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개월이나 흘렀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의 영토 밖을 떠나 유럽땅을 밟고 있었던 때가요.
사실, 제가 유럽에 다녀온 건 배낭여행이 아닌 관광이었기에
이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될런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하지만 헝클어진 제 기억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정리하기 위해 저를 위해서
새벽1시가 지난 이시간에 글을 씁니다.
그 때는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었기에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원래 우리집 사고방식(=우리나라에도 좋은 곳, 가볼만한 곳이 많으니 거기부터 가고난 후에)에 의하면 제나이에는 절대 갈 수없는 해외여행이었거든요.
하지만 아버지가 우연한 기회로 유럽을 다녀오신 후 저와 동생, 어머니보고 가보라셔서 갈 수 있었습니다.
동생은 유럽을 간다는 사실에 들떠서 한달전부터 유럽날씨도 챙기고 옷도 사고 여기 카페에
거의 모든 분들이 여행을 떠나기전에 갖고 계셨을 마음으로 행복해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가슴에 전혀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수도권 신도시의 부동산만큼이나 투자가치가 높은 고등학교 방학기간에
(아마 다른 친구들은 공부한다고 바쁠)
한국을 떠나 편안한 마음으로 관광을 한다는게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쓰고보니 완전 모범생이네요 -_- 실제로는 별로 공부 하지도 않으면서 -_-ㅋ
혹은 tv에서 설날연휴기간에 여행을 가기위해 공항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욕을 하던 제가 그 공항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중의 일부가 될 생각을 하니 아이러니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제가 워낙 낯가림이 심하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지라 모르는 사람들과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지낸다는것도 두려웠겠죠.
유럽을 가기란 참 힘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대전까지, 대전에서 인천공항을 가는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 내에 있는 사우나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프랑스로 떠나기란 그당시 여행을 별로라고 생각했던
저에겐 짜증날 수 밖에요.
하지만 제가 틀렸습니다. 잘못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지구에는 제가 살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 외에도 너무도 많은 나라가 있었고
또 한국과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 중에 피렌체에서 로마로 가던 버스안에서 이탈리아 가이드분이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라면 이태리는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처음 들었을 때 곧바로 이해하기란 어려웠지만 뒤에 부연적으로 설명해주셨던 예를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한국에서 외식하기 전에 메뉴를 정하고 가는 반면에
이태리에서는 그냥 맛있을거 같은 집에 들어가서 먹는다는 거엿습니다.
맛이 없거나 비싸면 다음에 안가면 되지.라는게 이태리사람들의 사고방식이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꼭 한국사람 중에 이태리사람처럼 그냥 맛있을거 같은 집에 들어가서 먹는다 분도 있을 수 있고
이태리사람이 한국사람처럼 외식하기 전에 메뉴를 정하고 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한 사회의 분위기나 대체적인 모습이 그렇다는 것(물론 한국만. 제가 직접 이태리에서 살아본 적도 없기 때문이지요. 가이드 선생님이 10년넘게 이태리에서 살았다고 하시니 틀린건 아니겠죠@_@)에는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상이상으로 자신의 문화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유럽사람들을 보면서 솔직히 어느정도의
사대주의 사상을 갖고 있던 제가 많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다행히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돌아와서는 그 생각을 고쳤답니다.
유럽사람들은 전통양식의 오래된 건축물 등을 잘 보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는 한옥이나 누각 등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것들을 잘 찾아볼 수 없다는게 아쉬웠습니다.
예전에는 못느꼈던 주위의 사소한 것들 까지도 아름다워 보이는 건 여행때문이 아닐까요?
주요 관광지마다 일본어로 된 팜플렛이나 표지판, 안내서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한국어로 된 것들은 찾기가 어려웠거나 없었다는 사실은 가슴아파??왔습니다.
특히 프랑스 샤를 드 골 공항에서 출국검사대 앞에 있던 공항직원 아저씨가 저를 보고
"아리가또"라고 말했었을 때의 기분이란...
물론 그당시 제가 스코틀랜드 축구리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나카무라가 뛰는 셀틱팀의
자켓을 입고 있어서 그 아저씨가 "아리가또"라고 했을 수도 있지만
제가 "no, i`m not japanese, i`m a korean"이라는 답을 하자 프랑스어로 "봉수와"라고 했을 때
무척 섭섭했습니다.
내심 안녕하세요나 미안해요의 정겨운 한국어가 나오리라 기대했던 저인데...
아무래도 아직은 일본의 세계적인 지위에 비에 우리나라는 약한 것은 위와 같은 여러경험을 통해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공부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공부도 조그마한 역할에 포함될수 있나요?ㅎㅎ
좀더 크면 더 구체적인 그 무언가를 꼭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해준 샤를 드 골 공항직원 아저씨였습니다.
6박8일이라는 일정에 4개국 9개도시를 다닌다는게 수박겉핥기식의 관광에 불과했다 하더라도
18년동안 한국에 살아온 날만큼이나 값진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것은 지나친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난 번에는 그들의 겉만 보았다면 다음에는 그들의 삶을 더 가까이 보고 싶어요.
다음에 20대가 된다면 저혼자 혹은 친한 친구와 꼭 다시한번 유럽에 가보리라는 약속지키고 싶습니다.
이자릴 빌어 말로는 하지 못했지만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하고 싶습니다.
왜 그렇게들 유럽에 가고 싶어하시는지 왜 그렇게들 여행을 가고 싶어하시는지 알 것같습니다.
여행이 주는 신선한 충격, 가기 전 준비할 때의 들뜬 마음(저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여러가지로 여행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4개월이나 지나서야 쓰는 글이라 생생한 기억들을 쓸 순없어도 최대한 열심히 쓴 걸 이해주시면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열혈 시청자 ㅋㅋ)
마지막으로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첫댓글 참 인생에서 좋은 경험 해보셨네여~ 나중에 대학생 되시면 혼자 나가셔서 더 많은거 느껴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꿈나무 홧팅!! ㅎㅎ
참 인생에서 좋은 경험 해보셨네여~ 나중에 대학생 되시면 혼자 나가셔서 더 많은거 느껴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꿈나무 홧팅!! ㅎㅎ
우선 너무 부럽습니다... 많은것을 느끼고 오셨다는것 부터... 꿈을 가지고 있다는것 그 자체가 행복입니다... 도전해서 그 행복 이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죠....^^;
저도 조카들 고등학교 들어가면 해마다 한번씩 해외여행 보낼생각인데 꼭 학생과 같은 맘을 느꼈음 하네요...2년후 여행기 기다릴께요....
야후...... 이런 학생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만한겁니다..(너무 거창했나.....ㅋㅋㅋ) 암튼 짧은 여행에서 많은걸 느낀 님이 참 기특하네요..... 맞습니다 여행을 통해 더 넓은 세상.... 또 자신의 비전을 찾게 되지요....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다음엔 본인의 힘으로 진정한 배낭여행을 해보세요 더많은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될거에요
이렇게들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ㅎㅎ 제힘으로 배낭여행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흘려야 할듯 ㅠㅠ
어쩌면 이 아저씨 입장과 그렇게 흡사한지?? 이 아저씨도 직장을 통한, 아주 우연한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감동을 받아 아들녀석(고3인데 부끄럼 많이타고 낯가림이 심함^)으로 하여금 반드시 유럽여행을 경험토록 하고 있어요. 내년에.. 내아들 녀석도 학생과 같은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고교졸업하고 다음엔 꼭 배냥여행 가세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배낭여행 가고야 말텝니다 ㅎㅎ