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등(장명등長明燈)
흔히 사찰에 가보면 인등引燈이라 하여, 사람이름이나 발원의 꼬리표를 붙이고 있는 자그마한 호롱불 모양의 등을 접하게 된다. 인등이라는 말은 ‘등으로 인도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이는 부처님께 등 공양을 올리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인등이라는 명칭은 요즘의 1인 1등 공양의 풍습과 더불어 ‘한 사람이 공양 올린 등(人燈)’을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 물론 이는 같은 발음에 의한 오류일 뿐이다. 그러나 인등引燈이라는 명칭마저도 그 본래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제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인등은 본래 장명등長明燈으로 부르는 것이 보다 바르다. 본래 전기나 양초가 없던 시절 장명등이 법당을 주야로 밝히는 기능을 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명칭이 붙게 된다. 장명등은 또한 속명등續明燈·무진등無盡燈·상명등常明燈·상야등常夜燈·장명등長命燈 등으로도 불리워진다. 그러나 그 내용적인 측면들은 대동소이하다고 하겠다.
장명등의 용도는 불상의 바로 앞에 몇 줄로 쭉 늘여서 법당과 부처님을 밝게 해 드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작은 등잔으로 만들어 주야로 불을 끄지 않는 가운데 기름이 부족하면 긴 주둥이의 기름 따르는 용기로 기름을 보충해서 넣었다. 그렇기 때문에 ‘길이 오래도록 밝은 등(長明燈)’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명등의 의미는 ‘밝은 빛을 계속이어 가는 등’이라는 속명등과 ‘빛이 다함이 없는 등’이라는 무진등, 그리고 ‘빛이 항상되이 밝은 등’이라는 의미의 상명등이라는 명칭 등을 통해서 더욱더 분명해진다. 장명등이 밤에도 꺼지지 않고 밝혀졌다는 것은 ‘밤에도 항상 밝은 등’이라는 뜻의 상명등이라는 명칭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또 장명등長命燈이라는 이칭異稱 속에서는 장명등이 항상되이 꺼지지 않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것이 장수의 의미로 확대되어졌다는 것을 파악케 해준다.
이상을 통해서 우리는 장명등이란, 불상의 앞에서 조명기구의 구실을 하던 것에서 신도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명등의 경전적인 유래는 『현우경賢愚經』 의 「빈녀난타품貧女難陀品」에 등장하는 난타녀의 등 공양에서 유래한다. 이 경전의 내용은 흔히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내용인 즉은, 가난한 여인의 신심 있는 등은 그 무엇으로도 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진실한 초발심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의를 잘 나타내준다. 그러나 이를 반드시 장명등의 기원이라고 보기에는 무리한 감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빈자일등의 등은 건물 밖의 외부등인 반면, 사원건축이 구체화되는 후대의 불교등은 법당의 내부를 밝히는 내부등이기 때문이다. 즉 사원건축이 발전할수록 내부등의 필연성은 그 만큼 더 요청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이러한 연장선상에 장명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의 사찰조명을 생각하면, 전기불과 더불어 양초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양초가 서양에서 보급된 문물로 1,800년대 중기 이후에야 보편화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등잔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장명등의 필연성은 충분하다고 하겠다.
또한 이러한 등잔은 밝기가 약하기 때문에 자연 그 숫자는 많아지게 된다. 그로 인하여 사용되는 기름의 양 역시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기름이란 현재도 싼 물건은 아니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갈수록 그 값어치는 더욱더 커진다. 이러한 기름의 소모와 기름 값의 부담은 곧 장명등이 수명을 연장해준다는 외연의 확대를 가져오는 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또 등의 밝음과 연관하여, 장명등이 지혜와 학업을 성취시켜주고 어두운 액난을 막아주는 힘이 있다고 인식되는 것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서의 이해가 가능하다. 이러한 전통이 오늘날까지도 유전되어, 장명등은 인등이라는 명칭으로 변화하여 불상의 좌우에서 법당을 장엄하고 밝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