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새해 첫 산행지는 익숙한 '해운대 장산'
부산일보 기사 입력 : 2009-01-08 00:00:00 수정 : 2009-06-11 14:42:39
글·사진=이상윤 기자
발아래 펼쳐진 동해와 남해 '은빛 실루엣' 장관
이번 주 산행지는 부산 해운대 장산(634m)이다. 이 산은 원래 연말을 즈음해 소개하려 했는데 산&산이 신년 특집 등으로 2주 연속 빠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새해 첫 산행지가 돼 버렸다.
장산을 소개하려는 당초 의도는 번개 산행지였다. 번개산행은 말 그대로 잠시 짬을 내 번개같이 재빠르게 산에 갔다 오는 것을 뜻한다. 주로 바쁜 일정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내기 어려운 연말연시나 명절을 전후해 이뤄지는 산행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런 산행이 가능하려면 접근성과 귀가성이 용이해야 하는데, 도심의 산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장산이 도심의 산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왜 장산이냐 하는 부분이다. 솔직히 말해 번개 산행지라면 이 물음에 대해 달리 대답할 필요가 없다. 번개 산행지는 코스의 내용보다 어떻게 하면 하나의 코스가 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해 첫 산행지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다. 그 많은 산행지 중 하필이면 왜 장산이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른 산을 소개할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곧 그런 생각을 접고 말았다. 첫 산행지로서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의미가 내용도 포함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의미를 과연 누가 부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뒤따랐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목적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건강을 위해서, 또 어떤 이는 마음의 안식을 위해서, 또 어떤 이는 자연의 탐방을 위해서이다. 때로는 목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산이 그곳에 있어 산에 간다는 조지 말로리의 말이 아니더라도 유유자적하게 산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 또 산 자체가 좋아 죽자 살자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산에 대한 해석과 규정이 개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산 소개 기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획일적인 해석과 규정은 산과 그 산에 오르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일 수가 있다. 이는 산&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면을 빌려 그간의 만용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장산은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접점의 바다를 가까이서 품고 있는 산이다. 그래서 그 모호한 경계를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이 더욱 감동적일 수 있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 때문에 산행 소개자가 새해 산행지로 적합하다고 하는 것은 위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과 다름없다. 설령 그 산이 새해 산행지로 최적이라고 해도 그렇다. 기획한 코스의 구체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
해운대구 우2동 지하철 2호선 시립미술관역 6번 출구~우2동사무소 뒤 능선길~257봉~중봉~장산~반여·반송 방면 길~억새밭 갈림길~위봉~(반여1동)청혜원 앞 도로 순. 걷는 시간은 3시간10분,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 안팎이 걸린다. 이번 코스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반여동 쪽 종단 코스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장산은 반송 방면 종주 코스가 꽤 인기 있다. 하지만 번개 코스로선 조금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게다가 대중교통과의 연계도 그리 원활한 편이 아니다. 이에 반해 반여동 쪽 종단 코스는 우선 거리가 적당하다. 휴식을 포함해 4시간이면 충분히 주파할 수 있다. 그리고 시내버스와의 연결도 수월하다.
다른 하나는 비교적 호젓한 산길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장산은 도심의 쉼터답게 대부분의 등산로가 크게 붐빈다. 특히 신시가지 쪽 등산로는 시장통을 방불케한다. 하지만 우2동사무소 뒤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지능선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다. 어떨 때는 도심의 산이 맞나 할 정도로 조용하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덜 알려진 것이 호젓함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산행 들머리는 우2동사무소(자치센터) 뒤 신도시 고가도로 아래 골목길이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우선 우2동사무소를 찾으면 된다. 우2동사무소는 지하철 2호선 시립미술관역 6번 출구로 나가 정면에 보이는 동해남부선 굴다리를 지나면 연결된다. 굴다리를 통과해 바로 만나는 삼거리 오른쪽 도로 맞은편에 있다. 지하철 6번 출구에서 우2동사무소까지 3분 소요.
고가도로 아래 골목길은 동사무소 앞길을 직진으로 통과해 만나는 신도시 고가도로 아래 왼쪽 길로 이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 가면 삼진그린아파트를 지나게 되는데, 골목길은 그 아파트를 지나 정면에 보이는 예전하이아트 못 미친 지점 왼쪽으로 열려 있다. 이정표 등 별다른 표식이 없지만 산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골목길이서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동사무소 앞에서 2분 소요. 이 골목길을 찾았다면 골목길을 따라 곧장 오르면 된다. 곧 계단이 나오고 T자형 갈림길을 만난다.
본격적인 산길은 T자형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가서 맞닥뜨리는 건물 끝 지점 오른쪽 산자락으로 열려 있다. 이곳은 주변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 다소 산만한 게 흠이다. 골목길 초입에서 능선길까지 3분 소요. 이후 등로는 외길의 능선길만 따르면 된다. 첫 번째 안부까지 7분, 첫 번째 무덤까지 9분, 두 번째 무덤까지 4분, 능선 합류점인 갈림길까지 5분이 더 걸린다.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는 군 유격장 부근 암봉에서 볼 때 가장 화려하고 멋지게 보인다고 한다. 특히 S자로 굽이치는 대로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한다. 사진작가들도 즐겨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아랫길로 5분 거리에 있으니 갔다 오도록 한다. 의외의 멋진 풍광이 기대를 충족시킨다.
중봉은 몇 개의 바위와 키 작은 소나무가 멋진 그림을 연출하는 곳이다. 이후 등로는 정상으로 오르는 주능선길인 데다 신시가지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합쳐지는 곳이어서 산객들의 발길이 여간 분주한 곳이 아니다. 따라서 중봉에 닿으면 호젓한 산행도 끝이 난다 생각하면 틀리지 않는다. 첫 갈림길에서 중봉으로 가는 등로는 오름의 능선길만 따르면 된다. 유격 군부대가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까지 7분, 중봉까지 20분이 더 걸린다.
중봉 이후 등로는 그야말로 고속도로다. 이정표도 잘 나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오름의 능선 마루금만 잘 따르면 정상까지 쉬 오를 수 있다. 이정표사거리까지 18분, 정상 아래 철조망 이정표까지 10분이 더 걸린다. 정상은 군 시설물이어서 출입이 금지돼 있다. 발아래 펼쳐지는 은빛 실루엣의 남·동해가 퍽이나 인상적이다. 해운대신시가지는 물론 수영구, 연제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 이정표에서 반여동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군 시설물을 에워싼 철조망 왼쪽 울타리를 따라가는 사면길로 연결돼 있다. 중간에 만나는 내리막길은 재송동 혹은 반여동으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니 무시하도록 한다.
사면을 따라가는 그 길을 30분쯤 좇으면 이번엔 억새밭 갈림길 안부 아래 이정표삼거리에 닿는다. 도중에 지뢰매설 경고판도 몇 개 지나게 된다.
이정표삼거리에서 왼쪽 내리막은 반여2, 3동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반여동 전망봉인 위봉을 거치지 않고 곧장 내려가겠다면 그 길을 따라도 무방하다. 하지만 위봉을 꼭 밟고 싶다면 진행 방향 정면의 오름길로 올라 바로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성의 왼쪽 능선길을 따르면 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휘돌아 가는 길은 억새밭을 거쳐 반송동으로 가는 주능선길이다. 이정표삼거리에서 1분 거리다.
위봉은 무덤이 있는 전방바위에서 반여동 쪽으로 툭 떨어지는 지능선으로 연결돼 있다. 억새밭 갈림길에서 전망바위까지 5분, 철탑이 있는 안부까지 18분. 안부를 직진으로 통과해 또 다른 안부를 거쳐 올라가 만나는 위봉까지 12분쯤 걸린다. 위봉은 반여동 일대가 한눈에 조망되는 멋진 전망대다. 반송 일대와 그 너머 산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위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봉우리에서 되돌아나와 돌무더기 오른쪽 아래로 떨어지는 내리막으로 연결된다. 정자쉼터까지 5분, 직진 방향의 봉우리로 오르는 길이 입산금지 되어 있는 안부사거리까지 5분. 오른쪽 아랫길로 내려가 지계곡을 오른쪽으로 보며 사면길로 가서 만나는 산불감시초소까지 14분. 신동아아파트 101동과 그 왼쪽 청혜원 사이 샛길을 통해 내려서는 청혜원 앞 도로까지 3분이 더 걸린다. 버스정류장은 왼쪽 도로를 따라가 만나는 주유소 사거리에서 오른쪽 아랫길로 30m만 더 가면 있다. 청혜원에서 3분 소요.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2,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장산 (부산 국가지질공원)
위치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장산로 331-18
부산의 도심에서 남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우뚝 솟아 있는 장산은 그 범위가 넓어 다양한 등산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와 광안대교를 조망하고 있다. 유문암질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화산재, 용암, 화쇄류로 이루어진 산으로 다양한 화산암들과 장산폭포, 돌서렁 등의 웅장한 지형이 넘쳐나며 뛰어난 해안도심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장산은 백악기말 칼데라의 잔존구조인 화산함몰체로 한반도 남동부의 화산활동사를 연구하는데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장산 자락에는 화산암 암벽에서 떨어진 거력들이 산의 경사면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암괴류(block stream)를 관찰할 수 있다. 총 아홉 줄기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각의 암괴류를 연결한 “재송너덜길”을 통해 남해, 동해 바다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부산 장산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