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한니발이 알프스산을 넘은 행위의 전략적 의미와 로마의 대처가 적합했는가 이다.
우선 한니발은 왜 알프스를 넘으려 했을까?
한니발이 택할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육로와 해로이다. 육로를 통하는 방법은 남프랑스 연안으로 진격하는 방법과
프랑스 중앙으로 대우회기동을 하여 알프스산을 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로마 정규군과 맞서 싸울 경우 로마까지 진격하는데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는 소모적인 방안이다.
길은 평탄하다고 해도 중간에 로마의 동맹도시들이 점점이 분포해 있고 스키피오의 4개군단이 그를 상대하도록 되어 있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통로였다. 중요한 것은 적이 뻔히 에측하고 있는 통로여서 주도권을 적이 쥐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한니발이 택한 후자는 뒤로 넘기고 해로를 통한 방안을 살펴보자. 해로를 통해 카르타헤나를 출항하여 직선거리로 이탈리아의 항구로 공격해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시오노상의 의견은 샤르데나와 시칠리아에 구축된 로마의 해군력을 한니발이 뚫고 들어가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고 말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로마의 해군력이 카르타고의 해군력에 비해 약한 것도 아니고, 해상에서의 위험도 크다.(스페인에서 로마까지의 거리는 그렇게 가깝다고 하기는 힘들다)그리고 상륙작전을 하는 데에 있어 로마의 동맹도시 중 몇 도시가 그에 응해 항구의 문을 열고 상륙을 도왔을지 의문이다.
물론 한니발이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적 정면에 상륙한다고는 해도 그럴 경우 잃게 되는 이점이 있다.
한니발은 이탈리아 북방으로 우회기동을 하게 되면서 갈리아 용병을 확보하고 정예병만 골라낼 수 있었다. 게다가 해로에 비할 수 없는 전략적 기습효과(심리적, 지형적으로 한니발은 로마에게 있어 난공불락의 방어선인 알프스를 보란 듯이 당당히 넘으면서 주도권을 빼앗는다)를 달성한다. 만약 한니발이 해로로 왔다면 로마측 에서 먼저 첩보를 입수했을 것이고 한니발의 예상 해로나 상륙지로 요격할 부대를 파견하여 한니발을 상대하여 전략적 주도권은 로마가 쥐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로마가 상대적으로 덜 다져놓은 점령지인 북이탈리아부터 석권하는 것이 더 편했을 것입니다.
후대에 들어서 한니발의 알프스 기동은 그 전략적 의미보다는 한니발이 대군을 거느리고 넘었다는 사실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물론 그것도 맞다. 그러나 이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전부터 갈리아인들은 알프스산을 넘어다녔다고 하며 한니발이 산을 넘은 이후 로마는 숫제 그곳에 가도를 건설하여 누구나 넘어다니게 했으므로 그 루트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알프스 통과의 중요한 의미는 먼저 적에게 심리적 기습을 가하여 전쟁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한니발은 적이 생각한 루트와는 전혀 딴판인 곳으로 진격했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로마의 장군들은 한니발이 무슨 행동을 할지 몰라서 한니발이 포석을 하면 거기에 따라가게 되어 주도권을 한니발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전쟁에 있어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싸울 장소와 시간, 방법을 결정하게 되어 전투와 전역의 승패를 운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커다란 이점이 있고 이는 손자가 말한 안전한 승리와도 일맥상통한다.
두번째는 부수적인 이점이다. 우선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게 되어 로마의 약점인 북부 이탈리아를 손쉽게 손에 넣고 또한 그곳의 반로마적인 갈리아인 부족들을 끌어들이게 되는데,
이는 전략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한니발은 갈리아 출신의 용병들을 다수 확보하게 되어 프랑스와 알프스를 지나며 잃은 병력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전투에서 피를 흘릴 한니발의 베테랑 보병대의 방패 구실을 할 보조전력을 얻게 된다.
사실 한니발의 승리에는 누미디아 기병대와 스페인, 리비아 출신의 베테랑 보병도 한몫 했지만 이 갈리아군의 역할도 컸다. 속담으로 비유하자면 ‘피는 갈리아인이 흘리고 승리는 한니발 본대가 가져간다’라고 하겠다.
그리고 여기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스키피오의 현명한 판단이다.
당시 한니발이 본대를 모두 이끌고 떠나버린 스페인은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총 병력 1만 5천명이 지키는 스페인은 강력한 로마 2개 군단(12,000명가량)이라면 충분히 공격할 만한 곳이다. 스키피오는 주도권을 잃기는 했지만 그네우스를 스페인에 파견함으로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그것을 토대로 한니발에 대한 추가적 지원을 방지함으로써 로마의 전쟁수행에 큰 도움을 준다.(나와있지는 않으나 시오노상의 말대로 나중 스키피오의 승리는 패배에 젖어있는 로마에게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스키피오의 대처는 주도권을 잃은 상태에서 당시 로마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대책이었다고 하겠다.
만약 스키피오가 견제를 하지 않아 하스드루발이 대량의 지원군과 함께 한니발과 합류했다면 한니발과 하스드루발 양대 장군과 10만에 가까운 대병력이 로마를 압박하는 상황이 되어 로마로서는 설상가상이었을 것이다. 한니발이 보충할 수 없는 전력 손실을 끊임없이 경험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추가 지원군 봉쇄는 로마의 전쟁수행에 초중반기에 있어서 더할 수 없는 지원이었을 것이다. 로마 지도부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오로지 한니발 군대와 싸우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두가지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
우선 적을 공격할 때는 적이 생각지 아니한 곳으로 진출하는 대담성과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적에게 기습을 당했다 할지라도 최대한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아군의 약점과 적의 약점을 면밀히 검토하여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스키피오는 적에게 가장 필요한 추가지원을 막기 위해 적의 취약지점인 스페인을 공격했다)
이번에는 이것저것 일도 있고 귀차니즘도 작용하는데다 포에니전쟁은 저번것처럼 가볍게 하기에는 너무 많아서 좀 시간이 걸렸고 양해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