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글릭의 《내려오는 모습》은 1980년에 출간됐다. 시인이 발표한 시집의 순서로서는 세 번째다. 시인이 시집을 묶고 난 이후에 새로 시를 쓰면서 새로운 시집을 엮는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지만, 시인들의 작업은 일직선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세 번째 시집에 실린 시들 중 많은 부분은 《습지 위의 집》을 묶던 1974년에 썼다고 한다.
시인은 역시나, 오르페우스처럼 다른 세계에서 이 세계로 건너 인물들, 말을 하기 위해 오는 넋을 생각했다. 이 수직의 목소리를 시인은 “열망하면서 또 파고드는” 목소리라고 표현한다. 그러니까 글릭에게는 천상에서 이 세계로 ‘내려오는 움직임’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움직임이기도 하고, 사유의 작용으로 치면 끝없이 뚫고 들어가는, 즉 ‘파고드는’(delve into) 집요한 흔적이기도 하다.
Louise Glück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1943년에 태어났다. 1968년 시집 《맏이》로 등단했고, 1993년 시집 《야생 붓꽃》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2003년부터 다음 해까지 미국 계관 시인이었다. 그동안 시집 열네 권을 발표했고 에세이와 시론을 담은 책 두 권을 지었다. 2020년 노벨문학상, 2015년 국가인문학메달, 1993년 《야생 붓꽃》으로 퓰리처상, 2014년 《신실하고 고결한 밤》으로 전미도서상, 1985년 《아킬레우스의 승리》로 전미비평가상 등을 받았다. 2001년 볼링겐상, 2012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 그리고 2008년 미국 시인 아카데미의 월리스 스티븐스상을 받기도 했다. 예일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3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이자, 우리 시를 영어로 알리는 일과 영미 시를 우리말로 옮겨 알리는 일에 정성을 쏟고 있다.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며 시가 그 말의 뿌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믿음의 실천을 궁구하는 공부 길을 걷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 《딸기 따러 가자》와 《바람이 부는 시간: 시와 함께》이 있다. 앤 섹스턴의 《밤엔 더 용감하지》,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Fifteen Seconds Without Sorrow)》, 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Ah, Mouthless Things)》, 강은교의 《바리연가집(Bari’s Love Song)》, 한국 현대 시인 44명을 모은 《The Colors of Dawn: Twentieth-Century Korean Poetry》를 영어로 번역했다.
목차
I. 정원 The Garden 익사한 아이들 The Drowned Children 정원 The Garden 릴 미술관 Palais Des Arts 피에타 Pietà 내려가는 모습 Descending Figure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II. 거울 The Mirror 결혼 축가 Epithalamium 빛깔 Illuminations 거울 The Mirror 초상화 Portrait 탱고 Tango 백조들 Swans 밤의 조각 Night Piece 1968년 포틀랜드 Portland, 1968 자기 그릇 Porcelain Bowl 갈망에 바치다 Dedication to Hunger 행복 Happiness
III. 애도 Lamentations 가을의 Autumnal 새벽 노래 Aubade 아프로디테 Aphrodite 장밋빛 Rosy 애도의 꿈 The Dream of Mourning 선물 The Gift 산산이 부서지는 세계 World Breaking Apart 귀환 The Return 애가(哀歌) Lamentations
출판사 서평
죽음이 주는 다른 층위의 평안을 말하다
글릭의 시를 읽는 일은, 수많은 크고 작은 존재들은 목소리를 다시 읽는 일이다. 첫 시집, 《맏이》와 두 번째 시집 《습지 위의 집》이 사랑과 혼인, 출산 등을 둘러싸고 젊은 글릭의 영혼에 새겨진 아픔과 기쁨을 주로 이야기했다면, 이 세 번째 시집부터는 신화의 세계의 현실적 변주가 더욱 두드러진다.
시인은 죽음이 사람들에게 충격, 절망, 슬픔, 그리고 그 너머의 어떤 감정적ㆍ체험적 움직임을 준다고 생각했다. 울부짖고 눈물흘리는 슬픔 이상의 어떤 것을 죽음을 통해 체험하게 된다고 생각한 시인은 이 시집에 죽음에 대한 사유와 고찰을 가득 담았다. 글릭은 세계를 수학으로 풀어 읽는 철학자처럼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를 바라보고 읽어낸다.
글릭이 읽고 시로 풀어쓴 수많은 이야기에는 생명 가진 존재들의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있다. 그 죽음을 끌어안고 우는 이들도 있고, 그 죽음을 품는 자연도 있다. 죽음에서 시작되어 다시 죽음을 맞는 생명 가진 존재의 필연적인 행로를 각 시에 담아냈다. 시인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죽음은 다른 층위의 평안을 준다는 자연의 섭리를 이 세 번째 시집에 담아냈다.
21세기 노벨문학상 첫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
2020년 루이즈 글릭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시문단에서는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2000년 이후 여성 시인으로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1909년에 〈닐스의 모험〉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 여성 작가 셀마 라겔뢰프 이후 16번째이고, 1996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이후 두 번째 여성 시인이다. 한림원 위원인 작가 안데르스 올손은 “《야생 붓꽃》(1993)에서 《신실하고 고결한 밤》(2014)에 이르기까지 글릭의 시집 열두 권은 명료함을 위한 노력이라고 특징지어진다”고 했다. 덧붙여 글릭의 작품 세계를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비교하며 “단순한 신앙 교리(tenets of faith)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엄정함과 저항”이라고도 표현했다.
루이즈 글릭은 50년 동안 미국 시 문단 중심에 선 인물이다. 한국에서는 “그래요, 기쁨에 모험을 걸어보자고요 / 새로운 세상의 맵찬 바람 속에서”라는 구절이 있는 시 〈눈풀꽃〉만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퓰리처상 · 전미도서상 · 미국 계관 시인 · 국가인문학메달 · 전미비평가상 · 볼링겐상 ·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 · 월리스스티븐스상. 그리고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그녀의 작품은 우아함, 냉철함, 인간에게 공통적인 감정에 대한 민감성, 서정성, 그리고 그녀의 작품 전반에 걸쳐 드러난 거의 환상에 가까운 통찰력으로 지속적으로 찬사를 받는다. 2023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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