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東海)에 조수가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동해에만 조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실은 북해(北海)에도 조수가 없고, 북해에만 조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남해(南海)에도 조수가 없다.
태양과 달의 운행은 항상 적도(赤道)의 왼쪽과 오른쪽을 따라서 돌고 있으므로, 적도는 하늘의 허리가 된다. 남쪽으로 동지선(冬至線)에 이르기까지와 북쪽으로 하지선(夏至線)에 이르기까지가 적도에 어긋나는 차이는 있을지라도, 요컨대 모두가 하늘 허리의 왼쪽과 오른쪽인 것이다.
조수가 태양과 달 때문에 비등하여 솟구치는 것이라면, 조수의 발생은 하늘 허리의 하단부에 있게 된다. 따라서
과와(瓜哇)ㆍ여송(呂宋)ㆍ소문(蘇門)ㆍ불제(佛齊)의 바다는 조수가 일어나는 곳이다. 산악(山嶽) 같고 빙설(氷雪) 같은 두 덩어리가 지나갈 적에 항상 그 등성마루의 북쪽에서 무너져 밀린 여파가 절강(浙江)과 양자강(揚子江)에까지 이른다. 이곳을 지나서부터는 점차로 쇠미(衰微)하여져서 발해(渤海) 북쪽의 여순(旅順) 항구에 이르기까지 약한 파문이 죽 계속된다. 등성마루의 북쪽에서 무너져 밀린 여파 가운데 대마도(對馬島)의 바다를 거쳐 북쪽으로 밀려가던 것은 울진(蔚珍)에 이르러서는 약한 파문이 죽 계속되다가
실직(悉直) 이북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없어져 버린다. 이렇게 보면 동해(東海)에만 조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북해(北海)에도 조수가 없는 것이다.
발해의 조수는 그래도 여순까지 이르렀는데 동해의 조수는 이보다 더욱 짧은 것은, 아묵(亞墨 시베리아)이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묵의 경계는 남쪽으로 적도(赤道) 아래에 들어 있기 때문에 동쪽으로 밀려오던 조수가 아묵의 모서리에 받혀 꺾어졌다가 가까스로 다시 소생했을 적에는 또 일본(日本)에 차단 당하게 되니, 그 예봉(銳鋒)이 어떻게 북계(北界)에까지 깊이 들어갈 수가 있겠는가.
등성마루의 남쪽에서 무너져 밀린 여파는 남해(南海)의 남쪽에 이르면 반드시 북쪽의 여파처럼 점점 쇠미하여진다. 이것이 남쪽 바다에 조수가 없는 이유이다. 이렇게 본다면 조수는 적도의 아래에서 발생하는 것이요 우리가 보는 것은 멀리 밀려온 여파인 것이다. 조수의 원리는 이런 것이고 따라서 두려운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