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1일 수요일, 간간이 비 내림. 영국의 날씨는 예외가 없나보다. 어제도 흐리다 비오다 바람 불다 햇빛 나고, 오늘도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온다. 비가 온다고 여행자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우산을 준비하고 작은 배낭 하나에 물과 카메라와 여분의 필름과 기타 등등을 준비한다. 민박집 화장실이 하나라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기본 세면도 쉽지 않다. 새벽 5시 경에 일어나 불을 켜는 것이 미안해서 후레쉬를 들고 화장실에 가서 용무를 본다. 아침 식사가 준비될 때 까지 침대에 조용히 누워 책을 보며 하루의 일정을 점검한다. 오늘의 주요 일정은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트사원, 대영 박물관과 버킹검 궁전이다. 비가 내리면 버킹검 궁전 앞에서 11시에 열리는 근위병 교대식을 하지 않는단다. 8시부터 아침 식사가 시작된다. 집에서는 별로 조하하지도 않을 김치와 멸치 볶음이 깨끗이 비워지도록 열심히 먹었다. 같이 간 여선생이 식성이 까다롭고 반찬 투정이 심한 사람들은 여행을 오면 고쳐진단다.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이상하게 우리식인 밥과 함께 먹는 식사는 금방 배가 꺼진다. 서양식인 빵과 고기 유제품의 식사는 든든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0F463B55F934D519)
영국 런던의 아침식사를 빨리해도 시간의 여유가 있다. 왜냐하면 전철 1 일 권이 9시 30분부터 끊으면 훨씬 싸다. 붐비는 시간에 사람을 분산시키기 위하 정책이다. 9시 30분에 집에서 나서서 표를 끊고 전철을 탄다. 웨스트민스트 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국회의사당의 빅밴 시계탑이 한 눈에 들어와 감격시킨다. 멋진 건축물이다. 템즈강을 앞에 두고 길게 늘어서 있는 묵직하나 섬세하게 멋진 건물이 가슴을 뛰게 한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위엄에 찬 이 건물을 주시한다. 우리는 좀 더 한 눈에 이 멋진 건물을 보려고 웨스트민스트 다리 위를 뒤로 걸으며 건넌다. 물론 비는 아직도 짓궂게 내린다. 심하게 내리는 비가 아니라 다행이다. 세계 의회 정치의 본가인 국회의사당은 처음에는 웨스트민스트 궁전이었단다. 1834년에 대화재로 홀만 남기고 전소되어 그 후 18년에 걸쳐 1852년에 완공된다. 건물 전체가 바늘 같이 뾰족한 모자 모양으로 고딕 양식의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설계자는 Charles Barry 란다. 하원탑 아래에 있는 대형시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빅 밴으로 그 공사 담당자인 벤자민 홀의 애칭에서 유래했단다. 13톤이 넘는 시계가 15 분마다 시간을 알린다. 특히 석양 무렵에 보는 빅 밴은 템즈 강물과 어우러져 가히 환상적이고 어두워진 후에 조명을 받은 빅 밴은 런던에서 최고로 멋진 야경이다. 부지 3 만 ㎡에 전체 길이는 300m로 방의 수가 1100개 이상이란다. 복도의 길이는 총 3km이고 100 곳의 층계와 11개소의 안뜰이 있다. 웨스트민스트 다리 위에서 보는 주변의 건물들도 영국의 중심지임을 금방 알게 한다. 런던 수족관 앞에 돌아가는 거대한 원형 놀이기구와 국회의사당의 길 건너편에 있는 건물, 그리고 템즈 강물 위에 있는 각종 유람선과 작은 배들이 영국의 힘을 보는 듯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061B3A55F9350229)
빅 밴 밑으로 가서 길을 건너니 비를 맞고 있는 처칠의 동상이 있다. 처칠 동상은 비올 때만 만나는 것 같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처칠공원에서 만난 처칠 동상은 땅을 보고 무언가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때도 비가 내려 처량한 느낌이었는데 이곳 동상은 덴마크 동상보다 덩치는 큰데 처량한 모습은 일반이다. 많이 알려진 인물이라 살아있는 것 같이 반갑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웨스트민스트 사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왼쪽에 동생인 듯한 조금 소박하고 덩치도 작은 성 마가렛 교회도 보인다. 웨스트민스트 사원은 영국사의 백과사전이다. 서쪽의 대사원이란 의미로 시티의 서쪽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에드워드 참회왕이 이 사원을 지었으며 프랑스에서 온 노르만인 월리엄은 정복 왕으로 서 잉글랜드 왕의 정당한 후계자라ᅟᅳᆫ 것을 모두에게 보이기 위해 1066년 이 사원에서 훌륭한 대관식을 가졌다. 그 후 40 명의 왕이 이곳에서 대관식을 거행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0BB13355F9352B12)
사원 안은 예배처소라고 하지만 묘지로 더 유명하다. 건물은 고딕식으로 가늘고 긴 스테인드그라스가 수 없이 나열되어 있다 위대한 사람들의 묘가 번잡하게 가득해서 안내책자를 봐야할 정도다. 런던탑에서 살해된 어린 에드워드 5세와 동생의 무덤이 나란히 있다. 제단 뒤쪽 3층의 호화로운 무덤은 참회의 왕의 것이다. 그 외에 비극의 여왕 메리에서부터 현대의 처칠 수상과 무명전사들의 묘까지 아주 많다. 너무 많아 관을 바닥에 내려놓을 정도이고 심지어는 세인트 폴 성당으로 보내지는 경유도 있단다. 대관식과 로열 웨딩 등의 성대한 의식을 거행한 빨간 비로도가 깔려 있는 제단이 있는 호화 찬란한 방이 있다. 제단 앞에 보이는 등받이 의자는 700년 이전부터 사용해 온 골동품 의자가 있다. 별로 멋지거나 편안하거나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대관용 의자 아래에 Scone 이라는 커다란 돌이 있었는데 이것은 에드워드 1세가 13세기에 스코틀랜드 왕의 대관용 의자였단다. 몇 년 전에 스코틀랜드로 돌려주었단다. 보지 못해 아쉬웠다. 입장료는 6파운드다. 왕의 묘 안내 책자를 한글로 만들어 주어서 약간 도움이 되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5F403455F9355216)
뒷문으로 나오니 오전에 내리던 비가 멈추고 다시 햇빛이 쨍쨍하다. 비가 내릴 때는 서늘하던 날씨가 이제는 덥다. 자주는 볼 수 없지만 검은 양복에 검은 바바리를 손에 들고 검은 모자를 쓴 그리고 긴 우산을 지팡이처럼 들고 가는 신사 한 분을 볼 수 있었다. 모자와 우산을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이 이곳 기후에 갖추어진 모습인 것 같다. 약간 걸어가니 제임스 파크가 나나났다. 도시 한 복판에 이런 공원을 만날 수 있다니 마음이 시원해지고 청소되어지는 기분이다. 물과 각종 새들과 우거진 다양한 나무들, 그리고 푸른 잔디는 정말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길게 늘어져 있는 연못을 따라 버킹검 궁전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벤치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꿀물에 미숫가루를 진하게 타서 먹으니 정말 환상적이다. 나무 위를 오르내리는 다람쥐와 연못에서 걸어 나오는 오리와 함께 놀다가 갈 길을 재촉한다. 갑자기 대로 쪽에서 행진곡이 씩씩하게 울린다. 뛰어 가보니 근위병 교대식을 끝마친 악대와 근위병이 음악을 연주하며 행진을 한다. 오전에 비가 와서 교대식이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교대식을 했나보다. 앞에는 말 탄 기병 두 명이 걸어가고 뒤에 악대가 약 40명 정도 연주하며 걸어간다. 그 뒤에 검은 모자에 빨간 상의와 검은 바지를 입은 영국 근위병이 20여명 걸어간다. 그 뒤에 차량들이 천천히 따라간다. 콩을 먹으며 행렬이 다 지나갈 때 까지 구경을 한다. 재미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467D3455F9357A28)
좀더 걸어가니 빨간색 사루비아 꽃이 동그랗게 피어있는 광장이 나왔다. 중앙에는 빅토리아 여왕 기념비가 중심에 있고 차량들이 돌아간다. 뒷면에 버킹검 궁전이 별로 화려함 없이 낯익은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철문이 굳게 닫혀 있고 안마당에는 근위병 두 명이 보초를 서고 있다. 각 나라마다 근위병이 왕궁 앞에 있지만 복장이 영국 근위병이 제일 멋진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고 광장 중앙의 빅토리아 여왕 기념상 밑에 여행객이 오밀조밀 앉아 있다. 버킹검 궁전은 170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처음에는 버킹검 하우스 즉 개인 소유 집으로 건립되었단다. 빅토리아 여왕 이래 국왕의 궁전으로 사용되고 있단다. 너무 개방적이고 서민적인 느낌이다. 여왕이 궁전에 있을 때에는 정면 중앙에 왕실 깃발인 로열 스텐더드가 나부낀다. 교대식을 보지 못해 아쉽다. 궁전 앞에 있는 여왕의 기념비를 둘러싼 수많은 조각상들은 그 하나하나가 진리, 박애, 정의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 이념을 의미하며 과학, 예술, 군사, 공업, 농업의 군상에서부터 기념비 꼭대기에는 승리, 용기, 지구 중심이라는 영국인이 자랑하는 가치관을 상징하는 상이 있다. 자유 국가에서 형식적인 군인들의 모습을 보니 동화 속 장난감 나라 같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7A443B55F935C02F)
공원 가로수 길을 따라 걸어간다. 끝자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니 홀스가든 건물의 뒤편이 나온다. 홀스가든 건물 밑으로 가니 광장이 나왔다. 금색 술이 달린 금빛 투구를 쓰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빨간색 외투에 흰색 장갑을 끼고 검은 말을 탄 멋진 위병이 마침 교대식을 하려고 나온다. 나이든 장교의 구령에 맞추어 움직이는데 군인다운 면 보다는 코믹한 모습이 보는 이들의 웃음을 만들어준다. 장난감 병정놀이 같다. 반짝이는 투구에 매우 인상적인 위병은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다. 관광객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을 정도다. 홀스가든 앞에는 중심가인 듯 버스가 잔뜩 밀려있고 엄청난 사람들로 붐빈다. 홀스가든에서 좀 더 가니 수상이 살고 있다는 다우닝가가 나왔다. 지금의 수상이 살고 있는데 테러의 위험 때문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무장 경찰 2명이 지키고 있다. 검은 모자의 영국 경찰 복장도 특이하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대영 박물관으로 간다. 지하철 지하도 길에서 젊은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울려서 더 아름답게 들린다. 지하철도 타는 곳에는 보호막 유리가 있다. 토텐햄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또 비가 내리기 사작한다. 이제는 물방울이 제법 굵은 소낙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64D94255F935F734)
점심때가 지났다. 배고프다. 비도 피할 겸 식당을 찾았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한국 사람들도 보인다. 점원도 한국 사람이 있다. 햄버거와 피쉬 앤 칩을 주문했다. 음식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꽁치 같은 생선 한 마리를 튀겨주고 감자튀김이 전부다. 배가 고프니 맛이 있다.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부지런히 걸어서 대영 박물관 앞에 섰다. 그리스 신전 풍의 웅장한 파사드(정면)는 정말 위풍당당하고 무게가 있어 보인다. 비를 피하려는 마음에 입구를 향해 뛰었다. 1층 고대 전시실 입구에는 거대한 사자상이 있다. 이 사자상은 니무르드의 이시타르 신전 입구에 있었던 것이란다. 이 박물관을 모두 구경하려면 일주일이 걸린단다. 반나절에 돌아봐야 하는 우리는 꼭 봐야할 것을 체크해서 시대별로 나누어 전시실 번호와 이름을 미리 메모해 찾아보는 계획을 세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05D4455F9365631)
선사 시대에서는 가장 오래된 모자이크인 세인트 메리 성당 뜰 모자이크 중 예수님 상과 인간 화석을 본다. 고대 이집트의 로제타스톤, 람세스 2세 조각 상, 5000년 동안 건조된 빨강 머리털을 갖고 있는 인간. 중세 르네상스 근대에서는 서튼후의 배 무덤과 매장물 과 프랑크 족 성경 그리고 우리나라 전시실. 서 아시아의 남이라크 대전투 부조, 그리스 로마의 텐테실레아 여왕, 아킬레스 암포라 투구, 거위를 탄 아프로디테가 새겨진 술잔, 파르테논 신전 유물, 카메오, 그레이하운드 대리석상, 이렇게 미리 조사한 내용을 체크해가며 구경하니 훨씬 경제적인 것 같다. 이렇게 다니다 체크하지 못한 것들 앞에서도 발길이 몇 번 멈춘다. 정교한 조각이 있는 오래된 바이올린, 람세스 2세의 화강암 상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금 귀거리와 코걸이를 한 바스테트 여신의 화신, 청동 고양이 상, 가로 누운 적색 화강암 사자상, 흑색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세소스트리스 3세 석상, 늪지대에서 사냥하는 네바문의 특이한 고분 벽화, 눈은 정면 얼굴은 옆의 얼굴, 가슴은 정면 다리는 앞으로 걷는 모습의 인체 묘사를 한 이집트 실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보이는 대로가 아닌 아는 대로, 이상화된 양식으로 그려져 있다. 이주헌씨에 의하면 정면성의 원리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33833F55F9368D2B)
암포라는 도자기에 새겨진 그림들이다. 주로 BC 500 여 년 전의 작품이다. 파르테논 전시실에 들어서니 그리스 파르테논을 다녀왔던 일들이 생각난다. 바다의 여신인 네레이드의 제전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사자를 죽이는 아슈르바니팔 왕을 비롯한 앗시리아의 부조들과 날개 달린 인두상이 인상적이다. 유물은 엄청나게 많은데 지식이 부족하니 깊이가 없다. 다리만 아프다. 그리스와 이집트에서 본 모습이 반복되는 느낌이다. 너무 광범위해서 나중에는 재미가 없다. 칼 막스가 매일 다니면서 자본론을 썼다는 도서관의 원형 책 진열장도 인상적이다. 한국관에 들어서서 살펴보니 어둡고 미흡해 보인다. 북한에서 보내진 붓글씨, 그림(노동장면), 포스터, 동양화, 도자기 등을 보게 된 것은 의외다. 거대한 사천왕상 2 장이 벽에 걸려있는 것은 무게가 있어 보였다. 이것도 일본이 약탈 해다가 기증한 것이란다. 정신없이 박물관 견학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아보았다. 거의 4시간이 걸린 것 같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시내에서 빵 종류를 사먹는 것 보다. 민박집에서 라면에 밥 먹는 것이 훨씬 절약도 되고 좋을 것 같아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라면과 밥, 김치를 먹으니 정말 살 것 같다. 저녁에 동네 슈퍼에 가보니 물가가 시내보다는 저렴하다. 자몽 등을 사 와서 숙소에서 배가 부르도록 먹고 하루를 마감한다. 남자 숙소는 방 하나에 침대가 4개 인데 풀이다. 전기 코드가 달라 주인에게 짹을 빌려서 충전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2E34355F936C4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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