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에는 수많은 꽃이 피면서 봄날 언제 나서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물론 그 시기에 따라 꽃이 아주 다양하다. 꽃마다 특성이 있어도 그 자체는 한결같이 아름다우며 그렇게 여긴다. 꽃을 보고 밉다고 돌아서거나 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꽃은 눈으로 인사하고 마음으로만 전하듯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길가에 꽃은 자신만 바라보고 예뻐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꽃은 사람을 의식하고 특별히 화장하며 꾸미지 않는다. 그래도 지나가며 보는 사람마다 기분 좋아 한발 다가선다. 그냥 모른 척 지나쳐도 잡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항상 생글생글 갈 사람은 가고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 같다. 꽃은 사람이나 외부 것들을 위해 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피는 것이다. 꽃은 그 풀이나 나무의 삶에 일부일 뿐이다. 부지런히 열매 맺고 잘 여물어 종족을 보존하고 번식하는 과정에 꼭 필요한 일부분인데 사람들이 보고 열광하는 셈이다. 사람들은 겸손은 고사하고 저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나대는 것이 안하무인이라고 한다. 너무 지나쳐 꼴불견에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분수를 알라고 한다. 저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우쭐해 오로지 자신만이 모두 옳으며 고상한 체하면서 남과는 다르다고 여긴다. 반면 남은 보잘것없다고 하찮게 얕잡아본다. 착각도 정도껏 해야지 서글프게 한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옳다고 한다. 그래서 세인들이 보기에 고개를 저으며 비껴간다. 그래도 왜 혼자만 못 보고 못 느끼고 왜 판단이 흐려져 모르는지 의문이 앞장서며 안타깝다. 그래서 팔불출이란 말을 듣기 십상이다. 망신살이 번지기 전에 서둘러 그 망상 같은 허상의 틀에서 벗어나고 풍선 속에서 터트려지기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 풍선이 오래오래 견디지 못함은 누구나 안다. 그래야 세상이 제대로 들여다보이며 어우렁더우렁 함께 갈 수 있다. 꽃은 굳이 뽐내지 않아도 사람들은 곱고 예쁘고 아름다워 한발 다가선다. 변덕 없이 누구에게나 항상 생글생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