
......선생님이 너무좋아서.....
선생님 때문에 눈물이 나.
......
.........그 다음날이였을까.
학교 수업이 이미 중반에 다 달아올랐는데도
휘문이는 자리에 가방만 올려놓고 어디에 갔는지 보이질 않았어.
"휘문이 어디갔는지 알아?"
내가 수정이에게 물어보았고,수정이는
"몰라..아까 교무실 가는것 같던데.근데 너 울었어?눈 부었잖아!"
내가 울은걸 어떻게 알았는지 호들갑을 떠는 수정이.
나는 애써 웃으며
"아니..울긴 누가 울어"
"하긴..남자 복 터진 니가 울을 일이 뭐가 있겠냐"
"시끄러~"
가시박힌 말을 내뱉는 수정이에게 살짝 인상을 써주고선
자리에 제대로 돌아 앉았는데.
휘문이가 이때 갑자기 교실에 들어와서는 가방을 어깨에 매고 교실에서 나가버려.
"가,강휘문..?"
내가 휘문이를 불렀지만 휘문이는 그냥 나가버렸어.
무슨일이지?
난 휘문이가 걱정스러웠어.
어제 일도 그렇고......
...휴..
...........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지.
언제나 그렇듯이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어?
"......강휘문"
나도 모르게 휘문이를 불러버렸지.
이내 휘문이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버려.
응..?
나는 내가 잘못 본것 같아서 휘문이에게 다가갔지.
"너..얼굴이 왜이래?!응?"
입술은 터져서 피가 나고..
왼쪽 볼에는 살짝 멍이 들고.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싸웠지.그치?"
"..."
"들어와,약 발라줄게"
나는 휘문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지.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어.
나는 후시딘과 데일벤드를 들고서 휘문이를 쇼파에 앉혔지.
"...."
우린 아무말도 하지않았어.
나는 묵묵히 후시딘으로 약을 발라줄 뿐..
사실 지금 휘문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백번 천번이라도 사과 하고 싶을 심정이야.
나 때문에 괜히 이렇게 된게 아닐까 싶어서.
이때,약 발라주고 있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휘문이.
난 당황해서 시선을 돌려버렸지.
그러자 휘문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 그만 갈게"
"..."
잘가란 말도 해줄수가 없더라.
내가 이러면 휘문이가 더 힘들어할것 같아서..
*
그날 새벽이였어.
아마 새벽 5시 23분?
그정도 였을거야.
잘 자다가 잠에서 그만 깨버렸지.
더 자려고 했지만 잠도 안올것 같아서 해가 뜨는거나 보려고 집 마당으로 나왔어.
깜깜한 밤이 지나가고 서서히 해가 뜨려는듯 날이 밝아오지.
나는 집 마당에서 기지개를 쭉 펴며 하늘을 바라봤지.
처음이야.
이렇게 새벽에 나와서 아침을 보는거.
...휴..
그러던 그때였어.
우리 담벽 밖에서 마당으로 흰 종이비행기가 날라와.
종이비행기.
나는 땅에 떨어진 종이비행기를 주워서 안을 펼쳐보았지.
오늘도 '사랑해요'라고 써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잘있어요'
잘있어요...
....잘있어요라니..
이게 무슨 말이야.
휘문아..
나는 서둘러 집밖으로 나왔지.
집 밖으로 나오니
혼자 가방을 매고 어디론가 향하는 휘문이가 보이더라.
"강휘문!!"
난 휘문이를 불러세우며 다가갔어.
그러자,휘문이가 발걸음을 멈출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진 않았어.
"...이게 무슨 뜻이야..너 어디가?"
"....응"
이윽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며 대답하는 휘문이.
눈빛이 너무 슬퍼보였지.
"어디..어디가는데..."
"글쎄.."
"언제오는데?이렇게 갑자기 가버리면 어떡해?"
"언제 올지는 나도 모르겠어..미안"
대체 어디가는거야..
왜 이시간에.
.....너 이대로 가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내가 너한테 상처만 줘서..
"고마웠어,그동안"
"..휘문아.."
내게 씨익 웃어주며 내게 남기고 간 휘문이의 한마디.
"잘있어라,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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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휘문아.."
휘문이가 떠난 오늘 아침.
휘문이네 엄마는 통곡을 하며 우셔.
우리 엄마는 옆에서 위로 하기에 바쁘고..
갑자기 사라져버린 휘문이가 너무나 원망스러우셨나봐.
휘문이는 한통의 편지만 엄마에게 남기고 가버렸어.
나는 그 편지를 읽어보았지.
'상처 씻으러 간다,엄마.몇달만 기다려'
한 문단 뿐이였어.
상처.....
내게 받은 상처...
미안해..휘문아...
정말 미안해..
.........
....
이곳은 학교.
학교엔 역시나..휘문이는 오지않았어.
어디 간걸까..
"야,왜 강휘문 학교에 안왔는지 알아?"
수정이가 내 옆자리인 휘문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 간대.."
"어디??"
"몰라...상처 씻으러...간대"
내말에 표정이 살짝 굳는 수정이.
그러면서 입을 열며 수정이가 말을 내뱉었지.
"다 너때문이야..니가 걔한테 얼마나 상처 줬냐?"
"...."
"으휴,못 살아"
수정이는 한숨을 짧게 내뱉었지.
.....나 정말 나쁜애인가봐.
수정이 말대로.
나 정말..나쁜애인가봐.
휘문이한테 상처만 주고..
...........
......
*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는 학원으로 향했지.
내가 늦은 시간에 학원에 왔는지 다른 애들은 아무도 없더라.
학원엔 선생님과 나.
그뿐이였어.
"문제풀고 있어"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창문을 열어 바깥을 쳐다보며 선생님이 말했어.
.....선생님...
나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바이엘 책을 꺼냈지.
이때,선생님이 창가에 기대서서 심하게 기침을 해.
감기인가?
"..쿨럭..쿨럭.."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문제를 풀어가기 시작했지.
그러면서도...
점점 복잡해지는 내 머릿 속.
어쩌면 좋을까..
선생님과 내 사이.
너무 멀어져버렸어...
..........
................
학원 레슨을 다 받고 나서..
난 학원 앞에 서서 선생님을 기다렸지.
선생님한테 할말이 너무 많아.
이때,선생님이 학원 문을 잠그며 밖으로 나와.
"..선생님.."
내 목소리에 선생님이 나를 한번보더니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냥 지나가버려.
"..선생님.."
선생님을 애타게 부르며 어느새 상가에서 나와서
선생님을 따라 깜깜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지.
"선생님...저랑 얘기 좀 해요..네?"
내가 애절하게 계속 말하자,
묵묵히 아무말도 안하고 걷기만 하던 선생님이 발걸음을 멈춰.
"무슨 말.좋아한다는 말?"
"..."
"그만 가라"
선생님은 다시 발걸음을 움직이고..
난 선생님의 손을 붙잡으며.
"...왜...왜 안되는데요..?"
"...고엄지"
"뭐 때문에 안되냐구요.."
"우리 나이 차이 얼마나 나는지 생각 좀 해봐.난 원조에 취미없어"
라고 말하면서 내 손을 뿌리치며 가버리는 선생님.
"그깟 나이차이가 뭐그렇게 대단한데요!!"
난 울면서 소리쳤어.
그러나 선생님은 계속 걸어가고.
"좋아한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요?내가 좋아한다잖아!!"
나는 그렇게 소리치며 선생님을 붙잡았지.
그러자 선생님은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봐.
"야,고엄지"
"....안까불게요..좋아한다고 투정도 안부릴게요.
제발..나 좀 피하지 마요."
"....."
선생님의 복잡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나는 눈물을 닦으며....
..........
................
선생님의 입술에 내입술을 포개어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