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 앞에는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그가 계산하기 위해 내민 물건은 사발면 한개와, 소주 두병, 근원을 알수 없는 쏘시지..
열흘정도는 면도를 하지 않았을 거친 턱과 벙거지 같은 모자, 취한채 충혈된 눈 방금 땅에서 나왔음직한 거친 손..
성실한 편의점 직원은 말한다.."비닐은 20원인데요, 820원 더 주셔야 되요.."
거기서 멈췄다.
그 사내는 쥐잡듯이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으나 더이상 동전은 나오질 않는 듯 했다.
그는 버티기로 들어간다.
마치 -나는 돈이 없다. 그러나 이것들은 필요하다..알아서 하라-
순진한 편의점 청년은 자주 경험한 일이었을 텐데..얼굴이 벌개진채 당황하고 있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나는 더이상 기다리기가 지루해 졌다.
그래서 나는 820원을 대납해 줬다.
820원...............................
그는 나를 힐끗 처다보고는 곧 그것들을 품에 안은채 달아나듯 편의점을 빠져 나갔다..
그의 허름한 뒷머리에 캔을 집어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3초쯤 있었고, 까닭없이 옷을 툭툭 털고는 편의점을 나왔다.그와는 닿지도 않았는데..
담배를 한개피 물고 시동을 건다...7시 50분..
씨디기의 파워 스위치를 누르자 빌리헐리데이가 익숙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