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아침은 상쾌해야하건만, 낮선곳에서의 수면은 참 힘들다.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았는지 일어나서도 피곤했다. 창문으로 햇살이 비치긴 했지만, 더 눕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 잠이 깨고 나서는 제대로 잠이 안오는건 당연한것 아니겠는가. 세수라도하면 미묘한 이 기분을 날릴 수 있을까 싶어 방을 나갔다. 하녀가 걸레로 복도를 닦고 있었다. 하녀에게 씻는 곳을 묻자, 놀래며 자신이 씻을 물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기사령지에서는 내가 물을 길어다 내가 씻었었지만, 백작령만 되도 이런데서 차이가 나는구나, 했다. 역시 사람은 높아져야...그렇게 생각하며, 씻을 물을 부탁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잠깐 앉아 있으니, 하녀가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왔다.
간단히 씻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녀는 들고왔던 대야들 다시 들고 나갔다. 나가면서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어차피 옷을 입은채로 잤었으니, 그냥 이대로 나가 아침을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식당으로 가니, 벌써 백작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백작은 내게 웃으며 잘잤냐고 인사했다. 나역시, 정중히 답했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백작은 일로 분주했다. 이런저런 가신들이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 들락날락 거렸다. 그것을 보고 얼른 기사령으로 돌아가 업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있음으로써 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백작에게 바로 돌아가겠다고 말했고, 백작도 그러라고 했다. 나는 아침을 빠르게 먹고, 방으로 돌아가 짐을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