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첫 절기 입춘(立春)이다.
오늘은 봄의 첫 절기 입춘이다. 봄이 끝나는 절기는 약 3개월 후5월 5일 입하(立夏)다.
입춘 / 조명래
하늘엔 잿빛 구름
서설이 내리려나
사립문 열고 놓고
마당을 쓸다보니
담장곁 매화 나무
선잠을 깨웠구나
가슴 한 켠에 남은
옛 님을 추억하니
무심의 매화 향기
뽀얀 가슴 살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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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넘어서면 몸의 리듬이 깨져 나른한 춘곤증이 오기도 하는데
춘곤증(春困症)은 추운겨울동안 움추렸던 몸이 날씨가 풀리면서 리듬을 잃어버려 생기는 부적응 현상이라 한다.
나른한 오후 커피를 마시며 잠을 쫏아 보지만 잠시일뿐 시도때도 없이 좋음이 몰려 올때도 있다.
이럴때는 떨어진 입맛을 북돋아주는 햇나물들을 많이 섭취하여 봄철에 늘어나는 비타민 요구량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입춘이 지나고 부터 겨우내 잃어버렸던 입맛을 돋구는 얼어붙은 땅에서 갓 돋아난 햇나물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했다.
옛날에는 입춘날에 입춘절식이라 하여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飯)을 수라상에 올렸고 민가에서는 세생채(細生菜)를 만들어 먹었다.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경기도 산골지방(畿峽)의 육읍 양근(楊根), 지평(砥平), 포천(抱川), 가평(加平), 삭녕(朔寧), 연천(漣川)에서는 총아(蔥芽 움파) 산개(山芥 멧갓), 신감채(辛甘菜 승검초)등 햇나물을 하얀눈 밑에서 캐내어 임금께 진상하였으며 궁중에서는 이것으로 오신반을 장만하여 수라상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중 양근과 지평이 합하여 만들어진 지금의 양평(楊平) 햇나물을 최고로 여겼다.
오신반(五辛飯)은 겨자와 함께 뭇치는 생채(生菜)요리로 엄동(嚴冬)을 지내는 동안 먹지 못했던 신선한 채소의 맛을 처음으로 보게 한 것이다.
또 이것을 본떠 민간에서는 입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뭇처서 입춘 절식으로 먹는 풍속이 생겨났으며 춘일 춘반(春盤)의 세생채(細生菜)라 하여 파 겨자 당귀의 어린 싹으로 입춘채(立春菜)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먹는 풍속도 있었다.
그런데 오신반(五辛飯)은 다섯가지 나물을 말하는데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움파(겨울에 움속에서 자란 빛이누런 파), 멧갓(말린 갓), 무초, 승검초(당귀싹), 달래 평지(유채), 부추, 무릇, 마늘 등 입춘 무렵에 자라는 어린 싹 중 매캐하고 쓴맛이 강한 나물을 골라 그중 다섯가지를 무쳐 먹는것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오신채 즉 파, 마늘, 부추, 달래, 무릇(흥거)과 같이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식재료의 섭취 자체를 금했는데 이러한 자극적인 음식이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흥분시키고 이로 인해 번뇌를 일으켜 수행을 방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민가에서는 이른봄부터 산에서 채취하는 햇나물 중에서 산나물 오신반(五辛槃)이라 하여 다섯가지의 산나물을 으뜸으로 여겼다.
겨울동안 움츠러 들었던 몸의 기운을 복돋워 줄 향긋한 봄나물중 산나물 오신반(五辛槃)은 보약보다 좋은 산나물과 들나물이 제철이니 두루두루 섭취하여 영양보충에 이바지 해아한다.
○ 오신반(五辛槃)은...
참나물, 돌나물(돈나물), 취나물, 곤드레(고려엉겅퀴), 삽주싹(청출 백출)을 말하는데, 그 첫 번째가 참나물로 그늘지고 습기 많은 곳에서 자라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비타민이나 철분 칼슘 등의 영양소가 다량으로 함유된 친환경 건강식품 이다.
참나물은 봄과 초여름에 연한 잎을 잎자루와 함께 생으로 쌈을 싸서 먹거나 데쳐서 나물로 먹으며 참나물은 이른 봄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중에 별미다.
두번째 오신반은 돌나물 또는 수근초라고도 부르는 돌나물(돈나물)로 땅에 붙어 자라며 번식력이 왕성한 돌나물은 잎, 줄기, 뿌리를 모두 채취해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열을 내리고 해독을 시키는 작용을 한다.
돌나물은 김장김치가 떨어지고 햇김치감이 나오기전 어중간한 시기에 물김치감으로서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새콤하고 시원한 돌나물 김치로 봄철 입맛을 돋우었으며 단백질, 지질, 당질, 섬유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며 비타민C와 인산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세번째 오신반은 취나물로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B1 B2, 니아신 등이 함유되어 알칼리성 식품으로 맛과 향기가 뛰어나 산나물의 대표라고 할수 있다.
취나물은 시원한 반음지와 물빠짐이 좋은 토양에서 잘자라며 병해충에 강해 재배가 수월한 산채류이다.
취나물에는 참취, 개미취, 각시취, 미역취, 곰취 등이 있는데 그 중 곰취는,맛과향이 뛰어나며 구하기 어려워 산나물의 제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취나물은 살짝 데쳐 쓴맛을 없앤후에 갖은 양념에 무치거나 볶아서 먹어도 좋다. 감기, 두통, 진통에 효과가 있어 한약재로도 이용되고 있다.
네 번째 오신반의 주인공은 곤드레로 ‘고려엉겅퀴’란 국명을 가진 산채로 곤드레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나물이다.
고려엉겅퀴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4월에서 6월까지 먹을수 있다. 데쳐 우려낸 다음 묵나물, 국거리, 볶음으로 요리가 가능하며 과거에는 구황식물로 이용되었으며 최근에는 건강식으로 곤드레밥이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지금도 강원도 일대에서는 최고의 나물로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삽주'다
"산에서 맛있는 것은 삽주싹과 더덕인데 며느리 주기 아깝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산나물 가운데서도 맛이 좋은것으로 알려져 있다. 삽주는 굵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백출, 창출이라고도 불리며 뿌리줄기에 방향성 정유가 함유되어 있다.
방향성 정유의 주성분은 아트락틸론인데 이것이 후각을 자극하여 반사적으로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삽주뿌리를 말려 1회에 2~3g씩 200cc의 물로 달여서 복용하면 발한, 해열, 이뇨, 진통, 건위 등의 효능이 있어 식욕부진, 소화불량, 위장염, 신장기능 장애로 인한 빈뇨증, 팔다리 통증, 감기 등에 좋다고 한다.
모 제약회사가 이 삽주뿌리로 “노루모”를 만들어 창업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요리는 어린순을 나물로 해먹는데 쓴맛이 있으므로 여러번 물을 갈아가며 데쳐서 잘 우려낸 다음 고추장에 묻쳐 먹기도하고 때로는 생채로 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는데 쓴맛이 입맛을 돋우어주는 별미중에 별미 이다.
이제 바야흐로 산나물이 제철인 때가 오고있다. 들판엔 냉이랑 달래도 가득하고, 자연산 드릎도 높은산에는 벌써 피었다고 한다.
더덕이며 잔대도 머리를 내밀고 있어 요즘 산에 오르기 하 좋은 호시절이니 등산도 하실겸 앞뒷산에 올라 산나물도 뜯고 자연이 주는 상큼함을 마음껏 음미해 보기가 좋은 때이다. 새봄의 정기는 보약 열첩보다 좋다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