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모양 조각이 마음에 들어 샀으면 그대로 두고 즐겨야 한다.
난 소를 좋아한다고 코를 분지르고 귀를 오리고 사포질을 해 칠을 벗겨내어 소를 만든다면 애초에 코끼리 조각을 사면 안 되는 것이다.
소갈비가 유명한 집에 들어와서 왜 사이드 메뉴인 냉면이 00면옥만큼 맛이 없냐고 따지는 것도,
에고이스트 매장에 들어와서 레니본 스타일 블라우스를 내놓으라 하는 것도 안 되는 일이다.
곰 같은 여자인 줄 알면서도 여우 같은 여자가 되라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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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해서 남자들과 쉽게 못 어울리는 것을 그가 '조신함'으로 오해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웃지 않아 보는 이의 마음까지 우울하게 만든다며 남들이 비난해대는 내 얼굴을 '분위기'로 착각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을 '여성스러움'으로 생각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직선적이라 화를 돋우는 내 말투를 '화끈해서' 매력적으로 느낀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늘 피곤하고 지쳐 보이는 창백한 안색을 '청순함'으로 오인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를 꼬시기 위해 조신하고, 청순하지만, 화끈하고, 분위기 있는, 여성스러운 여자로 사기 치지 않았다. 단지 그의 판단미스일 뿐이다.
“넌 어째 애교가 없어? 어째 성격이 그래? 왜 웃지를 않아? 치마 좀 입어 봐봐~” 물론 연애란 게 꼭 자기 타입을 만나란 법은 없어서 자기가 선호하는 점을 말할 수도 있고, 서로 잘 보이고 싶은 맘에 그 취향에 적당히 맞춰줄 수도 있는 문제지만 개선할 수 있는 외적인 면을 떠나서 고치기 힘든 타고난 천성이나 이십 년도 넘게 지속해 온 내 환경 등을 비난하는 건 화가 치민다.
애교도 없고 성격도 안 맞고 웃지도 않아 짜증나고 자신을 위해 치마 한 번 안 입는 게 야속하고, 그래서 그랬다. “그렇게 하나하나 맘에 안 들면 나 뭐 보고 만나냐? 그럼 그런 여자 만나시든가! 왜 하필 재수없게 날 찍어서 만나놓고 지금 와서 지 멋대로 고치려 드는 거냐고 치마입고 실실 잘 웃는 그런 여자 만나라고!”
그러더니 정말 나랑 헤어지고 얼마 안되어 잘 웃는 지 애교 있는 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오로지 치마만 입는 여자 만나서 행복해 죽어가는 걸 보면, 그 전부터 알던 여잔데 저렇게 좋으면 진작에 만날 것이지 왜 날 그렇게 들들들 볶았는지 그 동안 시달린 게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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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팔인 사람에게 박수를 쳐보라고 한다. 박수를 치려면 자신의 한 쪽 뺨을 때려야 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한쪽 뺨을 때렸다. 그러나 박수소리가 시원 찮다고 한다.
나에게는 하루에 몇 번씩 전화해서 “사랑해~ 오빠!”라는 애교를 떠는 짓을 하는 것이 외팔인 사람이 짝짝짝 박수를 치는 일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고, 때때로 문자를 보내고 하루에 한 번 자기 전 통화를 하는 게 뺨을 때려 박수치는 것 만큼 최선을 다하는 거다. 그러나 그걸 몰라주고 자꾸 두 손으로 박수를 쳐라! 시원치 않다라고 한다면 절망적이다.
내가 아끼는 친구를 못 생겼느니 쟤 왜 저러니 험담하고 심지어 같이 놀지 말라는 소리까지 해대고, 그를 만나기 이전부터 쭈욱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 모임도 그 따위 모임은 왜 나가는 거냐며 비웃고, 뻔히 교회 다니는 내 앞에서 교회가 다 그렇지 어쩌고 하며 주일날 교회 가는 것도 훼방 놓아댔다.
군입대 가산점이나 출산 휴가나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로 대화를 나눌 때는 정말 꽉 막힌 마초임을 드러내며 속을 박박 긁어놓고, 직장내 성희롱이나 가정폭력이 화두가 되면 "남자들이 괜히 그러겠냐? 맞을 짓을 했겠지", "다 ~ 쿵짝을 맞춰준 거니 그렇지" 할 때는 순간적으로 연인이 아니라 “이 자식은 내 적이야!!”라는 생각에 이마 심줄이 불뚝불뚝 뛴다.
내 가치관이나 사회관이나 종교나 인맥은 나를 형성하는 근간인데 그걸 흔드는 건 외모나 성격적으로 비난 당해서 단지 기분이 나쁜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지도 못할 거면서 왜 이 사람은 자꾸 다른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걸까? 반대가 끌린다고 하지만 그건 반대의 면에서 매력을 느끼고 그걸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사랑싸움이라 넘겨버릴 그 사소한 시비들이 자꾸만 충돌하면 근원적인 문제로 파고들어가는 내가 너무나 예민한 것일까? 아니면 알면 알 수록 콩깍지가 벗겨지고 이성이 돌아오면서 자꾸만 색다른 매력이었던 모든 점들이 슬슬 거슬리게 되는 것이겠지.
그 거슬림들을 '정'이란 이름으로 꾸욱 참고 극복해나가고 서로를 위해 맞추어 나가는 게 바람직한 사랑의 완성일까? 혹은 제정신으로 돌아와 '나' 자체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진짜 사랑을 찾도록 물러나서 기회를 주어야 미덕인 것일까? 혹은 내 팔다리를 잘라서 자신에게 편리하게 조각하려 드는 것에 반기를 들어야 서로에게 공평해야 하는 사랑의 본질과 순수성을 지키는 일일까?
★연애심리 해석남녀 (Love is...)
태양아래, 사랑‥─Φ
첫댓글 존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