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하고 네 번째 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전남 보성의 특성화중학교(2학기), 경북의 과학중점고, 대구의 모교 재단에 이어 올해는 원불교 재단의 특성화중학교와 인연이 되었어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지긋지긋하지 않니? 뭐하러 학교로 다시 가?”
글쎄요. 왜 그랬을까요. 여러 이유 가운데 두 가지는,
1. 아직도 과학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설레고(게다가 실험이 좋다는 아이들을 만나면 심장이 쿵쿵 뛰는 진동을 느껴요.)
2. 수업에만 집중하는 꿈같은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퇴직하였기 때문입니다.(그동안 담임 + 과학과 업무 + 또 다른 업무의 연속)
여기에서 두 달 남짓 지내면서 겪었던 일을 몇 가지 소개할게요.
실험 재료가 든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교문을 들어서는데, 남학생 두 명이 운동장에서부터 달려왔습니다.
“선생님! 과학실까지 들어드릴게요.”
그날 한 번만 있었던 일이 아니랍니다. ^^
수업 시간에 습관적으로 낙서하는 학생에게 슬며시 다가갔는데요.
“아! 죄송합니다.”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소모적인 언쟁을 벌이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본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비교적 또렷하게 표현하지만 불손한 언행은 않더군요. 방금 인사하고 지나가도 다시 만나면 방긋 웃으며 또 인사합니다.
1학년의 경우 일부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선생님들이 억지로 다듬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더라고요. 비유하면, 뾰족한 부분을 깎아내기 보다는 메꾸어서 둥글게 만들기? 그래서 시간이 걸려요. 2, 3학년들을 보면 교직원들이 신입생들에게 들인 관심과 정성을 짐작할 수 있어요.
좀 극단적인 예이지만, 병가 대체 선생님의 첫 수업 시간에 땜빵이 왔다고 소리치는 학생을 대체 어떻게 지도하느냐는 글을 모 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여기 아이들은 외부 강사에게도 담임 선생님에게 대하듯 해요.
학급당 인원이 11명, 13명, 15명(학년당 두 학급) 정도이고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 온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대구 시내 거주자 중에는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고요. 2층에 올라오면 사진과 같은 쉼터가 있어 학생들이 애용합니다.
특성화중학교로 교내 행사가 다양한 편이라, 체험 부스(과학의 달 행사)를 운영할 만한 날을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생각해 낸 묘안이 4월 한 달간 화요일 점심시간 활용이었습니다.
도우미 학생들은 화요일에는 급식실에서 우선권을 주었고요. 점심 먹고 과학실로 와서 도우미 조끼와 이름표를 착용하고 공지된 장소에서 학생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총 다섯 번의 체험 부스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종이컵에 과자를 듬뿍 담아주었고, 마지막 5주 때는 고급 과자를 별도로 주문하여 참가 선물로 주었습니다.
순서 | 프로그램 | 원리 |
1주 | 뒤집어도 쏟아지지 않는 물 | 대기압 |
2주 | 물컵 돌리기 | 인공위성의 원리 |
3주 | 종이컵(풍선) 위 판자(하드보드지)에 올라서기 | 힘의 분산 |
4주 | 비누막으로 알아보는 기체의 성질 | 샤를의 법칙 |
5주 | 물병 세우기 | 유체역학, 포물선운동, 각운동량, 구심력, 중력 |
행사를 운영하는 동안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서 직접 체험에 참여하시는 놀라운 장면과 마주하였습니다. 두 분이 종이컵(풍선) 위 판자(하드보드지)에 무사히 올랐을 때 학생들이 환호하였고요. 물병 세우기는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성공하는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물론 선생님들도 참여하셨어요. ^^
비누막으로 알아보는 기체의 성질을 제외한 4개의 프로그램은 김정식 선생님의 블로그와 재과만에 올라온 자료를 보고 정하였습니다. 김정식 선생님 그리고 재과만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풍선 위에 올라서기에 자세한 답변 주신 최인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드보드지는 2T보다 더 두꺼우면 체중을 지탱하기 좋을 듯합니다. 4절지보다 2절지에 풍선을 붙이는 작업을 하기 더 수월하였고요. 우리 학교 도우미들은 풀테이프보다 양면테이프를 더 편리하게 활용하였습니다.
첫댓글 꽃과 같은 아이들이 꽃과같은 선생님을 만났네요~^^ 아이들 복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꽃과 같은 아이들을 만난 저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개인정보 관련 법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예쁜 표정을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읽는 내내 기분좋음이 느껴집니다.~^^ 이 느낌과 아이디어 공유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기분 좋으셨다니 저도 덩달아 기쁩니다. ^^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군요.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을 만난 덕분에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