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성전과 성중에 잔존하던 관리들이 붙잡혀 처형되는 과정에 대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시위대장 느부사라단은 성전 파괴와 성전 기물을 탈취한 후에 성전에서 상주하며 관리하던 자들까지 사로잡았습니다. 느부사라단은 대제사장 스라야와 대제사장의 부재 중일 때 그의 직무를 대신하는 부제사장 스바냐 그리고 성전을 부정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세워진 성전 문지기 세 사람을 사로잡았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로써 남유다는 성전의 기물들과 성전을 책임지던 관리하던 자들까지도 모두 바벨론에게 빼앗김으로써 성전 예배가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느부사라단은 앞서 색출하지 못한 성중에 잔존하는 관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먼저 군사를 거느리는 내시를 사로잡았는데, 우리말로는 '내시'라고 번역했으나 원어상으로 그는 국방 장관에 해당하는 고위 사령관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 사로잡힌 왕의 시종 다섯이란 본래 왕과 대면하는 다섯 사람을 의미하는 사람들로, 왕과 대면할 정도로 높은 직책에 있었던 관리들을 의미합니다. 또한 군사를 징집하는 장관의 서기관과 색출되지 않은 군사 육십 명도 함께 사로잡혔습니다. 이미 본서 기자는 앞선 본문에서 빈천한 자들을 제외하고 다 잡아 갔음을 언급하고도, 또 다시 이와 같은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은, 남유다 땅에 바벨론을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이 도무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며, 나아가 남유다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왕도 예루살렘에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부각시키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본서 기자는 남유다가 종교적 재원과 정치적 재원을 완전히 상실한 절망의 땅이 되어버렸음을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느부사라단은 사로잡힌 모든 자들을 립나에 있는 바벨론 왕 앞으로 끌고 갔고, 바벨론 왕은 이들을 모두 처형해버렸습니다. 이들이 모두 처형된 것은 바벨론의 통치에 그들이 방해가 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 그들이 갖는 종교적, 정치적 권위는 장차 식민 통치에 저항하는 구심 세력이 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느부갓네살은 미리 반역의 싹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그들을 처형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편 본문과 병행되는 예레미야52장28~30절을 보면, 남유다 백성들은 느부갓네살 제7년에 3,023명, 제18년에 832명, 제23년에 745명등 총 4,600명이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갔음을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장정들의 숫자만 센 것으로 그에 딸려 있는 부녀자와 아이들까지 합한다면 약 18,000명 정도의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바벨론은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초토화시킨 4차 침공 때뿐만 아니라 남유다를 침공할 때마다 포로를 사로잡아 감으로, 점진적으로 유다가 패망하여 갔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 오늘 본문에서는 대제사장을 비롯한 성전 관리자들과 성내에 있던 고위직들이 처형되는 내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들을 남유다 패망과 관련하여 가장 마지막에 사로잡혀 처형되었다는 사실을 전해주는 까닭은 그들이 끝까지 하나님 뜻에 순복하지 않은 자들이기 때문임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대제사장과 성전 관리자들은 남유다의 영적인 일을 책임지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먼저 예레미야를 비롯한 선지자들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바벨론에 투항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 말씀을 따르도록 해야 했지만, 오히려 가장 마지막까지 저항함으로 결국 공개 처형을 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습니다. 성내에 있던 고위직들 역시 마찬가지로 끝까지 저항하며 숨어 지내다가 결국 처형되고 말았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위기나 환난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영적인 사람들 즉 믿는 사람들이 회개하며, 하나님 뜻에 순복할 수 있어야 함을 교훈 얻게 됩니다. 그럴 때일수록 사람들이 하나님 뜻에 겸손히 순종할 수 있도록 본을 보이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만일 이러한 영적 사명을 감당하지 못할 때 하나님은 우리를 더욱 책망하시고 심판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