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31일. 개통 85년만에 처음으로 장항선이 크게 뒤흔들렸다.
장항선의 처음 시작점인 천안-온양온천역 구간이 복선전철화의 일환으로 통째로 이설된 것이다.
그에 따라 장항선의 처음 시작역이자 이 구간의 유일한 역이었던 모산역이 폐지되고 말았다.
모산역이 폐지되고 신선에는 새롭게 '배방역'이 만들어지는 동안 철길마저 철거되어 버렸다.
'철길 없는 기차역' 모산역은 옛 흔적이 흉물처럼 텅텅 빈 채 남아있을 뿐이다.
지키는 사람 없고, 위협적으로 달려오는 열차도 없으니 이미 비행장소로 이용되는 음지의 공간으로 전락해버렸다.
한때 천안으로, 온양으로 수많은 서민들을 실어날랐던 추억도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쓸쓸히 사라지고 있다.
잊혀짐이란 무엇일까?
한 때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축복 속에서 혈기왕성하게 제 역할을 하다가,
쓸쓸한 말로를 겪으며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 가는 운명이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퇴물' 취급을 받는 것조차 그리워질 정도로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이란 어떤 느낌일까?
그런 느낌을 받고 있을 모산역은 어떤 생각과 어떤 고민을 잠겨 시름하고 있을까?
장항선에서 처음으로 '복선전철화'로 인해 폐역된 모산역에 대한 포스트를 간단히 남겨본다.
폐역된 지 딱 1주년이 지난 모산역은 지금 선로 이설의 후폭풍을 호되게 맞고 있다.
인근에 마을이 크게 형성되어 있어 차마 역사를 봉쇄하지 못한 것 같은데,
사방으로 활짝 트인 역사 안에는 깨진 유리조각과 여러 파편들이 정신없게 널부러져 있다.
마치 철거 직전의 춘천역을 보는 듯해서 가슴이 아프다.
직원이 철수하고부터 먼지가 뽀얗게 쌓였을 역 내부의 목조의자.
폐역 이후로 예전보다 갑절 이상으로 먼지가 수북히 쌓였다.
저 의자에 앉아보고 싶어도 도저히 앉을 수가 없는 수준이다.
모산역의 모든 시간은 2007년 3월에서 멈춰졌다.
발행된 지 정확히 1년이 지난 신문이 휴지조각처럼 함 옆에 처참히 버려져 있다.
무려 터널마크 시절에 만들어진 82년산 천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다.
사람들의 발에 지근지근 밟혀 얼룩이 심하게 져 있는 모습이다.
'여객영업 잠정 중지 안내'. 말이 좋아 잠정 중지이지, 실제로는 영구 중지나 다름없다.
겉으로는 모산역이 배방역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위치가 바뀐다고들 하는데,
이름 자체가 다르고 위치 또한 다른데다, 배방역은 '전철역'이지 '기차역'이 아니므로 사실상 모산과 배방은 완전한 별개의 역이다.
따라서 모산역은 2007년 3월 30일을 마지막으로 폐역된 셈이다.
배방역은 아직 개통되지 않았으며, 올해 12월 전철역으로 탄생하는 '신설역'일 뿐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쓸쓸한 임종 속에서,
모산역의 모든 것들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쓸쓸히 묻혀져만 간다.
멋없는 "凸"역사가 지어지고 나서 족히 25년은 이용했을 낡은 여닫이문.
한 때 비둘기호가 운행하던 시절, 천안과 온양으로 가는 사람들로 수없이 여닫혔을 전성기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전성기가 끝나고 역의 최후를 맞은 순간 비참한 운명에 처해진 현재 상황도 같이 떠올려본다.
선로 이설로 인해 망가진 것은 본역사 뿐만이 아니다.
부속 건물 또한 처참하게 파괴된 후였고,
지금은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공공연하게 이용되고 있다.
화장실 또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처참하게 버려져 있다.
엄청난 힘을 소유한 몹쓸 자에 의해 변기가 뜯겨져 나가고 용변을 보는 곳에는 쓰레기들로 가득차 있다.
이미 모산역의 모든 것은 온전하지 않다. 사람들의 손에 의해 처참히 뭉개지고, 찢겨지고, 망가져 있을 뿐이다.
하루 두 번 열차가 섰던 임종 직전의 시간표도 마찬가지이다.
원래대로라면 역사 안에 있어야 할 것이 역 입구의 공터에 처참히 버려져 있었다.
그마저도 사람들이 지근지근 밟고 다녔는지 흙이 곳곳에 묻어있다.
조금만 더 지나면 판이 부서지고 흙 속에 파묻힐 지도 모르는 일이다.
천안과 온양 사이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배방면은 읍 승격 기준인 인구 2만명을 훌쩍 넘어서 버렸다.
지금도 '구 모산역' 뒤로 수많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마을과는 달리 모산역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폐역되는 처량한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선로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선로가 없고, 승강장이 있어야 할 자리엔 무성한 잡초들로 가득하다.
마을과 철도역의 상반된 운명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낡디낡은 까만 승강장도 아직 그대로 있고, 몇 십년 동안 역을 꿋꿋이 지켜줬던 역목들도 그대로 있는데,
열차는 더 이상 이 곳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다.
커져가는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길은 그저 주민들에게 방해만 될 뿐이니까.
운치없는 빨간 벽돌역사에, 하루에 열차가 네 번 밖에 서지 않았던 조그만 모산역이지만,
장항선의 첫 번째 역이자 천안-온양 사이의 유일한 역이었던 것에서 의미가 남달랐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 그 타이틀을 모두 KTX와의 환승역인 "아산역"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야 말았다.
기차가 다니지 않으니 육교마저도 이용하는 사람 없이 쓸쓸히 버려져 있다.
수없이 들어서는 아파트, 수많이 입주하는 사람들, 한없이 커져가는 마을 속에서 모산역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현재는 아무 관리도 되지 않아서, 일부 불량청소년들이 찾아와 흡연과 음주를 하는 등 안 좋은 쪽으로 활용되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모산역이 철거되고 이 자리에 또다른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면,
아마 지금 이 모습마저 한 장의 추억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85년의 역사를 지니며 꿋꿋이 서민들의 발이 되어줬던 모산역.
철저하게 버려지고, 갈갈이 찢겨진 채 우리의 기억 속에 쓸쓸이 잊혀져 간다.
마을 외곽에 새로 건설중인 '배방역'이 개통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면,
그러면서 모산역의 모든 흔적들이 산산히 부서지고 없어지게 된다면,
이 곳에 모산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는 사람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모산역은 그렇게 85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서서히 깨지 못할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다.
첫댓글 예전에 통일호가 온양온천까지 다닐 시에 한번 서고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음...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