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가 되어있는 날이다. 신림선*, 관악산(서울대)역에서 오전 11시에 8인이 모였다.
하나(1번 출구) 밖에 없는 출구로 나오면 바로 산행 길로 연결된다. 비는 내리고 있지만 우산을 받쳐들고 가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40~50분 계곡 따라 완만하게 올라가니 비어 있는 정자 하나가 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만나니 반가웠다. 정자에서 20~30 m 위쪽으로는 계곡을 가로 지르는 다리가 보인다.
비좁은 정자 안에서 8인이 그런대로 자리를 잡고 점심 식사를 한다. 언제나 그러하듯 석회장과 마당바위가 우리들의 입맛을 돋구는 다양한 음식물을 준비해왔다. 우중에 정자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담소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사수를 사수하자는 결의가 없었으면 오늘과 같은 일은 없으리..
적당히 배가 부르고 비는 잠시 소강 상태라 모두 정자 밖으로 나와 바로 옆 계곡 물에 발을 적신다. 윤개미가 우리들 중 유일하게, 제법 물살이 세어진 계곡물에 풍덩 몸을 담구고 재미를 본다. 그 사이 마당바위는 가져온 타프(방수천을 뜻하는 타폴린의 준말)를 계곡 한 가운데에 쉼터 공간에 설치한다. 누군가가 물길을 피해 공들여 돌을 쌓고 다져 놓은 곳이다.
타프의 네 모서리에 끈을 달고 주위의 바위돌과 나무에 연결하여 적당한 나무 가지 지팡이를 폴대로 이용한다. 8인이 좁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모기가 많고 나무 숲에 둘러싸여 좀 어두운 정자에서 새 집으로 이사를 하니 기분이 훨씬 좋다.
그칠 것 같지 않던 비가 오후 3시가 거의 다 되어 주춤한다. 이 때를 이용하여 타프를 걷고 철수 준비를 한다.
관악산역에서 네 정거장 떨어진 신림역 부근 어사출또(신림역점)식당에 자리를 잡으니 오후 5시 경이다. 준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저녁 뒤풀이에 참석을 하지 않고 바로 귀가한다. 점심 때도 거의 먹지를 못한 그가 안쓰럽다.
뒤풀이에 신도림에서 살고 있는 영빈이 참석했다. 신림역 어사출또 라고 열심히 알려주었는데, 그는 2호선 서울대입구역 부근 어사출또 식당으로 잘 못 알아들어 30여분 늦게 도착한다. 그가 서울대 입구역에 있는 어사출또 식당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림역 부근이라는 말이 입력이 되지 않은 것이다. 하여간 그가 뒤풀이에 나온 이유 중 하나는 나에게 전에 여러 번 말한 적이 있는 등산화를 전달해주기 위함이다. 독일 브랜드(Meindl)인데 중고지만 아주 보관 상태가 양호하다. 겨울 설산 산행에 신는 방수 신발이다. 신어 보니 영빈이 보다 발이 작은 나에게 딱 맞는다. 마치 맞춤 등산화인 양! 영빈이가 자기 발에 좀 작아도 좋은 신발이라 애착을 가지고 신었던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 자신도 겨울 설산 전용 신발인 한바그(Hanwag) 한 켤레가 있다. 신발 한 짝이 1 Kg의 무게인데 영빈이가 준 신발도 그 못지 않다. 겨울철 두 신발을 교대로 사용하면서 어떤 눈길도 자신 있게 헤쳐 나갈 것 같은 기분이다.
윤개미가 일이 있어 먼저 자리를 떠난다. 그 이유를 명분으로 중간 결제를 그가 했다. 입산회원들의 복지 향상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해온 그다!
식당을 나오니 이번에는 산행에 참가하지 못한 영빈이 발동을 건다. 둘은 도망가고 다섯은 따라 나섰다. 노래방을 찾아 가는 길에 비 개인 하늘을 보니 무지개가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었다.
*신림선: 2015년 기공식 후 7년 만인 2022년 5월 28일 소형도시철도(경전철) 신림선이 개통되었다. 신림선은 여의도(샛강역)부터 관악산(서울대) 입구까지 11개역 7.8km이며, 환승역은 4개다. 신림선의 독특한 점은 철바퀴가 아닌 고무바퀴를 쓴다는 점이다. 고무 차륜 경전철은 국내 세 번째이며, 서울시에서는 최초다. 무료 노선까지 포함하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과 탑승동을 연결하는 지하 노선인 셔틀트레인에서도 사용된다. 3량의 객차로 편성되어 있고 객차의 폭은 2.40m에 길이는 9.14m/ 수용인원은 52~54 명(전체 158명)
참가자: 강준수/김윤겸/김종국/김준호/박승훈/석해호/송주은/유태식/임영빈
당일 수지(천원): 63(-)
식비: 236(-)/노래방: 60(-)/김윤겸(+173)/임영빈(+60)
당일회비: Zero(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