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삶을 나르는 시』를 엮을 때 원고의 절반을 덜어내야 했습니다.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 때문이었지요. 시 한 편씩을 읽고 옆에 해설을 덧붙인 내용이었기에 아주 오래된 작품이나 외국 작품은 그냥 임의로 썼지만, 국내 저작물일 경우에는 시인의 허락을 받아야 했으니까요. 연락이 닿는 분들에게는 허락을 구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용할 수가 없었지요. 값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허락을 받지 못한 작품은 모두 솎아내는 진통을 치렀지요. 저작료는 시 한 편당 구만 구천 원입니다. 사연이 많았네요. 어느 분은 상황을 설명해도 무응답인 경우도 있었고 또 어느 시인은 한 편만 쓴다더니 더는 안 된다면서 아예 허락을 취소하며 질타를 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남의 시 5∼60편을 사용하려면 출판비 포함 1천만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내년에 출간할 빠진 원고를 다시 꺼내 놓고 살펴보니 몇 년 새 나의 시각이 많이 변했음을 깨닫게 되네요. 지난 몇 년 사이 그런 작업을 거의 하지 않은 게으름을 탓하며 또 몇십 편을 골랐습니다. 좋은 시를 읽고 나름 평(評)을 쓰는 것은 썩 괜찮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뿐만이 아니겠지요. 작품의 속살을 헤집는 안목이 놀랍도록 확대된다는 사실은 더 좋군요. 덤의 축복이 아닐 수 없네요. (2023.12.11.)
첫댓글 저작료가 이러한 것을 몰랐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