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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많이 더우시죠?.. 더우신데 매일 미사에도 나오시고... 오늘 점심은 여러분에게 시원한 콩국수를 사드리려고 합니다.. 또 밖에 나가시면 감자와 옥수수가 있습니다. 누가 보내준건데.. 필요하신만큼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아침 미사를 마치고 더위로 불그스름하게 상기되신 얼굴로 말씀하시는 주교님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신자들이야 더우면 반팔이나 시원한 옷들을 입을 수 있지만 팔이 긴 옷들을 겹겹이 입으셔야 하는데다가 바지 위로는 제의가 발목까지 내려와 덮으시고 허리까지 묶으셨으니 얼마나 더우실까요... 매일같이 시원한 음식을 대접해 드린다해도 죄송한데 오히려 주교님께서 사주신다고 하시다니요.. 처음 있는 일도 아니건만..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영롱한 모습을 갖춘듯 느낄 때마다 새롭고 새삼스럽습니다.
옥수수와 감자를 묵직하게 가방에 짊어지고 집을 향해 걸으며 주교님께서 베푸시는 나눔 속에 감추어진 것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자연그늘을 만들어 한여름 땡볕을 가려준다고 사무실 창가에 심도록 하신 포도나무에 주렁주렁 열렸던 청포도가 얼마전에 다 안보이더니 그저께 작은안나의 집에 계신 방신부님께서 "최주교님 며칠전에 청포도를 갖고 오셨었는데..."하셨습니다. 성당 정원에 가꾸신 복숭아는 해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 차지가 되고 텃밭의 채소도 여기저기 보내시고 이리저리 신자들에게 나눠 주시고.. 생활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이에게 일자리를 해결해 주시려고 마음 쓰시고, 일거리들을 제공해 주시고..치킨집을 운영하는 형제님이 있어도 (여러사람의) 건강을 고려하다보니 많이 팔아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하시고.. 선교기금 마련을 위한 장터가 생기자 사제관 물품을 다 털어 내놓으시고, 선물받으신 과일 떡 등 먹거리들을 수시로 주일학교와 교육관에서 있는 모임들에 간식거리로 내어주시고... 언제나 주시고, 내놓으시고, 베푸시건만 워낙 티를 안내셔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고 낭비를 싫어하시고 아끼고 절약하심이 몸에 배이시는 바람에 오히려 구두쇠?(표현이 죄송합니다.)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마치 우리들보다 못한 사람이기라도 하신 듯 조용히 우리 가운데 계시는 주교님...
농부는 좋은 수확거리를 위하여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린 뒤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잡초가 생기지 않게 보호해주고 매일같이 부지런히 들여다보고 하지요. 땅이 척박할수록 더욱 많은 인내심과 더 큰 사랑으로... 농부를 닮으신 주교님... 주교님께서 베풀어 오신 사랑들이 우리의 척박한 마음밭에 귀한 거름이 되어 좋은 씨앗을 품고 키워갈 수 있기를 빌며, 주교님께서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을 싫어하시겠지만 우리 자신을 위하여 올려보았습니다. 사랑을 먹고 커야 하는 우리가 목자의 사랑을 되새기며 감사와 더불어 성장하리라 믿고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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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교님! 사랑합니다~♡
네!! 참 사랑이 가득하신 주교님이시죠!! 늘 너무나 감사하고, 주교님 곁에 머물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 지 저도 이 참에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