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과 모순된 대북 방침을 바꿔야
-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에 부쳐
북미 간에 주고받는 말 폭탄의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주고받는 말만 놓고 보면 선전포고를 넘어서 이미 전쟁 중인 나라들 같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말은 허공에서 무기력하게 흩어지고 있다. 베를린 선언과 전쟁 불용 발언은 무시와 푸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휴가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채 이틀도 지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발언을 했다.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타격 혹은 예방전쟁으로까지 해석 가능한 발언이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의 전쟁 불용 발언이 무시당한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극단적인 태도에 비하면 문 대통령의 대응은 안이하기만 하다. 트럼프는 이보다 더 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미국의 상원의원인 린지 그레이엄은 1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막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면 저쪽(한반도)에서 벌어질 것이다. 수천 명이 죽는다면 저쪽에서 죽을 것이다. 여기(미국)에서 죽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러한 발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대응이 이러니 어쩌면 전쟁 불용 발언이 무시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 대통령은 핵·미사일 해결 주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이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관계 개선 문제는 한국이 주도하는 투 트랙 접근을 취하고 있다. 결국, 북핵과 미사일은 북미 간의 문제이니 손 놓고 있겠다는 뜻이다. 이게 과연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인 나라의 대통령이 가질 법한 상황인식인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 간에 벌어지고 있는 핵·미사일 공방이 결국 전쟁위기까지 갈 수밖에 없음을 눈앞에서 버젓이 보고 있으면서 청와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9일 북의 총참모부는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응해서 미군기지가 있는 괌 인근을 화성12호로 포위 사격을 하겠다는 공언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 국방장관이 북의 ‘정권 종말’ 등을 언급했다.
결국 오늘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린다고 한다. 북의 괌 포위 사격은 아직 말뿐이지 실제 사격을 한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이 주재하지는 않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인 주재하는 상임위만 연다고 한다. 북이 괌 포위 사격을 하기 위한 제대로 된 계획을 김정은에게 보고하기 전이라니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인식과 핵·미사일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정의용 실장에게 주문한다. 트럼프의 말마따나 전쟁은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벌어진다. 북핵 및 미사일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극한대립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화마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것은 한반도에 터 잡고 사는 민중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문 대통령은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북미 간의 힘겨루기에 내맡기려는 발상을 가지고 있고, 남한 정부의 역할은 베를린 선언 및 대화 제의가 소득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무기력하기만 하다.
마침 상임위 회의에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 이 기회에 문재인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을 바로잡을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아울러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라는 안이하고도 모순된 방침을 폐기할 것을 건의하기 바란다.그리고, 이미 폐기된 것과 다름없는 베를린 선언을 대체하는 새로운 선언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2017.8.10.목,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