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학생별 학습방으로의 개편이 자칫 협동형으로 이루어지는 원격학습을 저해하지 않도록 학급이나 수업 단위로 학생들 간에 자료 공유가 필요할 경우 교사가 필요에 따라 해당 기능을 갖춘 ‘피드형 게시판’과 같은 학습방 메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구현하여야 합니다. 원격수업에서 진도빼기식 교육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이같은 시스템 개편이 이루어지고 교사들이 이를 잘 활용한다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진도에서 잘 따라가지 못해 낙오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에게 적절한 양과 속도로 잘 배울 수 있는 교육적 기회를 보장하고, △개별 학생들의 학습 상황에 대해 교사가 보다 관심을 가지고 면밀한 진단과 처방을 해야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또한 원격수업에서는 개별화 학습과 진단, 등교수업에서는 학습활동 및 진단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등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연계성 단절 문제를 푸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오프라인에서의 수준별 분반 수업은 누가 열반인지가 가시적으로 확인되는 것을 차단하기 어려웠던 문제가 결정적 약점이었는데, 원격수업에서의 개별화 진도는 편성받은 개인에게만 노출된다는 점에서 부정적 낙인효과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 제4과제: 학습 연속성 및 교과 위계성을 고려한 ‘등교 간격 재조정’ 그간 단위 학교들은 지역·학교별 감염 위험도 및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만을 고려하여 등교 간격을 정해왔습니다. 그런데 등교 간격을 정할 때 감염 위험도나 학부모 설문뿐 아니라 학교급/학년별 특성과 같은 발달적 요인이나 교과별 특성과 같은 교육적 요인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 저학년과 같이 학습 지속력이 길지 못하거나 원격 수업의 효과성이 비교적 낮은 경우, 또는 △수학처럼 이전 학습내용이 이후에도 연결되는 내용적 위계성이 강한 교과의 경우, 등교수업 간격이 너무 간헐적이면 원격수업과의 학습적 연계성이 단절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습공백이나 학습결손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단순히 안전의 위험을 감수하며 수업일수나 교과시간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학습 능률의 관점에서 학습이 공백 없이 꾸준히 일어날 수 있도록 ‘등교간격(수업빈도)’을 조절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합니다. 따라서 교육부는 다가오는 2학기에 각 학교들이 기존에 운영했던 대로 등교 간격을 정하기보다 학교급이나 학년별 특성에 따라 원격수업 효과성, 학습의 연속성, 교과의 위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등교 간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반 조사·연구를 조속히 시행하고 관련 자료를 각급 학교에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 제5과제: ‘방학 중 학습결손 보완대책’ 마련 사실 코로나 이전의 학교에서도 방과후 교실이나 방학 프로그램들은 운영되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학기 중 수업·평가를 내실화하는 방안에 비해 방과후 또는 방학 프로그램들은 학습적 효과가 미진하고 학교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근본적 해결책으로서 미력했고, △수도권 학교의 경우 방학 중 학원 이용이 많아 폐강되는 경우도 허다했다는 점에서 학습결손 보완 차원에서의 실효성도 현장에서 그다지 높게 평가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금년 여름방학은 2학기 이전 배움의 단절이 적체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중대한 시기라는 점에서 기존의 방과후/방학 프로그램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즉, 그간 원격으로 학습이 원활하지 못했거나 이후 학습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학습결손 학생들에게 2∼3주 간의 여름방학 동안 예습이나 선행이 아닌, 이미 진행됐던 원격수업을 집중적으로 복습하고 보충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상 학생을 선정하기 위한 학교별 진단이 시급히 진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단위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교육청 차원에서 교·강사 인력풀을 확보하여 권역·거점별 학교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1학기의 학습결손 상태가 답보된 채로 2학기를 시작하여 배움의 단절이 적체되거나, 방학 중 사교육에 내몰리는 일을 막아내야 할 것입니다. ■ 영역➁ 내실있고 책임있는 평가
○ 제6과제: ‘절대평가·정성평가’ 중심의 평가운영 유연화 학교 현장은 1학기 내내 안정적인 학사운영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지난 3개월여간의 원격수업은 분명한 교육과정 ‘이수’로 공인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재난 상황에서의 평가운영은 유연화하되, 원격수업에 대한 평가가 자칫 형식적으로 이행되지는 않도록 교육부 차원의 내실있고 책임있는 원격수업 평가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해당 안에서는 △평가 방법을 상대평가·정량평가보다는 절대평가·정성평가가 방향으로, 학생성장 중심의 과정중심 질적평가가 실천될 수 있도록 학교급·교과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 지침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또한 △수행평가가 이름만 다른 지필평가로 변질되지 않도록 수행평가는 ‘수행’평가답게 학생의 학습 수행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 시 그에 따른 교육적 피드백을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하도록 해야 하며, △학교급·교과 특성에 따라 수행평가로 지필평가를 대체하여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부는 내실있는 수행평가 운영을 위한 지침을 내려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부가 지난 4월 각 학교에 전달한 수행평가 축소 방침이나, 지난 6월 재난 상황에서 수행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 계획 등 수행평가에 대한 최근 교육부의 방침은 교수·학습의 질 관리 차원에서 우려점이 큽니다. 물론 교육부가 학교 평가의 커다란 축인 지필고사, 수행평가 가운데 하나인 수행평가를 줄여 부족한 수업일수에도 상존하는 평가부담을 경감하고자 한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학교에 나와 수행평가와 지필고사만 보는 문제가 있다’며 ‘평가만 받을 시간에 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의 언급(중앙일보, 2020.6.16.)처럼, 부족한 배움 속에 과중한 평가는 당연히 덜어져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은 자칫 △학교 현장에서의 토론·발표·과제 등 다양한 학습·평가 방식을 위축시키고, △지식 암기 위주의 획일적 수업·평가 방식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며, △그동안 원격수업 과정에서 형성평가나 복습형 과제, 개별 피드백 등 평가 다양화·내실화를 실천한 유의미한 현장의 시도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 영역➂ 교육 주체 간 소통과 신뢰 활성화
○ 제7과제: 교육 주체 간 전방위적 쌍방향 소통과 신뢰 구축 원격 수업을 앞두고 학교는 가정에 등교 수업을 일주일에 며칠을 할지, 어느 요일에 할지 등을 설문으로 물어왔습니다. 원격수업이 시작되고서 대부분의 가정에서 행한 학교와의 소통 내용은 출석이나 수강 독촉이었습니다. 시시각각 아이의 상황을 보고받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에게 학교의 소통은 현 시점에서 아이 교육에 대한 불안감과 답답함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학교와 가정의 대면 경험은 대개 1년에 단 한 번 학기초 학부모총회가 전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나마도 올해는 온라인에 자료를 탑재하는 것으로 대신하거나 최소 인원으로 간소하게 치러졌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의 학교참여 활동도 일부 학부모들에게만 국한된 경험일 뿐, 아이의 학습을 놓고 학교와 가정과 긴밀히 소통해온 경험은 우리 교육에서 참으로 일천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여전히 학교는 가정과 비대면 소통이 불가피하고, 학교 업무량 탓에 가정과의 소통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은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교육 주체 간의 형해화된 소통을 어떻게 활성화해야 할지 요원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6월 한 사교육 업체가 서울의 한 대형 주차장을 빌려 차 안에서 라디오 전파를 통해 입시설명회를 듣도록 한 ‘드라이브인 입시설명회’는 학교교육의 소통에 있어 의미있는 시사점을 줍니다. 해당 행사에 무려 6천여명이 몰릴 만큼,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불안과 관심은 증폭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비록 어렵지만 가정과의 소통의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의 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보다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학교가 정보 전달의 주요 채널로 가정통신문을 비롯하여 문자메시지·메신저·게시글 등 서면 소통을 이용했는데, 그뿐 아니라 일부 학교에서 실시간 화상으로 학부모총회를 시도했던 것처럼 소통 과정에서 보다 상호성이 높고 교사 실재감이 체감되는 다양한 소통 방식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학습역량이 충분치 않거나 보호자의 원활한 학습관리를 위해 교육부는 원격학습시스템에 학부모용 계정을 부여함으로써 학부모가 자녀의 출석·학습 현황, 교사의 진단 및 지도 상황을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도록 구현하고, 교사가 해당 내용을 토대로 가정-학교 간 소통의 자료로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처럼 소통 방식을 쌍방향으로 전환하고, 소통할 거리가 있는 플랫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학교가 비대면일지언정 가정과 소통하고자 성의와 노력이 발휘되고 체감될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며, 그간 이른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 여겼던 교사-학부모 관계의 벽을 낮추는 단초로 작용할 것입니다. 아울러 학교 현장에 상존하는 안전의 변수를 잠재우면서도 아이들의 학습권을 지키는 해답은 교육 주체 간의 전방위적 소통과 신뢰입니다. 이는 비단 교사와 학부모 간의 과제만이 아니라, 학교와 교육청, 교육청과 교육부 등 아이들의 교육을 당면한 주체들에게 해당되는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서로가 책임을 떠안고, 자발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으며, ‘내 일’과 ‘네 일’을 나누지 않고, 돌발변수나 시행착오에 서로를 탓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매뉴얼이 미처 다 채우지 못하는 틈을 진솔한 소통으로 채워가며 유연하게 대처할 때 위기 상황에서도 오히려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는 강건해질 것이며 책임교육은 실현될 것입니다. 이처럼 사교육걱정은 코로나 상황이 교육격차 악화의 촉수가 아닌 책임교육 실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이 온오프라인 학습지원 체계를 면밀히 구축할 것을 거듭 촉구하며, 이에 필요한 향후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2020. 7. 7.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 신소영(02-797-4044/내선번호 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