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24 (화) 윤석열 정부는 더이상 청와대에 손대지 마라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긴 이유는 아직까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은 많았지만, 어떤 대통령도 이렇게 무리하고 성급하게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하진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통령실이 갖는 무게와 대통령실 옮기기의 어려움을 모두 고려했다.
◆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이유는?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들어갔다. 검토와 결정, 준비, 집행에 최소한 몇 년을 들여야 할 일을 불과 두 달 만에 결정하고 집행해버렸다. 지난 74년 동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가꿔온 청와대의 인프라와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버려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실 이전이었기에 사람들은 다른 이유로 눈을 돌렸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지인인 역술인 천공이 유튜브에서 “용산은 수도 서울의 최고의 땅이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와야 한다”고 말한 것이 주목받았다. 또 대통령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백재권 풍수학자가 <중앙일보> 칼럼에서 “남산의 철탑(N서울타워)이 살기를 분출해 청와대 주인이 큰 화를 입는다”고 쓴 것이 숨겨진 이유가 아닐까 의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옮긴 뒤 청와대는 관광지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보면, 청와대를 방문한 사람은 2022년 228만 명, 2023년 8월까지 123만 명이었다. 국내 관광지 가운데 꽤 많은 편이다. 다만 관광객 수는 2022년 5월 57만 명에서 2022년 8월 11만 명으로 줄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청와대는 대통령이 일하기 위한 공간이고, 청와대의 매력은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없는 청와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대통령실 이전의 명분을 찾다보니 애초 용도에 맞지 않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74년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실과 관저로 사용된 청와대를 하루아침에 관광지로 만든 결정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실을 옮기려면 이유가 무엇인지, 어디로 옮길지, 청와대는 어떻게 재활용할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도 대통령실은 청와대에 있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지난 70년 동안 대통령실로 쓰기 위해 모든 시스템을 갖춰왔다. 집무실과 비서실, 경호실, 영빈관, 춘추관, 관저뿐 아니라 국군서울지구병원도 바로 옆에 있다. 북악산이나 인왕산 등 천혜의 방어벽이 있고 주변 건물이 낮아서 군사적으로도 매우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 이전은 이런 필수적인 검토 과정을 모두 건너뛰었다. 대통령 당선 열흘 만에 이전 지역을 결정했고, 그 뒤 50일 만에 수리와 이사를 마쳤다. 역사상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날림 결정과 집행이었다.
◆ 국민에게 돌려준다면서 대통령실은 맘대로 쓰도록 개정
그리고 1년 5개월이 지났다. 현재 청와대엔 많은 문제가 쌓여 있다. 먼저 청와대의 일부 공간은 여전히 대통령실에서 사용한다. 이병훈 의원이 공개한 문체부 자료를 보면, 2022년 12월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대통령실의 영빈관·상춘재 사용일수는 110일이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에 있었던 236일 중 46.6%에 이른다. 이틀에 한 번씩 영빈관이나 상춘재를 사용한 것이다. 이병훈 의원은 “청와대를 완전 개방해서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했지만, 이렇게 자주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2023년 5월 ‘청와대 관람 운영 규정’을 개정해서 대통령실은 사전 신청과 허가 없이도 청와대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럴 거면 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영빈관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은 대단히 불합리하다. 대통령이 길에서 시간과 비용을 버리니 얼마나 아까운가. 청와대는 대통령이 업무를 보기 위한 모든 시설이 완벽히 갖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둘째 문제는 기존 청와대에 계속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문화재청은 2022~2023년 청와대 관리와 운영 등에 314억3200만원, 문체부는 2023년 청와대 활용 예산으로 227억5500만원을 편성했다. 또 문체부는 2024년 예산으로 330억원을 편성했다. 이것만 해도 이미 871억원이다. 여기엔 아직 손대지 않은 비서동, 경호동을 리모델링하기 위한 2024~2025년 예산 176억원도 포함됐다. 이 밖에 문체부는 청와대 재단도 새로 만들겠다고 한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데 든 517억~864억원은 별도다. 예산 먹는 하마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청와대와 용산 대통령실의 시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민주당은 2024년 예산 심의에서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여야는 장래의 대통령실을 어디에 둘지 논의해야 한다. 지금 여야 간에 논의하기 어렵다면 이 문제를 다음 대통령에게 넘기는 게 타당하다.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실 이전 문제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론 조사도 하고 위치도 검토하고 백년대계를 함께 세우면 좋겠다. 그게 어렵다면 다음 대선에서 후보들이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민주당 후보들은 당연히 제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용산 이전 재검토 아직도 늦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의견이 많다. 이제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재검토한다면 그동안의 여러 잘못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게 윤석열 대통령이나, 다음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그게 퇴임 뒤 다른 대통령에 의해 자신의 잘못이 바로잡히는 일보다 훨씬 더 나을 것이다. /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육군사관학교… ‘우당 이회영실’도 철거 돌입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방침으로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선 육군사관학교가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에도 돌입해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육사가 최근까지도 자신의 정신적 연원이라고 밝힌 신흥무관학교의 설립자 이회영(1867∼1932·사진) 선생을 기리는 공간 또한 포함됐다. 이회영은 구한말 본인을 포함한 6형제 모두가 전 재산을 팔고 만주로 가서 항일운동을 했으며 독립군 장교 양성을 위한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10월 22일 육사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화랑로 교내 충무관 3층에 설치된 ‘우당 이회영 선생실’이 육사 졸업생들을 기리는 가칭 ‘지인용(智仁勇)실’로 탈바꿈한다. 새 이름으로 유력시되는 지인용은 지성·인성·용기를 뜻한다. 6·25전쟁 초반 사관생도 신분으로 군번도 없이 참전한 이들을 비롯해 육사의 명예를 드높인 졸업생을 소개하는 공간이라는 게 육사 설명이다. ‘이회영 선생실’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원래 ‘백선엽 장군실’이 있던 공간에 들어섰다. 당시 육사는 자신들의 뿌리를 신흥무관학교로 규정하며 이를 기리고자 이름을 붙였다. 현 정부는 육사의 뿌리를 광복 이후인 1946년 세워진 국방경비사관학교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영 선생은 이종찬 현 광복회장의 조부이기도 하다. 이종찬 회장은 지난 10월 20일 ‘대한독립군 무명용사 추모제’에 참석해 “임시정부 외교부장 조소앙 선생이 ‘1907년 대한제국군이 해산된 날 의병이 시작됐고, 그 의병이 독립군이 됐고, 독립군이 광복군이 됐다’고 했다”며 “미국 군정청이 만든 군대 조선경비대가 군의 시초라고들 하면 독립군 무명용사 제사를 지내는 데 의미가 없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종찬 회장은 이날 입장을 묻는 세계일보의 질의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 (흉상 철거 관련) 비판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변화를 기해야 하는 시점에서 지금 국민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지 알 수 없다”며 “대통령께서는 국민이 언제나 옳다고 하셨는데 그런 작업이 현시점에서 급하게 해야 할 일인가. 여론을 거스르는 독립영웅실 철거 계획을 당장 중지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에 따르면 육사는 지난 10월 16일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 공사에 착수해 11월 2일 완공할 계획이다. 독립전쟁 영웅실은 이회영 선생 외에도 홍범도, 김좌진 장군 등 7명의 독립전쟁 영웅 이름을 딴 공간이다. 안중근 장군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모두 해당된다. 논란이 커지자 육사는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의 특정 시기와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항일무장투쟁을 포함해 주요 시대별 국난 극복의 역사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재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논란이 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선 “(육사의) 기념물 종합계획 수립과 연계하여 검토 후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먹어도 낫지 않는다”… 2억개 팔린 ‘감기약’ 엉터리?
“일주일 동안 약 먹었는데 효과는 커녕 더 심해졌어요” 감기약에 들어가는 코막힘을 완화해주는 성분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는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만 100개가 넘는다. 미국에서는 이 성분 감기약이 한 해 2억개 이상 팔리고 있다. 미국 대형 약국 체인은 발 빠르게 이 성분이 들어간 감기약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성분 감기약에 대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페닐에프린(페닐레프린염산염)’은 코가 막혔을 때 이를 완화하기 위해 쓰는 약물이다. ‘비강충혈완화제’라고 하는데 코점막 내 부은 혈관을 수축해 부종과 충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감기약 상당수에 이 성분이 들어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동화약품 ‘판콜에이’, GSK ‘테라플루데이타임건조시럽’ 등이다. 우리가 약국 등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감기약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페닐에프린 성분이 포함된 일반의약품을 검색하면 110여개가 나온다.
이 성분 약에 대한 우려는 지난 달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다. 자문위원회는 페닐에프린 단일 성분의 약을 복용하더라도 비강충혈 완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만장일치로 내렸다. 물론 자문위원회의 결정을 FDA가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자문위원회가 해당 성분이 약효가 없다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결론 낸 만큼 FDA가 이 성분을 판매 금지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지난 10월 1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약국 체인 CVS가 페닐에프린이 단일 성분으로 포함된 경구용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페닐에프린이 들어간 약이 지난 해 2억4200만개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약국과 마트에서 판매된 페닐에프린 성분 약의 지난 해 매출은 17억6000만달러(2조3000억원)에 이른다. 많은 감기약에 들어가는 성분인 만큼 만약 국내에서도 판매 중단 조치가 이뤄진다면 감기약 품절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일교차가 큰 환절기여서 감기 환자가 늘고 있다.
주부 A씨는 “9살, 7살 두 아이가 모두 감기에 걸려 지난 주 감기약을 샀다”며 “들어간 성분을 보니 해열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콧물을 멈추게 한다는 페닐에프린 성분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약국에서 감기약을 달라고 하면 페닐에프린 성분이 든 감기약을 주는 곳이 많다. 서울 시내 약국 B약사는 “일반적인 종합 감기약에는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과 비충혈제거제인 페닐에프린이 들어간 제품이 많다”며 “일반 감기 증상 중 가장 흔한 것이 발열과 코막힘 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식약처는 페닐에프린 성분 감기약에 대한 특별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페닐에프린 단일 성분의 의약품은 유통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 FDA 일반의약품 자문위원회의 결론은 최종 행정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식약처도 해당 성분 의약품의 국내 사용 경험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 논의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향후 조치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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