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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월.... 간송미술관엘 다녀왔습니다. 지난 2000년 가을 한국미술사 수업을 듣다가 '간송미술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보나 보물급 유물을 소장한 곳이라고는 국립박물관과 사찰 정도인 줄만 알았는데, 개인이 세운 박물관(혹은 미술관) 중에도 중요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더군요. 가장 대표적인 곳이 간송미술관, 호암미술관, 호림박물관 같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호암이나 호림 같은 곳은 입장료를 받는 상설 전시관인데 비하여 간송미술관은 매년 봄.가을로 보름씩만 주제를 정하여 전시를 하고 있고, 게다가 상당히 수준 높은, 소위 유명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무료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일 것입니다.
2000년 가을 [단원.혜원전]을 봤을 때 조용한 가운데 강렬한 느낌을 받았더랬습니다. 평일 오후 찾아온 사람 몇 명 없는 조용한 미술관에, '진품명품'이란 프로그램에 나왔다면 가격이 끝도 없이 올라갈 작품들을 툭하면 깨질 것 같은 얇은 유리상자 안에 놓여있었습니다.
책에서나 보던 작품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느낌이란 인기스타를 직접 보는 느낌보다 훨씬 놀랄만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간송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언제 어떻게 전시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반짝 인기를 끌고 마는 스타와는 달리 몇백년 내려와, 다시 몇백,몇천년을 인기 끌어갈 작품들이기 때문일겁니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겸재 정선의 그림을 보았고, 추사 김정희, 대원군의 글씨도 보았습니다. 다시 이번 봄엔 단원 김홍도의 단독 콘서트 [단원대전]입니다. 직장을 다니고 나서는 주말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관람객이 너무 많아 작품을 제대로.지긋이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땐 학생 때가 참 그립습니다만... 게다가 미술,역사 관련 학자나 학생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곳이었는데, 요즘엔 아주 대중화된 느낌이 들기도 해서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신문 같은 곳에서 그냥 소개 안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
지하철 4호선 한성대 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1111번이나 2112번을 타고 성북초등학교에서 하차해 살짝 올라가면 미술관이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더군요. 미술사 전공하는 학생으로 보이는 일군의 사람들과 선생님 숙제로 온듯한 중고등 학생들로 붐볐습니다.
음...1층을 돌아보던 중에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보았습니다. 부인이랑 온듯하더군요. 문화재청장 정도면 미술관 관장이나 실장 같은 분이 내려와 이런저런 설명도 하고 안내도 하겠지만, 주말에 나들이나온 일반 사람처럼 조용히 둘러보고 나가는 걸 보았습니다. 사실 예전 같았으면야 싸인이라도 받았겠지만, 게시판 바로 밑에 써놓은 것처럼 지난 4월 낙산사 소실 때 문화재청장에 대해 기분이 영 언짢아 있었던 터라....
지난 2000년에 사놓았던 도록이나 유홍준 선생이 쓴 화인열전을 한 번 읽어 보았다면 좀 더 재미난 관람이 되었겠지만 책들이 속초 본가에 있었던 터라 오주석의 '한국의 미'에 있는 몇 장의 글을 보고 왔더니 역시나 '마상청앵'이라는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갔습니다.
말 위에 앉은 선비가 버드나무 가지의 꾀꼬리 우는 소리를 듣는 작품입니다. 그림을 보는 눈이 전혀 없는지라 뭐라 설명 드릴 수는 없지만,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난 일입니다.
전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림을 얘기할큼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 앞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불고기백반(5,000원)으로 점심을 때우고 내려오는 길에 보니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신입사원'의 "여비서"가 거기 있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 근데 안을 들여다보니 가게를 하고 있진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번엔 들르지 않았지만, 근처 길상사도 들러볼만 합니다. 29일 일요일 까지니 한 번 들러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입니다. 푸르뫼 <마상청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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