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순 할아버지의 경로원 생활은 화려하였다
지난 18일, 88세 삶의 마지막 17년간을 천혜경로원에서 보낸 고연순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1952년에 설립된 천헤경로원에서 노년을 보내다가 별세하신 분들은 무려 천여 명, 한 분 한 분 모두 소중한 이들이지만 이곳에서 삶을 마감하는 어른들의 마지막 길은 외롭고 쓸쓸하다. 고연순 할아버지도 예외가 아닌 듯, 여러 달 병원에 입원중이다가 임종을 지키는 가족 없이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그분은 경찰관 출신의 국가유공자, 풍채가 좋고 체격이 건장하여 경로원 생활 중에도 항상 당당하고 깔끔하였다. 예배에 출석하거나 외출 할 때는 세탁소에 맡겨 깨끗한 하얀 와이셔츠를 차려 입은 신사였고 여행이나 행사에 참석할 때는 한껏 멋을 부린 한량이기도. 편을 갈라 윷놀이 할 때는 말을 쓰는 주장이자 승부에 강한 고수였다.
천헤경로원은 식사와 간식 등의 질이 높고 레저, 여흥, 건강증진 등의 프로그램이 다양하여 건강이 어지간하고 의욕이 있으면 노년에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노인복지시설로 정평이 있다. 고연순 할아버지의 경로원 생활 17년은 건강이 나빠진 최근 2년여를 빼고는 이러한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대표적인 케이스, 이를 상징하듯 공원묘원으로 마지막 가는 길도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그간 많은 이들의 장례에 차량을 제공한 장의사가 특별서비스로 리무진을 배차한 것, 영정을 들고 갈 가족이나 친지가 없어 영정을 안고 리무진에 동승하여 효령동의 묘지까지 동행하였다. 장례예배 때 살핀 영상에서도 그분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경로원 삶의 여러 모습이 이를 실감케 하기도. 장례도중 어느 할머니가 대성통곡하는 장면도 전에 없던 일이었다. 외롭지만 화려한 날들을 누렸던 고연순 할아버지, 하나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1A44A550E853838)
첫댓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회가 새롭고 삶에대한 방식도 다시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고통없는 편안한 곳에서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