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나는 죽음의 터를 밟곤하지
지난봄도 때죽나무 흰 꽃이 떼로 지고
수망리 사리물괴는 소문을 매장했지
사람에게서 야성을 찾기란 아주 쉬워
집에 불 지르고 오갈 데 없이 내 쫓아봐
없던 촉 다시 살아나 크로마뇽인이 되지
바위 집에 몸을 숨겨도 달빛 쳐들어 올 거 같아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다는 그 사람
부스럭 탕탕 소리에 물속으로 떨어져
죽은 척 하고 있다가 전후사정을 알렸다는데
빗속에 소복 입은 여인이 서성인다는
소문이 소문을 먹고 침묵 중이거나 잊는 중이거나
아픔을 덮을 수 있는 게 두려움이라던가
무자년 떼로 묻힌 이야기 어디 가고
그 봄날 그 꽃이 피네 소복소복 소복 입은
-《제주시조》 2022, 제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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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나무 아래서/ 김정숙 시인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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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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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때죽나무 하얀 꽃 소복
제주의 아픔이 서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