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필리핀 여행 안전한가? 안전한 여행을 위한 수칙

[돌상어25]

필리핀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세부나 보라카이, 보홀을 생각하실 텐데요. 초보 여행자시거나 연세 좀 있는 여행자라면 대부분 여행사를 통한 단체 여행을 생각하실 겁니다. 여행 경험이 많으시거나 어학연수나 기타 이유로 필리핀에 와보신 분들이라면 자유여행을 선택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안전성 측면에서 여행사를 통한 여행을 단연 추천하는 편입니다. 특히 저처럼 겁도 걱정도 많은 분들에게는 더욱 그렇고요.

네. 저는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보니 필리핀 살이 7년이 넘어가고 있네요. 사실 유명 여행지나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을 빼고는 특별히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현지인이나 다름없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필리핀에 처음 발을 들인 순간부터 지금까지 '위험한 나라인 필리핀'(적어도 저희 부모님께는 그렇습니다.)에 사는 자식 걱정으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던 저희 부모님도 이곳에서 저와 함께 며칠 지내시는 동안, 차 안에서 사람들을 구경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혼잣말처럼 하셨습니다.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구나. 반찬거리 사러 장에 가고, 회사 가고, 애들 학교 보내고......" 그 이후로는 한결 마음이 편해지셨는지, 제 안전에 대한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으십니다.

그렇다고 마냥 안전하다는 오해는 없길 바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손꼽히는 한국 수준의 안전함을 기대하신다면 세계 어디를 가나 실망하시거나, 더 나쁘게는 사고를 당하실 수도 있음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안전한 필리핀 여행을 위해서 스스로 지켜야 하는 안전 수칙 몇 가지에 대해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전한 필리핀 여행을 위한 수칙

1. 귀중품이 든 가방과 한 몸이 되세요.

시장 상인분들이 사용하는 전대 수준으로 몸에 착용할 수 있는 가방을 추천합니다. 가방에는 귀중품, 여권, 현금, 카드 등 중요한 물품을 넣고 몸에서 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모처럼 여행 왔는데 전대라니... 하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퍼가 있는 숄더백을 늘 지퍼를 잠근 상태에서 몸 대각선으로, 가방이 앞으로 오게 매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야시장 등 사람이 많은 길을 가실 때는 가방을 앞으로 한 채 손을 살짝 얹어 놓으세요. 식당이나 카페, 술집 등에서도 가방을 벗어 놓으시거나 하시면 안 됩니다. 그들은 프로고, 그들의 손은 우리의 눈보다 빠릅니다. 부지불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핸드폰도 평소 습관처럼 손에 들고다니지 마시고 꼭 가방에 넣어 다니세요.

2. 현지인들과 시비 붙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필리핀 여행을 오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이곳 사람들과 문화를 존중하고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셨다는 것 잘 압니다. 다만 그놈의 술이 문제입니다. 술이 한잔 두 잔 들어가면 옆 테이블의 현지인들과 시비가 붙어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왕왕 보게 됩니다. 특히 소수의 한국분들은 필리핀(사람)을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어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것은 비단 필리핀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지인들과 싸움을 벌여 좋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시비가 붙지 않도록 하시고, 만약 시비가 붙었다면 피하세요. 

3. 앵벌이 하는 아이들을 조심하세요.

이곳저곳 여행지를 다니다보면 앵벌이 하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되실 겁니다. 한국분들은 아이들이 측은하기도 하고, 앵벌이 세계의 물가(?)를 잘 모르시기도 해서 큰돈을 넙쭉 쥐어주시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 커뮤니티에서 금방 소문이 나서 동네 아이들의 인기인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만일 아이들이 딱해서 주고 싶으시다면 딱 5페소로 정해드리겠습니다. 5 페소면 한국돈으로 현재 필리핀 환율로 120원이 조금 안될 겁니다. 아이들에게도 크게 나쁘지 않고, 여러명이 몰려들어 너도나도 달라고 해서 줘버려도 타격이 없습니다.

만일 주고 싶지 않아면 피하셔도 됩니다. 다만, 불쾌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도 다시 들러붙고, 때로는 옷깃이나 팔을 잡아채는 아이들 때문에 짜증이 나실 수 있습니다. 불쾌한 감정을 과하게 내비치시거나 화를 내실 수도 있는데, 절대 그러지 마시고 눈길을 주지 않고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도 적당히 하다가 안될 성 싶으면 다음 타겟으로 넘어갑니다.

4. 경찰을 믿지 마세요.

필리핀 경찰을 믿지 마시란 말씀은 '셋업 범죄자와 공범인 부패 경찰'과 같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냥 무능하다는 뜻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주의사항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하시거나, 싸움에서의 나의 무고함을 증명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실 겁니다. 그들은 그냥 사실 형식적으로 신고 접수를 해주거나 출동을 할 뿐 무고함을 인정해주거나 도둑맞은 물건을 찾아주거나 하지 않습니다. 도둑을 잡고 도둑맞은 물건을 찾아주기를 기대한다거나 싸움의 시시비비를 가려주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필리핀 경찰들은 그럴만한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습니다. 필리핀 여행에 앞서 여행보험에 가입하셨다면 분실물 신고 관련 서류가 필요하실 텐데요. 여행보험에 필요한 서류 정도만 뗀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현명하고 안전한 여행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그간 코사태로 인해 막혔던 하늘 길이 열리면서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갇혀 지내야만 했던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 몇 년 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은,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가져다줍니다. 그중 필리핀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을 위한 팁 몇 가지를 말씀드려봤는데요. 설레는 여행에 앞서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닌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기에 안전한 여행을 위해 조심해야 할 점들에 대해 써봤지만, 7년 넘게 이곳에서 살면서 위험한 상황을 겪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안전에 대해서는 별 걱정 없이 살고 있고요. 필리핀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동남아 특유의 이색적이고 풍부한 자연환경,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들, 저렴한 물가 등 좋은 여행지임에 틀림없습니다.

여러분의 안전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여행을 위해 저의 팁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