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가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서를 제출했다. 185억 달러의 기록적인 부채를 견딜 수 없어서였다. 파산신청 당시 디트로이트 시는 빈집이 7만 채가 넘는 미국 제1의 위험도시로 전락했다. 1950년대 185만 명이던 인구는 제조업의 몰락으로 2010년 71만 명으로 줄었고 재산세 납부율이 53%에 불과해 시 부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03년 헨리 포드가 자동차 공장을 세운 이후 디트로이트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본사와 공장 등이 몰려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군림했다. 전 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는 미국 자동차 빅3의 고향으로, 랩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래퍼 에미넘의 음악적 고향으로 사랑받던 디트로이트는 이렇게 파산했다.
모타운(Motown·자동차의 도시)은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아시아 자동차 업계가 약진하면서 쇠퇴 일로를 걸었다. 일본과 독일의 거센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한 데다 강성 노조에 휘둘려 은퇴자 연금 부담까지 지면서 노사 공멸의 비운을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
그 이후 디트로이트의 명성은 일본의 토요타 시, 폴크스바겐이 위치한 독일 슈트트가르트, BMW가 있는 독일 뮌헨 시, 현대자동차가 있는 한국의 울산 등이 이어받았다. 2013년 기준 세계 자동차 최대 생산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1927만 대를 생산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22.8%를 차지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23년까지 100가구 당 60대의 자가용을 보유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아닐 수 없다. 1033만 대를 생산한 미국은 2위, 일본 독일에 이어 우리나라는 456만 대로 5위를 기록했다.
중국 의무교육 교과서가 '세계 최고 생산 능력을 갖춘 자동차 제조공장은 울산에 있다'고 실었다. 중학교 1학년 상권 '역사와 사회'가 자동차 도시-울산 이라는 소단원에서 3쪽에 걸쳐 울산의 자동차 산업을 소개했다.
세계 자동차 생산 1위국 중국의 교과서가 울산을 세계 최고의 자동차 도시로 수록했다는 것은 재미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울산이 그 자리를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마도 머지 않은 장래에 그 자리는 중국의 어느 도시가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수성은 항상 어렵다. 세상의 만물은 영고성쇠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울산이 양과 질 모두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