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1854년 독도 첫 발견 직후부터 한국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후 이런 시각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박종효 전 모스크바대학 교수가 지난 11월 8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발표한 ‘러·일해전과 러시아의 독도에 대한 영토인식’에서 확인됐다.
박종효 교수는 “1904~1905년 사이에 발발한 러·일전쟁은 우리 근대사에 큰 재앙이었다. 인천에서 일본 함대가 기습적으로 러시아 함정을 제압하면서, 일본이 서울을 점령하고 대한제국을 장악하면서 주권의 상실은 물론 독도문제도 발생했다. 사실상 일본은 이때부터 독도를 전략적으로 자국의 영토로 편입시키기 위한 작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남하정책의 일환으로 겨울이면 블라디보스토크항이 얼어붙는 관계로 부동항이 필요했다. 러시아는 태평양 해상항로의 요충지인 독도와 울릉도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1854년 독도를 첫 발견한 이후 1856년에는 전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재조사를 실시했다. 1857년 러시아가 만든 독도가 포함된 첫 지도 ‘조선동해안도’를 발행하면서 한반도 연안에 독도를 표시한 것이다.
이에 일본은 러시아가 독도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목적으로 태평양 함대를 파견하자 더욱 세심한 조사를 실시해 사람이 거주하지 않은 무주지로 있다는 허점을 이용한다. 일본인 어부가 강치를 잡은 명분을 내세워 독도를 국유화할 것을 주장한다. 일본은 독도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 일본은 이에 따라서 러시아 함대를 예의 주시하는 동시에 러시아 함대의 항로를 가로막는 대응책의 하나로 독도를 1905년 2월 22일 시마네현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날로 바로 일본이 주장하는 ‘다케시마의 날’인 것이다.
반면 러시아 함대는 대한제국 해안과 일본 해안을 구분하는 선으로 해상에 점선으로 연결해 점선 상측은 일본 해안, 점선 하측은 대한제국 해안으로 구별했다. 점선 하측에 울릉도와 독도가 배치돼 있다. 그러므로 러시아 함대는 독도와 울릉도를 대한제국 영토로 판단하고 안전한 대한제국 해안 쪽으로 항로를 택해서 이동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같은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한국 해안 쪽을 포위하면서 러시아 함대를 격퇴시킬 수 있었다.
러시아가 발행한 ‘조선동해안도’에 독도를 한국 동해안에 위치시키면서 동도를 ‘올리부차’, 서도를 ‘미네라이’라고 표시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1945년 소련 정부에서 발행한 정치지도에는 독도를 ‘리앙쿠르Liancourt’ 혹은 ‘산호초’로 표기했다. ‘리앙쿠르’라는 이름은 1849년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호가 독도의 바위로 인해 난파당한 뒤로 서양권에서 독도를 리앙쿠르 락스라고 부르게 된 것 이다.
독도학술토론회에 참석한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인식, 일본 대응에 참고자료될 것”
하지만 1962년 러시아 수로국에서 발행한 ‘동해수로지’는 한국어 음을 따 러시아어 식으로 ‘죽도’라고 표기했다. 이 수로지 ‘제3장 동해안에서 부산까지’라는 제목에는 울릉도 다음에 독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기록돼 있다.
‘독도의 위치는 울릉도에서 동남향 방향으로 48마일 떨어져 있으며, 북위 37도 15분, 동경 131도 52분에 위치해 있다. 서도의 고도는 156m로 두 작은 섬은 바위로 형성돼 식물은 자라지 않으나 동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풀이 자란다. 가파른 절벽 밑에 많은 바위에서는 강치가 서식하고 있으며 어둡거나 저녁에는 수심이 깊어 섬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섬에는 담수가 있으나 수질이 좋지 않다. 상주 거주민은 없으며 여름이면 어민이 와서 강치를 포획한다. 동도에 등대가 설치돼 있다.’
이어 1970년 소련 국방성 수로국에서 발행한 수로지에는 도서 명칭의 제목에 독도를 독도 혹은 죽도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독도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는 전부 독도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로 바뀐 뒤 2001년에 처음 발행된 수로지에는 독도를 ‘리앙쿠르’로 표기하면서 확실하게 한반도 영토로 포함시켰다. 독도를 한반도 수로지에 기재한 것뿐만 아니라 한반도 소속으로 아예 경계선까지 그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러시아는 ‘조선동해안도’의 발행과 함께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항로를 개척하면서 몇 차례 독도를 조사했으며, 그때마다 ‘해군전집’, ‘해군수로지’, 소련 국방성의 ‘동해수로지’ 등에서 독도의 거리를 울릉도를 기점으로 측정하면서 무인도라 할지라도 울릉도의 속도로 보고 있었던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독도에 대한 호칭도 올리부차, 리앙쿠르, 죽도, 다케시마, 독도 등으로 표기됐지만 1970년 소련 국방성이 발행한 ‘동해수로지’에서는 독도라고 호칭해 사실상 한국이 지배하는 영토로 인정했다. 이후 러시아에서 발행한 ‘한반도수로지’에도 분명하게 독도를 리앙쿠르라고 표기하지만 확실하게 한반도 부속 섬, 한국 영토로 인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박종효 교수는 “러시아의 이같은 독도에 대한 인식은 일본의 주장에 대응하는 좋은 참고자료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