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싸우지 마세요! <일요칼럼>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설 명절은 잘 보내고 계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민속 명절 설날을 맞아서 2천 8백만 명이 이동했다고 합니다. 과연 설은 여전히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임이 분명합니다. 가족들과 친척들에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싸서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귀성객들이 정류장마다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혹은 오랜 시간 기다려서 잡은 모처럼의 기회를 해외여행을 위해 할애하는 분들로 공항은 북적였습니다. 여하튼 모든 분이 행복하고 아름다우며 의미 있는 명절이길 기원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소소한 행복도 사치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여전히 총알이 빗발치고 음악 소리 대신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기나긴 전쟁 통에 나라를 떠난 난민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잡아야 했고 아버지와 남편을 전쟁터에 보낸 이들은 하루하루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모한 도발로 시작된 팔레스타인 지역 분쟁도 벌써 넉 달을 넘기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소탕 작전으로 가자지구 사상자가 2만 명에 달한다는 보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가 14,000여 명으로 전쟁의 가장 큰 피해는 바로 힘없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이렇듯 전쟁은 참혹하고 그 어떤 명분에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전쟁을 벌이는 것일까요?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전쟁을 벌여서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요?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전쟁 뒤에는 반드시 이기주의라는 검은 악마가 숨어 있습니다. 가장 작은 싸움으로부터 나라 간의 전쟁까지 모든 싸움의 동기는 이기심입니다. 이기주의가 변신해서 개인주의가 되고 개인주의가 자라나서 가족주의가 되고 가족주의가 뭉쳐져서 민족주의가 됩니다. 한 사람의 가치, 가족의 중요성, 민족의 소중함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소중한 가치에 이기심이라는 것이 더해지면, 개인주의, 가족주의, 민족주의라는 허울 좋은 명분이 만들어지고 나를 지키고, 내 가족을 지키고, 내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남을 파괴하고, 다른 가족을 무너뜨리고 남의 나라를 침범해도 된다는 해괴한 사상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가족은 소중할지 몰라도 가족주의는 천박하고 야만적입니다. 내 새끼 문제라면 남의 자식은 싸대기를 날려도 되는 그런 야만적인 행동도 불사하는 가족주의는 인류의 평화를 무너뜨리는 가장 무서운 평화의 적입니다. 이런 이기주의는 나라 간에도 민족주의, 국수주의라는 유령으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질문으로 가족은 가족대로 뭉치고, 지역은 지역대로 뭉치고 민족은 민족대로 뭉쳐서 싸우고 짓밟고 죽이는 만행이 저질러지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사탄이 바라는 인류 공멸의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이기주의에서 안전할까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이런 이기주의에 감염되지는 않았을까요? 가장 신사적이어야 할 스포츠를 관람할 때도 남이 하는 반칙은 못된 짓으로 판단하면서 우리 편의 반칙은 “그 정도야 뭐”라고 하는 “내로남불” 사고가 우리에게는 없는 것일까요?
가족의 소중함이 더 깊이 느껴지는 명절 끝자락에 우리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을 한 번 돌아보았습니다. 명절이 명절답지 못하고 가족 간에 불화로 다투고 갈라서는 일들도 사실은 나 아닌 너를 챙기지 못한 이기주의의 열매가 아닐까요? 일종의 하마스와 이스라엘 그리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작은 전쟁터인 셈이지요.
---(팟캐스트 방송)---
http://www.podbbang.com/ch/10726?e=24876117
---(Link-2)---
http://file.ssenhosting.com/data1/chunsd/240211.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