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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읍산, 용문8경 중 제5경이다.
七寶縱巃十里南 칠보산의 높고 험준한 봉우리 남으로 십리나 뻗은 것이
勢如天畔走驚驂 기세는 하늘 둑과 같고 곁말이 놀라 달아나듯 하구나
雲歸歷歷嵐生岫 산봉우리에 구름이 돌아간 자리에는 아지랑이 일고
一朶碧似芙蓉藍 한 송이 연꽃처럼 아름다운 산은 쪽빛 같이 푸르구나
―― 겸재 양창석(謙齋 梁昌錫, 1909~1983), 「칠보산 아지랑이(七寶山晴嵐)」
주) 칠보산은 지금 추읍산을 말한다.
▶ 산행일시 : 2022년 11월 6일(일), 맑음
▶ 산행코스 : 용문사, 상원사 갈림길,절고개,마당바위 갈림길,용문산(가섭봉),문례재,천사봉(문례봉,폭산),성현,
봉미산,산음리 산음보건진료소
▶ 산행거리 : 도상 15.5km
▶ 산행시간 : 8시간 43분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용문으로 가서, 택시 타고 용문사 입구 주차장(버스종점)으로 감
(택시요금 11,600원)
▶ 올 때 : 산음리 산음보건진료소 버스승강장에서 2-5번 버스 타고 용문으로 와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청량리역
07 : 27 - 용문(07 : 30 용문사 입구 가는 택시 탐)
07 : 47 - 용문사 입구 버스종점, 산행시작
08 : 13 - 용문사
08 : 38 - 절고개, ╋자 상원사 갈림길
08 : 52 - 640m봉, ┣자 갈림길
09 : 23 - 825m봉, ┣자 마당바위 갈림길
09 : 55 - ┣자 문례재(한강기맥), 용문봉 갈림길,
10 : 05 - 용문산 가섭봉(1,157.1m), 휴식
10 : 25 - ┫자 문례재(한강기맥), 용문봉 갈림길
10 : 45 - ┫자 용문봉 갈림길
11 : 35 - 천사봉(문례봉, 폭산, 1,004m)
12 : 00 - 798.5m봉, ┣자 능선 분기
12 : 35 - 681.8m봉, ┣자 능선 분기
12 : 52 - 성현, 점심( ~ 13 : 10)
13 : 50 - 811.5m봉
14 : 10 - 봉미산(鳳尾山, 856.0m)
15 : 16 - 708m봉
15 : 40 - 임도
16 : 30 - 산음리, 산음보건진료소, 산행종료(17 : 34 - 용문 경유 양평 가는 버스 탐)
18 : 12 - 용문, 저녁(18 : 51 - 상봉 가는 전철 탐)
20 : 08 - 상봉
2. 용문사 일주문 지나 용문사 가는 길
3. 용문사 가는 길, 노송 섞인 노거수가 볼만한 숲길이다
▶ 용문산 가섭봉(1,157.1m)
언젠가 대구에 산다는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월간 산’지에서 본 적이 있다. 그는 주로 공원에서 어르신들의 영정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봉사활동을 하는데 오랫동안 지속하다보니 심신이 무척 피로하더란다. 병원에서 가서
자세한 진찰을 받기에 이르렀다. 나이 드신 분들을 사진 찍다보면 그 분들의 기(氣)를 자기도 모르게 흡수하게 된
다고 하더란다. 그분들의 주름진 얼굴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서린 신산스러웠던 과거와 총기가 쇠한 현재의 기가
자기 몸에 들어와서 피로하게 된다는 진단이었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찍는 것을 그만 두고 산으로 산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산의 정기를 받기 위해서였
다. 백두산에 올라서는 운이 좋았던지 보기 드문 경치를 찍어 사진 한 장으로 꽤 많은 돈도 벌었다고 한다. 자주
산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니, 불현듯 자다 말고 새벽에 일어나거나 아침밥을 먹다 말고 카메라 들고 산으로 달
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이 시각에 그 산에 오르면 비경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영감이 들더란다. 물론 산을 다
니기 시작하여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산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몸은 튼튼해졌다.
나는 그런 경지는 꿈도 꾸지 못하지만, 이 가을 용문사 가는 숲길-하늘 가린 노송을 비롯한 노거수들이 울창하여
언제 가더라도 아름답다-과 아직 본 적이 없는 용문사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 든 모습과 용문산 오르는 도중 소백
산까지 보인다는 만학천봉 조망이 보고 싶었다. 또한 내가 아는 여러 악우들에게 무던히도 시달린 천사봉과 봉미
산의 덕순이 안부가 궁금했다. 오늘 아침 매직아우어가 정확히 어느 시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찍 서두르
는 게 상책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용문산을 가장 이른 시간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우리 동네 05시 34분발 첫 전철을 타는 것보
다 청량리역에서 06시 50분발 첫 열차인 무궁화호를 타고 가는 편이 약간(7분) 빠르다. 물론 택시 타고 상봉역에
서 05시 43분발 첫 전철을 타면 용문에 더 일찍 도착하기는 한다. 용문역에서 용문사 입구(버스종점) 가는 첫 버
스는 07시 55분에 있다. 무궁화호 열차 용문 도착 07시 27분. 역사 빠져 나오니 07시 30분. 시간이 곧 돈이다.
25분을 11,600원에 산다. 택시 탄다.
용문산관광단지와 용문사 일주문을 지나 용문사를 가려면 문화재관람료(2,500원, 경로우대는 70세 이상이다)를
내야 하는데, 이를 피하려면 버스종점 뒤쪽 진등자락을 올라 산길을 돌아가는 길이 있지만, 매표소 직원이 출근
하는 시간이 아마 08시일 것이라 그 13분 전에 택시에 내리자마자 잰걸음 한다. 그랬다.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그래도 불안하여 매표소 훨씬 지나서 등산화 끈 조이고 스틱 늘여 빼는 등 산행 채비한다.
일중 김충현이 쓴 ‘龍門山龍門寺’ 일주문 현판을 우러르고 이속한다. 용문사 가는 숲길 0.75km이다. 그 옆 계류는
소곤소곤 법문(法問)한다. 이미 가을은 갔다. 가을이 길에 남겼을 낙엽은 용문사 스님들이 새벽에 말끔히 치웠다.
매일 이러리라. 스님들의 수고를 알만하다. 우리네 요즘 도심근린공원 일은 낙엽과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낙엽
을 쓸 때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한다. ‘바람에 흩어지며 상냥히 속삭이는’ 구르몽의 ‘낙엽’을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다.
그래도 이 아침 용문사 가는 숲길은 고즈넉하여 미음완보(微吟緩步)하기 좋다. 해탈교 건너고 사천왕문을 지나
용문사 은행나무를 본다. 내가 너무 늦게 왔다. 내 하는 일이 매양 이렇다. 은행잎은 어느새 다 떨어지고 가지가
춥도록 앙상하다. 문화재관람료도 내지 않았던 터라 용문사 절집은 들르지 않고 곧장 용문산을 향한다. 계류 건
너고 데크계단 올라 조금 더 간다. ┫자 갈림길. 왼쪽이 절고개 넘어 상원사 가는 길이고 직진은 용각골 마당바위
로 간다.
왼쪽으로 간다. 얕은 골짜기 돌길이다. 인적은 낙엽에 묻혔다. 드물게 색 바랜 산행표지기가 안내하지만 오지처
럼 간다. 낙엽에 덮인 돌길이 너덜길보다 더 고약하다. 골짜기 누벼 사면에 난 흐릿한 인적을 찾아내고 꼭 붙들어
쫓는다. 골짜기 벗어나 가파른 사면 한 피치 숨차게 오르면 ╋자 갈림길 절고개다. 온 길은 용문사 910m, 오른쪽
은 용문산 2030m이다. 가쁜 숨 크게 한 번 내쉬고 용문산을 향한다. 줄곧 오르막이다. 햇낙엽이라 되게 미끄럽다.
헤적여 발판 만들어 가며 오른다.
4. 용문사 가는 길, 스님들이 아침 일찍 길에 쌓인 낙엽을 송풍기로 쓸었다
5. 백운봉, 앞은 용문산 남쪽 지능선이다
6. 백운봉, 앞은 용문산 남쪽 지능선이다
7. 멀리 오른쪽이 추읍산, 연무로 조망이 썩 좋지는 않다
8. 용문산 가는 도중에 뒤돌아본 경치, 연무로 조망이 흐릿하다
9. 추읍산, 추읍산이 있어 경치가 살아난다
10. 멀리 오른쪽이 추읍산
11. 날이 맑으면 멀리 치악산, 백운산 연릉이 하늘금인데 오늘은 가망없다
12. 백운봉
13. 왼쪽 뒤가 중원산
640m봉. 잠시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가 암릉이 나오고 길을 왼쪽 사면으로 돌아 오른다. 무턱대고 이렇게 잘난 길
만 따라갈 것이 아니라 암릉을 직등해보고 싶은 생각이 꿈틀거려 혹시 인적이라도 있을까 자세히 살폈으나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등로를 개척할 용기는 없다. 밧줄 구간에 이어 데크계단이 나오고 조망하기 바쁘다. 오른쪽
용각골 건너 용문봉은 수렴에 가렸고, 왼쪽 상원골 건너 백운봉은 지능선에 가려 꼭대기만 약간 보인다.
백운봉은 어떤 능선에서 바라보더라도 빼어나게 아름답다. 감미봉 능선에서는 가장 가까이서 그 웅장한 모습에
숨이 막힐 지경이며, 용문봉 진등에서는 단아한 준봉의 모습으로, 중원산에서는 한층 원경으로 운해가 낀 날
피안의 고도로 보인다. 그런데 용문산 주남릉인 이 능선에서는 지능선에 가려 그 전모를 볼 수 없다. 고도를 높이
고 뒤돌아보면 일망무제의 산 첩첩 전경이 펼쳐진다. 오늘은 아쉽게도 연무가 끼여 원경은 보이지 않고 근경은
흐릿하다. 어쩌면 모재 김안국(慕齋 金安國, 1478~1543)도 이 능선 길을 올랐다. 그의 한시 「遊龍門山登絶頂」
이다.
步步緣危噔 한 걸음 한 걸음 가파른 등성이 오르니
看看眼界通 볼수록 눈앞이 탁 트이는 구려
閑雲迷極浦 한가한 구름은 원포(遠浦)에 아스라하고
飛鳥沒長空 나는 새는 끝없이 높고 먼 공중에 빠져들도다
연무가 걷힐까 하고 열 걸음에 아홉 걸음은 뒤돌아보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연무가 걷히기는커녕 더 흐릿해진
다. 벌써 용문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일출을 수집하는) 두 젊은이와 마주친다. 용문산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이
장관이던가요? 아니요, 시원찮았습니다. 날씨 탓이겠지만 북한산이나 천마산에서 보는 일출보다 훨씬 못했습니
다. 그들은 용문사 입구 주차장에서 새벽 4시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용문산 일출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고
또 얻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825m봉. 야트막한 안부인 ┣자 갈림길이다. 평상 놓인 쉼터이기도 하다. 오른쪽은 용각골 마당바위로 내린다.
용문산 정상 0.9km. 여태보다 더 가파른 바윗길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르다 숨이 차면(얼마 못가 금방 숨이 차곤
한다) 발걸음 멈추고 뒤돌아서 추읍산을 보고 또 본다. 그러면 어서 오르시라 채근하는 것 같다. 용문산 정상을
200m쯤 남겨둔 ┣자 갈림길 오른쪽은 한강기맥과 용문봉 진등으로 간다. 아무리 조망이 별로라고 해도 용문산
정상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 다니러간다.
나만 숨차게 오르는 길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른다. 그들도 막바지 비지땀 쏟으며
무척 힘들어 한다. 이윽고 용문산 정상 가섭봉이다. 여느 때는 북쪽으로 화악산 명지산도 보였는데, 오늘은 봉미
산 너머는 무중이다. 정상 바로 아래 데크광장에서 휴식한다. 이때는 대기가 서늘하여 겉옷 걸친다.
▶ 천사봉(문례봉, 폭산, 1,004m), 봉미산(鳳尾山, 856.0m)
한강기맥 쪽으로 가는 사람은 없다. 물론 그쪽에서 오는 사람도 없다. 한강기맥 길로 들자마자 가파른 사면을
트래버스 한다. 소로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미끄러질라 조심스럽다. 엷은 지능선 두 차례 넘고 사면 긴
내리막이다. 여기도 봄이면 얼레지 일색의 화원이었다. 등로는 능선으로 이어진다. 봉봉을 오르내린다. 야트막한
안부인 ┫자 갈림길이다. 한강기맥 이정표가 없다면 왼쪽 그리로 가는 길을 놓치기 쉽다.
등로 오른쪽으로 10m쯤 벗어난 절벽 위 전망바위에 올라 추읍산을 비롯한 아까 그 전경을 다시 본다. 전망바위는
잡목 숲에 가려져 있어 헤쳐 나가야 한다. 앞으로 천사봉은 물론이고 봉미산도 이런 조망은 없다. 사면 쭉쭉 내려
문례재를 지나고 완만한 능선을 길게 올라 963.5m봉이다. 다시 왼쪽 사면의 잘난 길로 잠깐 내리면 ╋자 갈림길
안부다. 봄이면 원추리가 무리지어 자라는 초원이다. 지나온 문례재의 오른쪽 사면도 그렇고 여기 오른쪽 사면도
조계골로 이어진다.
14. 앞은 용문봉, 그 뒤는 중원산 능선, 그 뒤는 도일봉
15. 천사봉(문례봉, 폭산)
16. 앞 오른쪽은 마유산(유명산), 왼쪽 중간은 청계산, 그 뒤는 고래산과 문안산
17. 앞에서부터 용문봉, 중원산, 도일봉
18. 봉미산, 저기를 간다니 뿌듯하다
19. 오른쪽 뒤가 도일봉, 그에 이르는 능선이 부드럽다
20. 용문산에서 바라본 추읍산
21. ┫자 용문봉 갈림길에서 바라본 용문산 남릉
22. ┫자 용문봉 갈림길에서 바라본 전경
23. 멀리 왼쪽은 고래산과 우두산
천사봉 품에 든다. 등로 벗어나 양쪽 사면을 누빈다. 천사는 오늘도 모른 채 하지 않는다. 나 혼자인 줄 알고 내
주량도 알고, 딱 거기에 알맞은 덕순이를 데리고 가게 한다. 천사봉 정상을 오른 의례로 배낭 벗어놓고 잠시 휴식
한다. 천사봉 북쪽 내리는 길이 대단한 험로로 변했다. 가파른데다 햇낙엽이 깔렸으니 미끄럽기 그지없다. 눈보
다 더 미끄럽다. 숫제 엉덩이로 미끄럼 타며 내린다. 쾌속이라 양발로 제동을 한다. 땀난다.
낙엽 지쳐 새길 낸다. 왼쪽 구융골이나 오른쪽 삼천골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 깊게 등로 살핀다. 정북진하다 북서
쪽으로 방향 틀어 안부에 이르고 한 피치 오르면 798.5m봉이다. 봉미산 가는 오른쪽 갈림길을 두 눈 부릅뜨고
살폈는데도 약간 지나친다. 길게 사면을 트래버스 하여 주릉 잡는다. 선답한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 798.5m봉
북쪽 능선도 가파르고 미끄럽다. 엉덩이가 얼얼하여 임도와 잠깐 만나고 특고압송전탑을 지나 능선을 오른다.
봉미산 가는 길이 외길인 줄 알았다. 681.8m봉에서 북진해야 하는 것을 그냥 잘난 길 따라 북서쪽 완만한 능선을
갔다. 수렴 사이로 보는 봉미산과 그에 이르는 능선이 비켜 보이기에 오룩스 지도를 들여다보니 잘못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300m나 잘못 갔다. 산행에서 알바는 양념이다. 여기는 아니지만 대개 알바에서 큰 애 덕순이를 만
나지 않았던가. 사면 돌아 골로 갔다가 생사면 치고 올라 주능선 붙든다. 이러고서 지도에 눈 박고 간다.
성현. 임도가 지나는 안부다. 노송 그늘 아래 점심자리 편다. 먼저 고수레 걸게 하고 밥 먹는다. 혼밥이라서 식사
시간 15분이 길다. 봉미산은 산음자연휴양림 위수지역에 있다. 등로를 잘 다듬었다. 가파른 데는 핸드레일 또는
계단을 설치했다. 그래도 헉헉대며 오른다. 770m봉은 암릉 암봉이라 그 오른쪽 절벽 밑을 돌아 넘는다. 다시 한
차례 밧줄 잡고 오르면 881.5m봉이다. 노송 섞인 암봉이다. 사방 조망은 노송에 막혔다.
이제 봉미산까지 0.8km는 느긋한 걸음이다. 내 낙엽 지치는 소리가 와작와작하여 정적을 일시 깨뜨리는 것 같지
만 실은 더욱 깊은 정적을 만든다. 봉미산 정상. 너른 공터다. 삼각점은 ‘용두 314, 2005 복구’이다. 정상 표지석이
두 개 있다. 왼쪽의 자연석 표지석은 가평군에서 설치했고, 오른쪽 오석 표지석은 양평군에서 설치했다. 내 추측
컨대 백운봉은 봉의 머리이고 가섭봉은 봉의 몸통이고, 봉미산이 그 꼬리이리라.
봉(鳳은 봉황(鳳凰)이라고 하는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예로부터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의 새라고 한다. 기린, 거북, 용과 함께 사령(四靈) 또
는 사서(四瑞)로 불리며, 수컷은 ‘봉’, 암컷은 ‘황’이라고 하는데, 성천자(聖天子) 하강의 징조로 나타난다고 한다.
전반신은 기린, 후반신은 사슴, 목은 뱀, 꼬리는 물고기, 등은 거북, 턱은 제비, 부리는 닭을 닮았다고 한다. 깃털에
는 오색 무늬가 있고 소리는 오음에 맞고 우렁차며, 오동나무에 깃들이어 대나무 열매를 먹고 영천(靈泉)의 물을
마시며 산다고 한다.
하산. 아울러 봉미(鳳尾)이니 꼬리 한 깃일망정 봉 잡으러 간다. 전에도 그랬지만 오늘도 봉 잡는다. 실로 오랜만
에 맵도록 향긋한 손맛 본다. 멀리까지 누비지 않는다. 덕순이에게 홀리지 않도록 잔뜩 경계하여 얼른 등로에
복귀한다. 배낭에 그 발청향이 그득하다. 한 눈 팔다 낙엽에 된통 미끄러져도 전혀 아프지 않다. 산음리 동네가
가까운 임도가 금방인 느낌이다. 벌목하고 잣나무 묘목을 조림한 전망 좋은 산등성이를 오른다.
드문 경점이다. 소리산, 비솔고개, 도일봉, 싸리봉, 천사봉 연릉이 대폭 병풍으로 둘렀다. 거기 산골짜기에 낙엽송
만이 가는 가을을 붙잡고 있다. 임도는 산음리 산대마을 고샅길로 이어지고 산음보건진료소 지나 대로변 산음상
회다. 16시 30분. 너무 일찍 내려왔다. 용문 가는 버스는 17시 34분에 있다. 며칠 전에 양평군 교통정보에 물었을
때는 17시 20분이라고 했는데, 경기버스정보 앱에서는 17시 34분이다.
용문 가는 길. (2-5번)버스에 나 혼자 탄다. 버스는 산음자연휴양림을 들렀다 가는데도 나 혼자다. 버스는 단월,
광탄 등지를 들러도 그렇다. 용문까지 나 혼자다. 아마 종점인 양평까지 빈차로 갈 것. 용문역 앞 음식점을 고른
다. 혼밥 혼술하기는 삼겹살집보다 소머리국밥집이 적당하다. 할머니 혼자 주방일과 홀서빙 한다. 첫눈에 대뜸
덕순주 제조를 알아본다. 다른 손님이 없어 대작하기 권했으나 사양한다. 곤지암 소문난 집보다 낫다.
청량리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매진되었다. 덕순주 취기에 전철도 빠르다. 설핏 꿈속에 봉미산을 또 간다.
24. 천사봉에서 바라본 옹문산(가섭봉)
25. 한강기맥 싸리봉 너머 도일봉이 조금 보인다
26. 봉미산 정상 표지석, 왼쪽은 가평에서, 오른쪽은 양평에서 세웠다
27. 봉미산에 바라본 중미산, 그 왼쪽 뒤는 청계산
28. 소리산
29. 도일봉(왼쪽)과 싸리봉
30. 한강기맥 연릉
31. 산음리 임도 주변
32. 멀리 가운데는 천사봉(문례봉, 폭산)
33. 산음리 임도 주변, 낙엽송만이 가는 가을을 붙잡고 있다
첫댓글 그 소머리국밥 집에서 덕순주 조제하려다 거절당해 나왔던 봉변의 기억 ㅠ
그나마 남겨둔 넘들까지 다 데려 가셨군여ㅠ
달리기 산행 고생하셨네여
이제 설악은 못가시겠네요. 겨울에도 주말마다 설악산 가는가요? 닳아 없어지겠네 ㅠㅠ
가가 가가 아닐 텐데요.ㅋㅋㅋ
마지막 사진들에서 늦가을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토요일날 가셨으면 조망이 좋았었을 텐데요.
조망에 관한 한 산행은 도박 같아요.^^
그제 봉미산에 갔는데 한 개도 안보이더라구요...늦가을에 홀로 가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봉미산 정상 주변만 맴돌다 왔습니다.^^
용문산 단풍이 아련합니다. 그래도 천사봉은 단골 산꾼들을 항상 배려하네요...
천사봉 천사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