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1만엔권에 식민지 수탈 상징 쓰다니...」 한국의 광복회가 철회 요구 / 7/3(수) / 한겨레 신문
일제강점기 일본 은행을 조선에 진출시켜 식민지 정책을 주도한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의 얼굴이 일본 새 지폐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한국 독립운동가와 후손 유족들의 단체 광복회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정부의 웹사이트로부터
광복회는 1일 성명에서 '일제 침탈의 장본인을 화폐의 인물로 한 결정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기만적 행위'라며 이같이 밝혔다.
광복회는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우리 민족으로부터의 경제적 수탈의 선병역을 완수한 제일은행의 소유자로 철도를 부설해 한국의 자본을 수탈하고 이권 침탈을 위해 제일은행의 지폐 발행을 주도하면서 화폐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넣어 우리에게 치욕을 안겨준 장본인'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수탈의 상징적 인물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본의 공식 화폐로 사용하는 것은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특히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을 앞두고 관계정상화를 바라는 양국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제국주의 만행을 연상시키는 인물을 쓰는 일본 정부의 속내는 어떤 것인가라며 진정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과 우호 증진을 존중한다면 문제의 인물의 화폐 사용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3일 20년 만에 새 지폐가 발행되지만 새 1만엔권 지폐에는 사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초상화가 사용된다. 일본에서는 파리 엑스포를 견학하고 500여 개의 회사를 설립해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 은행을 조선에 진출시켜 식민지 정책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부사와가 설립한 제일은행은 일본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1878년 부산에 지점을 설립했다. 이후 금융·화폐 분야에서 일본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하며 조선 내에서 다양한 특권을 획득하였다. 특히 1905년 조선의 국고금 취급▽화폐정리사업▽제일은행권 공인 등 '3대 특권'을 얻은 이후 사실상 조선의 중앙은행이나 다름없는 지위를 확보했다. 시부사와는 말년 일찍부터 조선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 일본이 조선을 잃게 되면 국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