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권익위 김건희 명품백 수수 종결 단신처리
SNS 등에서는 국민·야당·시민단체 비판 쏟아져
주류 언론, 여전히 민심 외면하고 윤 정권 감싸기
국민권익위원회가 10일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이 없다’며 종결처리를 한 것을 두고 국민적 분노가 일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권익위 결정에 대한 비난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 공직자들은 배우자를 통해 금품을 받으시라”며 권익위 결정을 조롱하고 있다.
국민들의 비판과 분노는 당연하다. 대통령 부인이 수백만 원짜리 명품가방을 받은 사실이 동영상을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되었는데도 공직자 비리를 조사하는 국가기관이 이를 눈감아 준 것이다. 권익위는 ‘뇌물 제공자와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 여부’ ‘명품백이 대통령 기록물인지’를 검토했고 ‘공직자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6개월이나 조사를 끌다가 김건희 씨 출국 시기에 맞춰 발표한 내용이다.
백주대낮에 버젓이 명품백 선물을 받아 챙긴 대통령 부인과 그걸 신고하지 않은 이 나라 최고권력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결정이다.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으면 공직자인 그의 남편 윤석열 대통령도 문제가 없는 것인가? 권익위의 결정대로라면 공직자 비리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은 무슨 소용이 있으며 권익위는 왜 필요한가. 정권에 아부하느라 해괴한 논리와 국민의 상식을 짓밟은 결정을 내린 권익위의 이번 결정에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분노와 함께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거세다. 권익위 결정에 대해 전임 권익위원장이었던 전현희 현 민주당 의원은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성토했다. “공직자 반부패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청탁금지법을 정권 수호를 위해 무용지물로 전락시키고 제물로 바친 국민권익위는 더 이상 존재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자녀 장학금이 뇌물이라며 언론의 조림돌림 당한 뒤 처벌받고 교수직에서도 해임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국민권익위가 아니라 ‘여사 권익위’가 됐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도 “부패방지 주무기관으로서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준 권익위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언론은 국가기관의 몰상식한 행태를 비판해야 한다. 그로 인해 생긴 국민 분노를 정확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대변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까? 주류 언론들은 윤석열 정권 같은 수구세력이 세운 정부와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그동안 별로 감시도, 비판도 없었다. 국민이 분노하고 비판해도 그런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권익위의 조사가 부실하지는 않았는지, '종결 처리' 결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지, 그 결론은 합당하고 상식적인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파장은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짚어주고 평가하는 기사는 없었다.
조선, 중앙, 동아, 국민, 세계, 매경, 서경 등 대부분의 전국 단위 종합지와 경제지들은 이날 무미건조하게 권익위의 발표 내용을 기사화했다. “권익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제재규정 없어’...사건 종결”(조선), “권익위,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 ‘배우자 제재 규정 없어 종결’”(동아), “권익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종결처리...‘공직자 배우자 제재 규정 없다’”(중앙) 따위의 제목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한경은 지면에서 아예 기사를 찾아 볼 수 없다. 권익위 발표의 의미나 문제점, 국민들의 분노를 다룬 사설이나 칼럼도 없었다. 주류 언론 중에 한겨레와 경향, 한국일보만 지면에서 1면에 관련 기사를 다뤘을 뿐이다.
방송도 비슷했다. MBC는 메인뉴스에서 권익위 결정을 전하고 남은 쟁점과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해 보도했으나 관제방송으로 전락한 KBS를 비롯해 SBS, YTN은 권익위의 종결처리 결정을 주로 전달한 뒤 이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한 줄로 전했을 뿐이다. 특히 KBS는 메인뉴스에서 대북확성기 재가동, 오물풍선 관련 소식 정도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즉 뇌물수수 혹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권익위 조사가 전부는 아니다. 검찰의 수사가 남아있다. 그러나 ‘법 위반사항이 없어 조사 종결처리’라는 권익위 발표는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이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미온적 혹은 덮어주기식 수사를 벌여온 행태를 볼 때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권익위는 그동안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민주당 정부 때 임명한 KBS, MBC, EBS 인사들에 대해는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을 들이대 조사권을 남용하더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불법 혐의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혐의는 지난 총선에서도 민심에 불을 붙인 정권심판론의 중요한 요인이었는데도 권익위는 민심을 무시한 것이다.
권익위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고, 국민의 상식을 짓밟는 행태를 계속하는데도 주류 언론들은 별로 문제의식이 없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떠나 크게 비난받아야 할 부도덕한 일일 뿐 아니라 청탁금지법이라는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게 국민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주류 언론들은 이를 ‘단신’ 처리로 끝낸 것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분노한 민심을 왜곡하고 감추기 바빴던 주류 언론들은 여전히 민심과는 멀리 떨어져있다. 민심과 멀어진 언론, 기득권 이익 수호에만 관심있는 언론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주류 언론들은 점점 기득권 소식지가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