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내 언제 무신하여
황진이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임을 속였관대
월침삼경(越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요
♣어구풀이
-무신(無信) : 신의가 없음. 믿음이 없음.
-속였관대 : 속였기에. ‘~관대’는 구속형어미
-월침삼경(越沈三更) : 달마저 서천(西天)으로 기울어진 한밤중
-온뜻이 : 찾아 오는 듯한 흔적이, 찾아 올 뜻이
-추풍(秋風) : 가을 바람.
-지는 : 떨어지는
♣해설
-초장 : 내가 언제 신용을 잃고 서방님을 한 번이라도 속였기에
중장 : 달마저 서천으로 기울어진 한밤중이 되도록 찾아올 듯한 기미가
전혀 없는가?
-종장 :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에 행여 임이신가 하고 속게 되는
내 마음을 낸들 어찌하리요?
♣감상
가을밤 긴긴 밤에 임을 그려 잠 못 이루는 외로움을 바람에 지는 나뭇잎
소리에 실어 노래하고 있다. 내가 비록 화류(花柳)에 몸 담고 있는 기녀(妓女)
이기는 하나 결코 미덥지 않거나 임을 속일 여자가 아닌데, 오지 않는 임이
야속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것이다. 즉, 이 시조는 초조하게 임을 기다리며
잠 못 이루고 있는 여인의 정한(情恨)을 그린 것이다. 여류다운 섬세한 감정이
잘 묘사된 작품이다.
♣작가소개
황진이(黃眞伊, 생몰 연대 미상): 본명은 진(眞),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은
명월(明月), 개성 출신으로 조선 중종 때의 명기(名妓), 어릴 때 사서 삼경을 읽고
시·서·음률에 모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했다. 서경덕,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자처했으며, 시조 6수가 전한다. 그의 시조 작품
은 뛰어난 기교와 우리말을 쉽고도 곱게 다룬 독특한 솜씨로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