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11 - 신안 압해도 낙지 다리가 갯벌을 누르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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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5.19. 12:59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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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압해도
낙지 다리가 갯벌을 누르는 섬
목포시와 무안군 중간에 자리한 신안군 압해도는 2008년에 압해대교가 개통되면서 자동차나 버스로 여행하기 쉬워진 섬이다. 서쪽 끝 송공항에서는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를 오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다. 뻘낙지가 단연 인기 최고의 별미이다.
목포시 북쪽 산업단지에서 본 압해대교
낙지 다리가 바다를 누르고 있는 모습
길이 1,420m의 압해대교 해상 교량을 건너면서부터 압해도 여행이 시작된다. 압해도는 7개 유인도와 70개 무인도 등 총 7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압해도’라는 지명이 품고 있는 뜻을 살펴보자. 누를 ‘압(押)’ 자에 바다 ‘해(海)’ 자다. 읍사무소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낙지 다리가 세 방향으로 뻗어 나가면서 바다와 갯벌을 누르고 있는 형상의 섬이라 ‘압해도’라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과연 서해안 갯벌의 한가운데 떠 있는 섬에 어울리는 지명이다. 낙지 다리가 바다를 누르고 있는 섬 압해도는, 그러나 낙지잡이보다는 다른 산업이 발달했다. 평야가 많아서 양파, 마늘, 배, 무화과 등을 많이 재배하고 수산업 중에서는 해태(김) 양식이 주를 이룬다. 바다에 박혀 있는 말창들은 대부분 김 양식을 위해 설치됐다.
압해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목포시 북항과 지금의 압해도 선착장 사이를 철부선들이 시내버스처럼 자주 왕래했다. 여객선 운항이 완전히 끝나버린 압해도 선착장에서는 목포를 상징하는 유달산과 북항, 목포대교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몇 횟집만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인적이 드문 항구를 지키고 있다. 선착장에서 되돌아 나와 압해읍사무소로 향하다 보면 천일염을 생산하던 염전이 갈대와 칠면초 등 염생식물 천국으로 변신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이쯤에서 섬을 여행 중임을 실감하게 된다. 압해도 선착장에서 받은 쓸쓸함은 대도시의 청사만큼이나 현대적 감각으로 지어져 생경하게 다가오는 신안군 청사 건물을 마주하게 되자 멀리 달아난다.
천일염을 생산하던 염전의 갈대밭 풍경
군청과 창고에서 만나는 김환기 화백
압해도는 1970년에 등단한 노향림 시인의 시에 자주 등장한다. 압해도를 소재로 삼은 시편이 약 60편에 달한다고 한다. 전남 해남 태생인 노 시인은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바다 건너 압해도를 바라보며 문학의 꿈을 키웠으니 당연한 문학적 결과이다. 노향림 시인의 시편 중 하나에 곡을 붙인 가곡 [압해도]는 이렇게 시작된다.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가자 친구여
서해바다 그 푸른 꿈 지나 언제나 그리운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노향림 시인의 시비는 군립도서관에 세워져 있다가 얼마 전 천사섬 분재공원 앞 바닷가 주차장으로 옮겨졌다. 압해도 사람들은 신안군의 그 많은 섬 중에 압해도가 시와 가곡에 등장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창고 벽에 그려진 김환기 화백의 그림
압해도에서는 고 김환기(1913∼1974) 화백의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새로 지어진 신안군청 로비의 한쪽 벽면에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초대형 벽화가 장식돼 있고, 동서리 버스정류장 뒤편에 세워진 창고 외벽에서도 김 화백의 작품이 보인다. 김환기 화백은 압해도와 지척인 안좌도에서 태어나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로 추앙받는 화가이다. 한적한 섬 여행길에 대가의 작품을 모작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유쾌한 추억으로 남는다.
면적이 전국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고 인구도 7,000명에 가까우니 유서 깊은 사찰도 들어서 있다. 가룡리 야산 중턱에 금산사가 들어앉아 답사객들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 때인 599년에 창건됐다고 한다. 이후 신라 경덕왕 때 진표율사가 중건했고, 고려 문종 때 혜덕왕사가 대가람으로 중창하면서 사세를 크게 떨쳤다. 그 뒤로 오랜 세월을 걸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마침내 근세에 와서 다시 중건되는 운명을 겪었다. 1904년경 압해도 분매리의 강성규, 목포의 강영옥과 부인 배 씨 등이 불심을 널리 전파하려고 사찰을 중건했다. 지금은 송광사의 말사로 등록되어 있으며, 비구니 스님들이 대웅전·칠성각·관음전·자명당 등을 지키며 수도 정진하고 있다.
절집으로 가는 길 좌우로 펼쳐지는 밭들이 녹색 옷을 입고 있다. 양파 모종이 자라는 중이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양파 모종은 이웃한 무안군으로 옮겨 심어져서 '황토를 먹고 자란 무안 양파'가 된다고 작업 중이던 주민들이 들려준다.
산을 오르고 분재공원을 산책하며
압해도 여행의 후반부는 송공산 주변의 명소 탐방으로 이어진다. 압해읍사무소를 지난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곧장 가면 송공항으로 가는 길인데, 항구 못 미처 송공산이 불쑥 솟아 있다. 높이는 230m로 압해도 사람들이나 목포 시내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 3개의 등산로가 있으며, 각 코스는 1시간 20분에서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송공산 정상에는 백제 때 축조된 산성(높이 1.2m, 둘레 230m)이 남아 있다. 이런 유적으로 미루어 압해도는 백제시대 주변 해상활동의 중심지, 고려시대 삼별초의 대몽항쟁 거점 구실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천사섬 분재공원의 아프리카풍 조각 작품 | 피라칸다 분재 작품 |
송공산 남쪽 사면에 압해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행지인 ‘천사섬 분재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분재원, 야생화원, 초화원, 미니 수목원, 생태연못, 유리온실 등으로 꾸며져 느린 걸음으로 해송, 주목, 철쭉 등 250여 점의 분재를 감상하며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공원을 안내하는 이가 “분재 작품 앞에서 허리를 숙이면 분재를 볼 줄 아는 사람이고, 허리를 숙이지 않은 채 입으로만 이야기하면 분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공원에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조각 작품이 70여 점 전시되어 있다. 아프리카 석조 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조각품들이다. 작품마다 [부부의 사랑], [지상의 천사], [책 읽는 사람] 등 이름이 붙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신안 압해도 - 낙지 다리가 갯벌을 누르는 섬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한국관광공사, 유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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